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레이싱에 대해서는 비교적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재미는 있다 해도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이었다. ‘카트라이더’라는 게임으로 전국이 후끈 달아올랐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오두산 통일전망대 근처에 있던 카트랜드에 간 적이 있었는데 무려 1만5천원을 내고 달랑 7바퀴만 돌던 기막힌(?) 경험이 한몫했었다. 좀 심하게 말하면 카트에 앉았다 일어나는 정도였다.
그렇다고 레이싱장이 크기나 하면 모르겠다. 그리 크지도 않은 곳에서 얼마 달려보지도 못하는데 그만한 돈을 내자니 여간 아까운 게 아니었다. 좀 달려봤다는 생각이 들려면 아마도 1인당 돈 10만원은 들여야 할 것만 같았다. 아이들의 원성을 뒤로하고 그저 한번 타본 기억만을 간직한 채 입맛만 다시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카트는 비용대비 비효율의 대명사였다.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바꾸게 만들어준 곳이 바로 제주 중문카트장이다. 서귀포시 상예동에 있는 중문카트체험장은 ‘유리의 성’에 가기 전에 들른 곳이었는데 이전의 아쉬웠던 기억을 모두 잊을 수 있도록 오래도록 달릴 수 있었다. 물론 평일 낮이었고 손님이 적었던 탓도 있었겠지만, 아무튼 예전의 악몽과 같았던 기억과 비교하면 신나는 경험이 아닐 수 없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코스가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이다. 길가에 타이어로 주로를 만들어 놓았을 뿐 별다른 장치가 없다 보니 지그재그로 안쪽으로 들어갔다 바깥쪽으로 나오는 단조로운 주행의 연속이었다. 실제 카레이싱을 달리는듯한 느낌의 시설이라도 있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시원한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레이싱의 짜릿함은 직접 달려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코너를 돌기 위해서는 핸들을 끝까지 꺾어야 하는데 오래 달리다 보니 어깨가 결릴 정도였다. 탈만큼 탔다고 할 수 있겠다. 다양한 종류의 헬멧이 준비되어 있어서 원하는 모양을 고를 수도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든다. 가격은 25,000원이지만 쿠폰북에 들어있는 할인권을 지참하거나 패키지표를 구입하면 15,000원에도 탈 수 있다. 제주여행에서 쿠폰북은 필수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