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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이지 않은 007, 스카이 폴

스카이폴1

007은 많은 남자들의 허영을 자극하는 영화다. 탄탄한 근육질 몸매에 최고급 수트를 갖춰 입고 늘씬한 여인네들과 질펀하게 놀아나는 모습을 통해서 남자들로 하여금 잠시나마 현실을 잊게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할 수 있겠다. 위험한 상황에서도 멋들어진 주먹 솜씨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으니 천하무적이 따로 없다. 어쩌면 최첨단 장비에 의존하는 아이언맨 보다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제임스 본드는 많은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초대 007이었던 숀 코너리를 시작으로 로저 무어와 티모시 달튼, 그리고 피어스 브로스넌에 이르기까지 007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 역을 맡은 배우는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곤 했던 것이다. 6편이었던 ‘여왕 폐하 대작전(On Her Majesty’s Secret Service, 1969)’에 출연했던 조지 라젠비까지 포함하면 역대 제임스 본드는 모두 6명에 달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2012년 10월 26일 개봉한 ‘007 스카이폴(SKYFALL, 2012)’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007 시리즈의 23번째 작품이면서 동시에 007 탄생 50주년 기념작이기 때문이다. 첫 번째 영화였던 ‘007 살인면허(Dr. No, 1962)’가 1962년 작이니 강산이 변해도 5번은 변한 셈이다. 22탄이었던 ‘퀀텀 오브 솔러스(Quantum Of Solace)’ 이후 무려 4년 만에 나온 007 영화이기도 하다.

그동안 초대 제임스 본드였던 숀 코너리(1,2,3,4,5,7편 등 다섯 편)를 시작으로 2대 조지 라젠비(6편), 3대 로저 무어(8,9,10,11,12,13,14편 등 일곱 편), 4대 티모시 달튼(15,16편 등 두 편), 5대 피어스 브로스넌(17,18,19,20편 등 네 편)을 거쳐 21탄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006)’부터 6대 제임스 본드 역을 맡았던 다니엘 크레이그가 ‘스카이폴’에서도 여전히 제임스 본드를 맡고 있다.

4년 만에 돌아온 시리즈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스카이폴’은 시작부터 스릴이 넘친다. 자동차 추격신은 다소 식상한 감이 없지 않지만, 터키 그랜드 바자르 지붕 위를 질주하는 오토바이 추격신은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었고 달리는 기차 위에서의 격투 신은 그 이상이기도 했다. 세월이 흘렀어도 007의 가치는 변하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007은 거기서 갑자기 질주를 멈추고 하염없는 심연의 늪으로 빠져들고 만다. 이는 제임스 본드를 지원하던 여자 요원 이브의 오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007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즉, 제임스 본드를 한낱 오락 영화의 주인공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그 이상의 가치로 볼 것이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른 말로 하면 5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뒤에도 여전히 여자나 밝히는 난봉꾼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조국을 위해 헌신하는 투사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야겠다.

사실 007은 냉전 시대의 산물이니 구시대의 유물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다. 게다가 ‘미션 임파서블’이나 ‘본(The Bourne)’ 시리즈와 같은 액션 활극은 이미 넘칠 대로 넘친 상태다. 그러니 그런 영화들과 정면으로 충돌해 봤자 돌아오는 것은 007이 예전 같지 못하다니 혹은 시시하다느니 하는 비난뿐일 수도 있다. 이 영화는 그럴 바에야 차라리 방향을 돌려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길로 가자고 작심한 듯 보인다.

그 결과 ‘스카이폴’은 다른 007 영화와 달리 액션은 줄이고 생각은 늘렸다. 화려한 볼거리를 줄이는 대신 버림받은 상실감에 대한 분노로 채워넣었다. 그리고 007로 하여금 선택하게 만든다.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은 조직에 대해 복수할 것인가 아니면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일 것인가. M에 대한 분노로 가득한 악당 실바가 제임스 본드와 똑같은 처지로 MI6에 의해 버려진 적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과 악은 둘이 아니라 하나라고 말하는 듯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평은 대체로 엇갈리는 편이다. 액션은 약해졌어도 모처럼 볼만했다는 의견이 있는 반면 전혀 007답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기차 격투 신에서 제임스 본드가 이브의 저격에 의해 벼랑으로 추락하는 신 이후로는 그저 평이하게 전개되고 그러다 보니 지루해하며 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차라리 007이 아니었다면 몰라도 007이었기에 용서할 수 없었을게다.

50년의 세월과 4년 만의 신작이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6대 제임스 본드 역의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제 그만 둘 때도 된 것 같다. 그에게서는 도저히 섹시한 매력의 제임스 본드가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다니엘 크레이그는 올 초에 개봉했던 ‘밀레니엄 :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The Girl With The Dragon Tattoo, 2011)’에서 보여주었던 무기력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할 뿐이었다.

결국, 벼랑으로 떨어졌던 007은 죽지 않고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지만 어쩌면 이 영화는 007의 죽음을 예고하고 있을런지도 모른다. 숀 코너리나 로저 무어가 주름잡던 시절의 섹시한 007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고령 본드걸에 대한 기대도 최첨단 장비에 대한 관심도 예전 같지 않다는 점도 그런 심증을 굳히게 만든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스토리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액션도 약하고 스토리도 그 모양이면 도대체 남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007은 이제 그만 둘 때도 됐다.

007 스카이폴(SKYFALL, 2012)
액션 | 영국, 미국 | 143분 | 2012.10.26 개봉 | 감독 : 샘 멘데스
출연 : 다니엘 크레이그(제임스 본드), 하비에르 바르뎀(실바), 주디 덴치(M), 베레니스 말로히(세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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