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은 제주까지 가서 고작 서커스나 본다고? 제주여행을 준비하면서 서커스에 대해 솔직히 회의적이었던 게 사실이었다. 어릴 적 마장동 어디쯤에선가 봤었던 서커스는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었던 기억이 있기도 했지만, 나이가 들 대로 든 지금에는 신기할 리도 없고 참신하지도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그래도 한 번쯤 봐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던 것은 중학교 1학년짜리 둘째 녀석 때문이었다. 희미하게나마 나도 어릴 적 서커스에 대한 추억이 없지 않으니 아이에게도 그런 기억 하나 남겨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요즘에는 아이들에게 구경시켜 주고 싶어도 서커스 구경하기가 그리 쉬운 것도 아니지 않은가.
서귀포시에 위치하고 있는 서커스 월드는 오전 10시 30분부터 하루 4회(10:30 / 13:30 / 15:00 / 17:00) 공연을 하고 있고 천막 같은 임시 공연장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상당히 근사한 전용 극장 시설까지 갖추고 있기까지 했다. 좌석도 불편하게 쪼그려 앉아야 하는 좌식이 아니라 등받이가 달린 극장식이었다.
사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는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의외로 볼만한데다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관객들의 탄성과 박수가 끊이지 않을 만큼 대단했다. 우리 아이보다도 어려보이는 소년, 소녀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이 경이롭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고 그랬다.
이들이 펼쳐 보이는 래퍼토리는 다양했다. 북으로 묘기를 펼쳐 보이기도 하고 곤봉과 줄넘기 심지어 방석(?)까지도 동원해서 훌륭한 묘기를 보여준다. 대부분이 어린 아이들이었지만 그보다 나이 많은 청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들이 보여주는 공중쇼는 마치 두마리의 원앙이 날아다니는 듯 착각할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1시간 정도 진행되는 쇼의 대마는 오토바이가 장식한다. 무대 끝에 설치되어 있는 공모양의 시설이 바로 오토바이 쇼를 위한 공간이었는데 이곳으로 오토바이가 들어가서 신명 나는 질주를 펼친다. 처음에는 한 대나 두 대 정도에 그치나 싶었는데 그 좁은 공간으로 무려 8대의 오토바이가 들어가서 충돌 없이 달렸다. TV로 본 적은 있었지만 직접 보니 또 다른 재미가 있는 공연이었다.
이곳에서 공연 중인 서커스단은 중국에서도 인정받는 최고의 기예단원들만을 엄선한 최상의 스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2004년 1월부터 시작되었다고 하니 무려 8년이나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입장료는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이지만 쿠폰을 소지하면 20% 정도 할인받을 수 있다.
제주에서 돌아와서 서커스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상승하여 찾아보니 동춘서커스가 아직도 공연 중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평일에는 2회(14:00, 16:30), 토요일에는 3회(19:00 공연 추가) 공연하며 가격은 15,000원(소인 8,000원)이었는데 공연장이 대부도에 있는 안산시 단원구 부북동이었다. 멀지 않으면 한번 가보고 싶은데 그렇지를 않으니 아쉽기만 하다.
데레사
2016년 6월 22일 at 12:33 오후
대부도 가는길에서 동춘서커스를 저도 보긴 했어요.
공연시간이 아니라 그냥 스쳐서 지나가기만 했지만요.
고향분이고 좀 인연이 있는 분이 단장이라 언제 한번 시간내어
꼭 가봐야겠습니다.
journeyman
2016년 6월 23일 at 10:24 오전
마침 어제 뉴스를 보니 동춘서커스 관련 기사가 나오더군요.
부천에 100억대 전용 공연장을 만들고 있었는데
미완성 상태에서 철거하게 생겼다고요.
서커스단이 무슨 돈이 있다고 상당 부분 투자하기로 했는지 의아하기만 하더군요.
그래도 동춘서커스가 명맥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참나무.
2016년 6월 23일 at 12:10 오후
한수산 소설 ‘부초’
작가가 동춘서커스 따라다닌 후 탄생한 작품이지요
이댁에 답글달면 흔적없이 사라저버려
지금 태스트중입니다???
journeyman
2016년 6월 29일 at 10:05 오전
부초가 그런 내용이었군요.
전 한수산 작가의 글은 거리의 악사만 알고 있는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