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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삽하고 추잡한 영화 위대한 개츠비

위대한개츠비1

불륜이란 게 그렇다. 자신의 입장에서는 감미로운 일탈이라고 생각되지만 남이 볼 때는 추잡한 탈선으로 보이기 마련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도 그래서 가능하다. 불륜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이 ‘막장’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잠깐의 불장난인지 아니면 진심을 다한 사랑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사람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는 이유에서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라는 제목만 놓고 보면 위대한 사랑 이야기가 펼쳐질 것만 같다. 그도 아니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성공한 자수성가의 표본적인 이야기가 그려질 것만 같다. 하지만 ‘위대한’이라는 문구에 이끌러 영화를 보러 갔다면 아마도 열에 아홉은 당황스러울 것이 분명하다. 그다지 위대하지 않은 남자의 위대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가 마치 위대한 이야기라도 되는 듯 떠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불륜을 기본 뼈대로 한다. 내용만 보면 막장에 가깝다. 다만 그 추잡한 불륜을 지고지순한 순정으로 버무렸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오래전에 헤어져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있는 연인을 잊지 못한다는 설정은 다분히 낭만적이기까지 하다. 이를 표현하기 위해 매일 밤 호사스러운 파티를 준비하기도 했다. 저런 남자의 사랑을 받는 여자라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불륜이란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의 입에서 미소가 새어나온다면 누군가의 눈에는 눈물이 나게 되어있다. 누군가 행복에 겨워 활짝 웃는다면 누군가는 찢어지는 가슴에 통곡하게 될 것이라는 말이다. 모두를 만족시키는 상황은 없다. 때로는 극한으로 치닫기도 하고 결국에는 파국을 불러오기도 한다. 불륜은 그래서 위험한 거다.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사내의 입장에서 보면 잃었던 첫 사랑을 되찾기 위한 투쟁이 될 수 있고 그러한 과정을 곁에서 지켜보는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의 시각에서 보면 위대해 보일 수도 있다. 개츠비가 오매불망 그리워하던 여인 데이지(캐리 멀리건)의 남편 톰 뷰캐넌(조엘 에저튼)이 천하의 난봉꾼이기에 더욱 그렇게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촛점을 잘못 맞춘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를 통해서 개츠비의 지고지순 사랑도 느껴지지 않거니와 톰의 악랄함도 실감하지 못하는 탓이다. 이는 곧 개연성의 부족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데이지의 오락가락하는 마음도 이해할 수 없게 된다. 개츠비가 왜 데이지에 집착하는 것인지, 데이지는 왜 톰을 떠나지 못하는 것인지가 불분명하니 그저 답답할 뿐이다.

이 영화가 순정과 불륜 사이에서 방황하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영상에 대한 집착 때문이다. 데이지에 대한 개츠비의 맹목적인 집착이나 순진했던 옛 사랑과 철저히 계획적인 현재 사랑(?) 사이에서의 갈등, 불륜 관계인 정부와 정체불명의 사내에게 뺏길지도 모르는 아내 사이에서의 방황 보다는 화려한 저택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초호화 파티와 같은 볼거리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스토리는 길을 잃고야 말았다.

혹자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소설 ‘위대한 개츠비’를 읽어보지도 않았냐며 힐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영화가 원작에 비할 수 없는 것은 원작은 그래도 수려한 문체를 바탕으로 인물들을 섬세하게 묘사한 데 비해서 영화는 그저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고 있었다. 개츠비 저택에서 밤마다 열리는 라스베가스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화려한 파티만이 기억에 남을 정도니 말이다. 비쥬얼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토리를 희생한 결과다.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
드라마, 멜로/애정/로맨스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41분 | 2013.05.16 개봉 | 감독 : 바즈 루어만
출연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제이 개츠비), 캐리 멀리건(데이지 뷰캐넌), 토비 맥과이어(닉 캐러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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