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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가 웃다가, 7번방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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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 울다가 웃으면 큰일 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똥구멍에 털이 나기 때문이란다. 어릴 적에는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이 나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눈물이 나면 울어야 하고 웃음이 나면 웃을 수밖에 없다. 명품 조연 배우로 인정받는 류승용 주연의 ‘7번방의 선물’이 꼭 그 짝이다. 가벼운 코미디 영화인 줄 알고 보러 갔다가 폭풍 눈물을 흘리고 나온 영화였던 까닭에서다.

사실 이 영화는 우선순위에서 밀려있던 영화였다. ‘내 아내의 모든 것’에서 전설적인 카사노바 장성기 역을 맡았던 류승용의 느끼한 연기를 좋아하는 입장에서 그의 전혀 다른 연기 변신, 그것도 정신지체자의 역할이라고 하니 왠지 미덥지 못하기도 하거니와 그의 매력을 살리지 못할 것이 뻔해 보인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류승용은 류승용다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와 더불어 흥행에도 실패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하던 차였다.

하지만 그런 예상은 류승용에 대한 편견만큼이나 심하게 어긋나고 있었다. 2013년 1월 23일에 개봉한 ‘7번방의 선물’은 2월 6일까지 무려 4,771,141명의 관객을 불러들여 2주 만에 5백만 관객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100억 대작 ‘베를린’이 개봉한 1월 30일부터는 근소한 차이로 밀려 2위로 내려앉기는 했어도 개봉 이후 일주일 동안에는 박신양의 ‘박수건달’을 큰 차이로 제치고 박스오피스 선두를 질주하기도 했다.

이런 ‘7번방의 선물’의 기적 같은 흥행 성적은 똥구멍에 털이 나게 만들 만큼 관객들을 웃기고 울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지능은 부족해도 딸은 사랑할 줄 알고,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기는 했어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은 용구와 그런 그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힘을 합치는 감방 동기들의 우정, 그리고 재소자들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는 감호과장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따뜻한 동화로 완성되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특히 용구의 딸로 나오는 예승 역의 갈소원의 연기는 혀를 내두르게 만들 정도로 영악스럽다. 때로는 깜찍하고 때로는 의젓한 모습을 통해서 웃기도 하고 울기도 만들기 때문이다. 저런 딸을 홀로 두고 어찌 감옥에서 하루라도 편할 수 있을까 싶은 마음과 저런 가여운 것을 두고 어찌 눈이나 감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가도 어른보다 더 대견하고 의젓한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게 된다.

한편으로 이 영화는 약자에 대한 사회적 폭력에 대해서도 고발하고 있다. 용구의 잘못이 아님에도 범인을 잡아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경찰들의 그릇된 탐욕과 딸은 잃은 경찰청장의 개인적인 감정이 섞이면서 불쌍한 용구는 악랄한 유괴범으로 둔갑하게 되고 더불어 천하의 흉악범이 되어 간다는 설정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무겁게 짓누른다. 특히 어린 딸을 두고 형장을 택해야 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미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영화에는 성격파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는데 주연을 맡은 류승용 외에도 방장 소양호 역의 오달수, 사기범 최춘호 역의 박원상, 간통범 강만범 역의 강정태, 그리고 정만식과 김기천 등이 호흡을 맞추면서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나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여기에 정진영이 감호과장으로 특별출연하고 박상면도 우정출연으로 등장하면서 작품을 빛내고 있다.

7번방의 선물(2012)
코미디 | 한국 | 127분 | 2013.01.23 개봉 | 감독 : 이환경
출연 : 류승룡(용구), 박신혜(큰 예승), 갈소원(어린 예승), 오달수(소양호), 박원상(최춘호), 김정태(강만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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