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6·25 전쟁에 대한 아픈 기억도 조금씩 흐려져 가고 있다. 하지만 그런 기억을 아직도 간직한 곳이 있다. 인민군에 의해 서울이 함락되고 1950년 8월 18일부터 임시수도가 된 부산에 있는 임시수도박물관이 바로 그곳이다. 1926년 8월에 준공되어 20여 년간 경남도지사 관사로 쓰이다가 임시수도 시절(1950~53년)에는 대통령 관저(경무대)가 되어 3년여를 보냈던 역사의 현장이다.
주택가에 둘러싸여 있으므로 기념관을 한눈에 알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커다란 간판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념관이라고 하니 제법 규모 있는 건물을 기대하기 마련이건만 임시수도기념관은 겉에서 보기에 그저 평범한 주택처럼 생겼다. 그러다 보니 다소 실망하게 될런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단 경내로 들어서면 오히려 수수한 매력에 이끌리게 될 것이다.
그런 기분을 제대로 느끼려면 기념관으로 바로 들어가기보다는 일단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는 게 좋겠다. 붉은색 벽돌 건물 사이의 창밖에서 안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녹음이 우거진 정원을 거닐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게다가 차분히 산책로를 걷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경험도 하게 될 것이다. 입장에 앞서 복잡했던 마음을 비우는 시간이 될 수 있겠다.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국무위원실로 쓰였던 응접실을 만나게 된다. 아담한 곳으로 벽난로가 인상적이기는 하지만 지금의 청와대 역할을 했을 테니 나라의 모든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곳이었다. 이를 비롯해서 1층에는 서재와 내실, 거실, 식당과 부엌, 그리고 증언의 방과 생각의 방이 있다. 특히 증언의 방은 한국전쟁의 참화를 알리려는 뜻에서 당시 특공대원으로 전쟁에 참가했던 이정숙 할머니의 증언을 듣는 방으로 꾸며져 있다.
이러한 자료와 함께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는 공간도 있다. 2층에 마련되어 있는 시청각실인 회상의 방을 통해서다. 말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부분도 TV 자료를 통해서 배울 수 있으므로 더욱 효과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부산 피난 시절을 재현한 모형 인형들을 통해서는 당시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도 있다. 이와 더불어 대통령 집무실로 쓰였던 2층에는 한국 전쟁 관련 유물과 이승만 대통령 유품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서울을 되찾은 후 1983년까지 경남도지사 관사로 쓰이다가 지난 1984년부터 임시수도기념관이 되었다. 2002년에는 부산시 기념물 53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전시 공간의 부족으로 2002년부터는 바로 옆에 있는 옛 고검장관사를 매입 후 2013년 리모델링하여 전시공간을 늘려 보다 많은 유물을 전시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이고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며 관람료는 무료다.
데레사
2016년 6월 14일 at 9:11 오전
제가 경남에 근무했을 당시도 도지사관사였어요.
도청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또 그곳 경비근무
나가 있던 동로들 덕에 몇번 들어가 보기도
했었지요.
부산가면 꼭 한번 들려볼 곳으로 점 찍어
두겠습니다.
journeyman
2016년 6월 15일 at 9:54 오전
데레사님의 풍부한 경륜과 지식에는 언제나 감탐만하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