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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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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이혼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KBS2 드라마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사연만큼 극단적이지는 않다고 해도 저마다 견디기 힘든 어려움 하나쯤은 안고 살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문호 톨스토이가 안나 까레리나에서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고 말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크기와 종류는 다를지언정 모두들 상처가 있다는 말이다.

부부 사이의 갈등에 대해 흔히들 성격차이를 이유로 든다. 맞는 말이기는 하나 정확한 말은 아닐 것이다. 한날한시에 한 뱃속에서 태어난 쌍둥이라 해도 같을 수 없거늘 하물며 다른 환경에서 다르게 자란 부부의 성격이 같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니 성격 문제에 관한 한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면서 성격 차이를 들먹이는 것은 그저 더 이상 같이 살고 싶지 않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성격이라는 것도 그렇다. 결혼 전에는 하나씩 맞춰가면서 살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결혼 후에는 도저히 참고 살 수 없다고 생각되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연애할 때는 여자답고 조용해서 좋았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답답해서 못 살겠다고 하고, 연애 시절에는 남자답고 호탕한 점에 끌렸으면서 결혼 후에는 지나치게 자기중심적이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면서 그런 인간인 줄 진작 알았다면 결혼까지는 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도 빼먹지 않는다.

이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 김병후 박사는 상대를 인정하는 것이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말한다. 지금은 성격 차이 때문에 헤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 차이 때문에 서로에게 이끌렸고 결혼에 이르게 되었으니 서로의 성격을 탓하기보다는 서로의 차이를 현명하게 조율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성격차이를 ‘극복’하려고 하지 말고 ‘인정’하라고 한다. 그게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첫 번째 순서라는 이유에서다.

위기에 놓인 부부들의 갈등 사례들을 모은 ‘우리 부부, 정말 괜찮을 걸까?’는 1993년부터 KBS1 ‘아침마당’에서 부부 갈등 해결사로 활동했던 김병후 박사의 첫 번째 저서다. 그는 10년간 계속되었던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2002년 부부문제 전문 상담센터 ‘부부클리닉 후’를 개설했고 실제적인 지침서가 있다면 훨씬 더 많이 부부갈등을 줄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부부는 결혼 후 ‘아침마당’을 즐겨보는 편이었다. 매일 아침 8시 20분에 방송되는 ‘아침마당’을 비디오로 녹화해서 볼 정도로 애청자에 속했었는데 매주 화요일에 방송되는 ‘부부 클리닉’도 놓치지 않고 보곤 했었다. 그때마다 이혼 위기에 놓인 두 부부의 상황을 명쾌하게 분석해주는 김병후 박사에게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장만했던 것은 그런 저자에 대한 존경과 도네이션의 의미가 컸다.

이 책의 발행일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인 2003년이다. 딱히 부부문제에 갈등이 있어서 샀던 책도 아니었기에 그저 소장용으로만 가지고 있던 것이었는데 어느덧 한 번쯤 읽어볼까 싶은 나이가 되었는지 책장 한켠에 꽂혀있던 책을 펼쳐 들게 되었다. 그리고는 서두에 나와 있는 ‘이혼 위기를 체크하는 12가지 질문’의 항목들을 하나씩 체크해 보기에 이르렀다.

12개의 항목 중에서 체크한 개수가 3~4개이면 이혼의 가능성이 있는 상태, 5개 이상이면 이혼의 위험에 직면해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던데 내 경우에는 체크한 항목이 무려 12개였다. 이혼 가능성이나 이혼의 위험을 넘어선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중년의 고독은 있을지언정 이혼 위기에 놓여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 체크리스트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더 조심하라는 예방의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 이혼 위기를 체크하는 12가지 질문

1. 결혼생활을 하면서 행복감을 느끼고 있지 않다.
2. 배우자와 함께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훨씬 편하다.
3. 말하거나 간섭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4. 이해받거나 사랑받는다는 느낌이 없다.
5. 나의 성격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것이 괴롭다.
6. 자기 식대로만 끌고 가는 것을 참기 어렵다.
7. 우리 부모에게 하는 행동을 마음속으로는 용납할 수 없다.
8. 배우자는 자기 문제를 모르거나, 안다 해도 고치지 않거나 결국은 고칠 수 없을 것이다.
9. 나처럼 억울한 대접을 받고 사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10. 아이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참고 산다.
11. 성관계를 할 때 존경받거나 사랑받는 느낌이 없다.
12. 자기와 관련된 가치에 비해 나와 관련된 가치를 너무 무시하는 느낌이 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쉽다고 생각되는 것은 해결책이라고 제시되는 내용들이 공자님 말씀처럼 너무 원론적이라는 점이다. 강요하지 말고 서로를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라는 것도 말은 쉽지만, 실천으로 옮기기에는 결코 쉽지 않은 탓이다. 물론 상대에 대한 이해가 먼저라는 점에서 본다면 왜 상대가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해서 약간의 힌트를 얻을 수는 있을지 모르지만, 깊이가 얕다 보니 자칫 뜬구름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와 내가 그 문제에 놓여있을 때는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랑과 전쟁’을 보면서는 당장 이혼하라는 말이 나오지만 그게 자신의 일이라면 그런 결정을 내리기가 결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국, 이혼 위기에 놓여있는 부부들의 몇 가지 사례들을 모아놓은 이 책도 그런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10년 동안 품어왔던 이 책을 중고 서점에 팔아넘기기로 결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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