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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로빈 윌리암스의 보험 사기, 빅화이트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로빈 윌리암스의 보험 사기, 빅화이트

빅화이트1

그럴 수도 있는 일이다. 살면서 팬티에 똥 한번 묻혀보지 않은 사람이 어디 그리 흔하던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았든 살다 보면 이런 일도 있고 저런 일도 있는 법이다. 그러므로 자신은 절대 그런 사람이 아니라며 큰소리칠 일도 아니다. 사람이니까 실수도 할 수 있는 거고 잘못도 할 수 있는 거다. 다만 용서받을 수 있을 정도여야 한다는 제한이 따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세상에 완전무결한 사람은 없을게다.

“전혀 죄를 지을 것 같지 않은 사람이 죄를 짓는 경우도 더러 있더군요. 일부러 죄를 지으려고 그런 게 아니라, 어쩌다 보니 피하지 못해 죄를 짓는 경우 말입니다.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닙니까?” 얼마 전 종로도서관에서 빌려 온 김성종의 1972년작 ‘최후의 증인’에 나오는 한 구절처럼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일에 연루되기도 하는 게 인생이다. 교통법규 한 번 어긴 적이 없는 모범 시민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여행사를 운영하는 폴 바넬(로빈 윌리암스)도 그런 사람이었다. 정신병의 일종이라 할 수 있는 뚜렛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내는 하루 종일 상스러운 말을 입에 달고 살고 불경기까지 겹치면서 사업은 거의 파산 직전에 와있는 상태인데다 전기요금도 내지 못해 사무실은 조만간 전력 공급마저 끊길 지경이다. 게다가 우편함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은 각종 청구서들 뿐이다. 그래도 그는 그런 나쁜 마음을 먹을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에선가라도 돌파구를 찾아야만 했다. 이름도 요상한 증후군에서 아내를 건져내야 했고 사무실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이 필요했으나 현재 그의 상태는 무일푼에 가깝다.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고 사무실의 전기가 끊어져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그는 결코 그럴 사람이 아니었지만, 환경이 그를 그렇게 만들고야 말았다.

코믹 영화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2005년작 ‘빅 화이트(The Big White, 2005)’는 이렇듯 흉악한 범죄에 발을 담그게 되는 소시민의 모습을 그린 영화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주인공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살인과 보험사기를 시도한다는 내용만 놓고 보면 막장 스토리라고 할 수 있지만, 순백색의 설원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스릴러라기보다는 차라리 휴머니즘에 가까운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일단 그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 어느 날 문득 쓰레기통에서 시신을 발견했을 뿐이고 그 시신을 가져다 냉장고에 간직했을 뿐이며 시신을 훼손해서 누구인지를 알아보지 못하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는 지난 5년간 실종상태였던 동생으로 위장해서 100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했을 뿐 그는 누구도 해치지 않았다. 명백히 보험사기이기는 하지만 어쩌면 신이 주신 선물(?)일런지도 모를 일이다.

이 영화는 이렇듯 궁지에 몰린 폴과 그런 그를 수상히 여기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보험회사 직원 테드 그리고 폴이 유기한 시체의 원래 주인(?) 게리와 짐보가 얽히고설키면서 한바탕 난장판을 만들어 놓는다. 여기에 죽은 것으로 처리된 폴의 동생 레이몬드까지 가세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알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과연 폴은 무사히 거금 백만 달러를 받아들게 될 것인가…

영화 ‘빅 화이트’는 제목처럼 순백의 세상인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화면이 온통 하얀 것은 물론이고 그곳에서의 추위가 스크린 밖으로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도 하다. 배우나 제작진들이 얼마나 고생하며 찍었을까 싶을 만큼 꽁꽁 얼어있다. 그렇지만 역으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영화이기도 한다. 내용과는 상관없이 알래스카라는 공간이 그렇게 아름다운 곳일 수가 없었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큰 웃음 대신 잔잔한 미소에 머물게 한다. 재미있다는 반응과 어이없다는 반응이 엇갈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서 하루 종일 미친 소리나 해대는 아내(마가렛 역, 홀리 헌터)를 사랑하는 주인공의 감정에 이르면 그 처절한 사랑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또한, 성공에 갈급한 보험사 직원 테드 곁을 지키던 인생 상담사 아내(티파니 역, 알리슨 로만)도 그렇게 매력적일 수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부부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다.

빅 화이트(The Big White, 2005)
코미디, 범죄, 드라마 | 미국 | 104분 | 2005.12.29 개봉 | 감독 : 마크 미로드
출연 : 로빈 윌리엄스(폴 바넬), 홀리 헌터(마가렛 바넬), 지오바니 리비시(테드), 알리슨 로먼(티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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