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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아무르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영화, 아무르

아무르4

젊어서 아내는 교양있는 여자였다. 피아노를 전공한 음악가답게 기품있고 지적인 사람이었다. 늙어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단아한 모습은 언제나 그대로였다. 세월이야 비켜갈 수 없는 일이겠지만 최소한 그 사람에게만큼은 더디오는듯 보였다. 언제고 그녀는 그런 단아한 모습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 아내가 이상해진 것은 어느 날 아침이었다. 제자의 피아노 연주회를 다녀왔던 다음 날이었고 좀도둑이 들었던 다음 날이었다. 마치 정신줄이라도 놓은 듯 잠시동안 멍하니 있던 게 시작이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낯선 행동에 가슴이 덜컹 내려 앉았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의사 말로는 뇌혈관이 막혔기 때문이란다. 그녀는 그렇게 서서히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래도 감당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각해지면서 힘에 부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마비였을 뿐이었는데 반신불수를 지나 나중에는 거동조차 힘든 상황이 되고 말았다. 조금만 지나면 훌훌 털고 다시 예전처럼 함께 음악회에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다시는 그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아내는 병원이나 요양원에 보내지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그건 서로가 못할 짓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대화조차 힘들어졌다. 어눌할 망정 몇마디씩 내뱉던 말도 못하고 그저 ‘아파~’하는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그런 아내를 바라보고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내를 돌봐야 하는 고단한 몸보다 단아했던 아내가 변해가는 모습으로 인해 마음이 더 아팠다. 얼마나 더 참고 견뎌야 할까. 언젠가는 다시 좋은 시절이 돌아오기는 할까. 두 사람에게 남은 인생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80대 노부부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는 프랑스 영화 ‘아무르(Amour, 2012)’는 이처럼 한 여자의 남편과 한 남자 아내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음악회에서 돌아온 후 단 한번도 이 노부부가 사는 아파트를 벗어나지 않고 두 시간 동안 그자리를 지키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그들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라고 한다. 그리고는 묻는다. 당신의 사랑은 어떤 모습이냐고. 당신은 이런 사랑을 할 수 있느냐고.

사실 이 영화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안느(엠마뉴엘 리바)를 향한 조르주(장-루이 트리니턍)의 사랑과 헌신이 눈물겹기 때문이기도 하고 어쩌면 멀지 않은 나의 모습일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때는 나도 저럴 수 있을까. 나는 그때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 하는 생각으로 마음이 먹먹해 지는 것이다. 조르주의 힘겨운 하루 하루가 남의 일 같지 않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일게다.

2012년 10월 서울 영등포에서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치매에 걸린 부인(74)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남자(78)가 구속됐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년 전부터 치매를 앓아온 조씨의 곁에서 병간호를 도맡아 왔지만, 날이 갈수록 조씨의 증세가 심해져 괴로워했고 50년 넘게 같이 산 사람이 하루아침에 이상한 행동을 하고 추한 모습을 보여 힘들었다며 아내가 아픈 뒤로 ‘차라리 같이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13년 1월  21일에는 전북 임실에서 5년간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던 폐암 말기 아내의 산소호흡기를 떼어 내 살인 혐의로 기소된 80대 노인이 법원의 선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무엇보다 소중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중대한 범죄여서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면서도 “하지만 A씨는 아내의 투병생활을 위해 최선을 다했고, 오로지 아내를 데려가야 하겠다는 일념 하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또 아내를 떠나보내고 정신적으로 힘겹게 생활하는 것도 고려했다”고 밝혔었다.

결국 조르주도 안느와 함께 영원한 외출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어쩌면 조르주가 안느에게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일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둘이 함께 문을 나서는 모습이 자꾸만 애틋하게 다가온다.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것도 그래서일게다. 2012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타임’지와 ‘뉴욕 타임즈’가 뽑은 ‘2012년 최고의 영화’에 선정된 것도 그래서가 아닐까.

아무르(Amour, 2012)
드라마 | 프랑스, 오스트리아, 독일 | 127분 | 2012.12.19 개봉 | 감독 : 미카엘 하네케
주연 : 장-루이 트린티냥(조르주), 엠마누엘 리바(안느), 이자벨 위페르(에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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