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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 뜨거운 제목의 순정영화, 나의 PS파트너

PS파트너2

요상한 제목이다. PS파트너라니. 익히 들어왔던 단어는 아니지만, 왠지 좋은 의미는 아닐 것만 같다. 특히 ‘파트너’라는 단어가 그렇다. 동반자나 협력자와 같은 좋은(?) 의미도 있으나 섹스 파트너처럼 다소 퇴폐적인 의미로도 쓰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그래도 영화제목인데 설마 하는 생각이 앞설 뿐이다. 하지만 이 영화 제목에 쓰인 단어의 의미를 아는 순간 뜨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 이 영화의 제목인 PS파트너는 폰섹스(Phone Sex) 파트너를 말한다. ‘남녀가 전화로 성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국어사전에서 말하는 바로 그 폰 섹스가 이 영화의 제목인 것이다. 정말 낯 뜨거운 일이지 않은가. 아무리 벗는 영화라 해도 이처럼 노골적이지는 않으리라.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든 것도 의아하지만 그런 단어로 제목을 지었다는 사실이 더 놀랍지만 하다.

더구나 저질 삼류 에로영화도 아니고 ‘보스를 지켜라’의 지성과 ‘미녀는 괴로워’의 김아중이 출연하는 영화라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과연 이 영화의 정체는 무엇일까? 도대체 무엇을 노리고 이런 제목의 영화를 만들었던 것일까? 지성과 김아중은 어째서 이런 막장 제목의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을까? 이 영화를 보기 전부터 의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런 의문을 해소시켜 주려는 듯 제목처럼 영화는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현승(지성)이라는 인물과 윤정(김아중)이라는 여인이 만나게 되는 과정이 다소 억지스럽기는 해도 여자 친구와의 헤어짐으로 적적한 날들을 보내야 했던 현승이 어느 날 걸려온 폰섹스에 자신의 몸을 맡기는 과정이 상당히 노골적으로 묘사되고 있었다. 한물갔다고 속단할 수 없는 지성과 김아중이 출연하는 에로영화라니 별나기도 했다.

그런데 영화가 하고자 하는 말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별스럽게 만난 남녀가 어느덧 우정이라는 감정에 휩싸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내용의 영화였던 것이다. PS, 즉 폰섹스는 두 남녀가 만나게 되는 동기를 위한 설정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 부분이 다소 농도짙게 그려지면서 ‘청소년 관람불가’라는 딱지가 붙기는 했어도 그 부분 때문에 평가절하되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말이다.

우려와 달리 영화는 비교적 신선하고 참신했다. 화면도 예뻐서 김아중이 성북 하늘길(또는 스카이웨이)을 배경으로 할 때는 CF의 한 장면처럼 화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폰섹스로 시작하는 도입은 억지스러웠지만 이후 전화로 상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두 남녀의 관계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했다. 요즘은 모르겠지만, 예전 PC통신 시절에는 그렇게 얼굴도 모르면서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18금 딱지가 찍어놓은 낙인을 떼어내기는 힘든 것으로 보인다. 얼마나 진한 영화인지, 여배우의 노출이 어디까지인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데서 알 수 있다. 그리고 이 영화에 대한 그런 쓸데없는 관심은 곧 실망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97’에서 모유정 역을 맡았던 신소율이 몸을 던져 살신성인의 연기를 펼치지만 이미 오를 데로 오른 기대치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삐뚤어진(?) 관심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충분히 볼만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연인이었던 현승(지성)과 소연(신소율)의 헤어짐과 우연이기는 해도 현승(지성)과 윤정(김아중)의 만남, 그리고 이들의 감정의 변화들이 비교적 개연성 있게 그려지고 있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18금 대사들을 마구 날려주는 현승의 친구 석운(김성오), 영민(문지윤)으로 인해 웃음은 끊이지 않는다(남자들 기준). 여기에 윤정(김아중) 결혼식장에 울려퍼지는 현승(지성)의 강렬하면서도 애절한 노래는 덤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내내 떠오르는 이름이 하나 있었는데 오래도록 현승(지성)의 곁을 지키다 떠났던 소연(신소율) 때문이었다. 내게도 한때는 그처럼 소중했던 여인이 있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남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더불어서 그 시절을 돌아보는 듯 추억에 잠기게 만들어준 영화이기도 했다. 제목으로 인한 오해와 대작들의 상영이 줄지어 기다리다는 이유로 외면받기에는 안타까운 영화가 아닐 수 없다.

나의 PS파트너(2012)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14분 | 2012.12.06 개봉 | 감독 : 변성현
주연 : 지성(현승), 김아중(윤정), 신소율(소연), 강경준(승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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