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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남자사용설명서

남자사용설명서5

남자라는 제품을 사용하기 전에 먼저 사용설명서부터 보라고? 귀여운 여인이기를 거부하고 무서운 여인(?)으로 변신한 복서 배우 이시영이 주연을 맡은 ‘남자사용설명서’는 이처럼 발칙한 내용을 소재로 하는 영화다. 남자들이 보기에는 흉악한 제목이 아닐 수 없지만 다른 의미에서 본다면 남자를 올바르게 사용하라는 뜻일 테니 그다지 나쁘지는 않을 듯도 하다. 더구나 이시영이 나오지 않던가.

사실 이 영화는 내용과 관계없이 이시영 때문에 보기로 결심한 영화였다. 80년대 영호남의 갈등을 배경으로 했던 영화 ‘위험한 상견례'(2011)에 이어 프로야구 선수와 라이벌팀 열혈팬 보디가드와의 신경전을 그린 KBS2 드라마 ‘난폭한 로맨스'(2012)를 통해서 이시영이라는 배우에게 홀딱 빠져버렸던 이유에서다. 특히 ‘난폭한 로맨스’에서 보여준 그녀의 난폭한(?) 매력에 넋이 나가다시피 했었다.

그러니 이 영화는 꼭 봐야만 하는 작품이었다. 평점도 상관없었다. 평가는 보고 나서 직접 매기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이 영화 뭔가 수상한다. 이시영이 주연을 맡았으니 기본은 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할 뿐만 아니라 B급의 언저리를 맴돌고만 있었다. 이시영이라는 이유로 봐주기에는 힘겨운 영화였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영화가 태어나게 된 것일까?

지난 2011년 12월 1일 개봉해서 무려 300만 이상의 관객을 불러모았던 B급 영화가 있었다. 손예진 주연의 ‘오싹한 연애’였다. 스타급 배우라고는 달랑 손예진 하나에 불과할 뿐 이민기, 박철민, 김현숙 등 조연급 배우들로만 구성되어 있었음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었던 작품이었다. 이 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배경에는 손예진이라는 배우가 있었지만, 그에 못지않게 탄탄한 스토리가 뒤를 받혀주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남자사용설명서’도 다르지 않다. 손예진에 비하면 아직 티켓파워는 약하지만, 어쨌든 이시영을 제외하면 오정세, 박영규, 김정태, 이원종 등 조연급 배우들로만 구성되어 있다. 다만, ‘오싹한 연애’와 차이가 있다면 손예진과 이시영이라는 차이 말고도 극본의 차이가 뚜렷하다. ‘오싹한 연애’가 손예진이 이끌고 극본이 뒤에서 받혀주었다면 ‘남자사용설명서’는 이시영이 이끌기는 하지만 극본이 오히려 수렁으로 빠져드는 형국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다 보니 출연진들까지도 비교될 정도다. ‘오싹한 연애’에서 손예진 상대역을 맡은 이민기의 경우 이전에 출연했던 영화인 ‘해운대'(2009)나 ‘퀵'(2011)과는 다른 전혀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었었다. 걸쭉한 부산 사투리를 쓰는 어리버리한 촌놈에서 완벽한 차도남으로 변신한 것이다. 이처럼 배우 이민기를 다시 보게 만든 것은 순전히 작품의 힘이었다. 그만큼 매력적인 영화였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던 것이다.

반면 ‘남자사용설명서’에서 이시영 상대역을 맡은 오정세의 경우 한류 배우라는 설정에도 불구하고 그의 매력적인 모습을 발견하기는 힘들었다. 여전히 어리버리한 동네 형 정도로만 보일 뿐이었다. ‘오싹한 연애’가 이민기를 돋보이게 만든데 비해서 ‘남자사용설명서’는 오정세를 그렇게까지 띄워 주지 못했던 것은 그만큼 작품이 중요하다는 말도 되겠다. 사정이 그렇다 보니 이시영의 매력도 제대로 살릴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난국인 셈이다.

이 영화에 대한 네티즌 평점은 상당히 후한 편이다. 그만큼 거품이 많다는 의미일 것이다. 개인에 따라 웃음 포인트가 달라서 한꺼번에 웃음이 터지기보다는 사람마다 시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밤늦게 이시영을 찾아간 오정세가 골목길에서 이시영에게 “그래서 오지훈과 잤어?”라고 따져 묻는 부분이었다. 머릿속에 오로지 그 생각으로만 가득한 남자의 단편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것이다.

남자사용설명서(2012)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16분 | 2013.02.14 개봉 | 감독 : 이원석
출연 : 이시영(최보나), 오정세(이승재), 박영규(Dr.스왈스키), 이원종(육봉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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