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가면 항상 고민인 부분이 있다. 멋들어진 자연경관을 감상할 것인가 아니면 여러 테마파크를 돌아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기니 뭐니 해도 어쨌든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뽑힐 만큼 멋들어진 풍경을 자랑하는 제주이니 그곳만 돌아봐도 시간이 모자를 지경이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 입장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하는 까닭에서다.
물론 제주에 만들어진 시설들이 퀄리티면에서 훌륭하지는 않다. 관광객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들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세계 유명 관광지를 축소시킨 제주 미니랜드만 해도 그렇다. 조악하게 만들어 놓았을 뿐만 아니라 관리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곳곳이 부서지고 거미줄로 가득해서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다. 그러면서도 영업방해를 이유로 이용 후기를 삭제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고 있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유리의 성은 비교적 훌륭한 곳이다. 유리라고 하는 테마에 충실하고 내용도 알찬 편이다. 유리로 이런 것까지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터져 나오기도 한다. 유리로 만들어낸 실력도 대단하지만 유리로 만들 생각을 한 아이디어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저 흉내만 낸 수준이 아니라 그야말로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이다. 유리의 성이라는 이름 그대로다.
유리로 만들어진 세상은 이렇다. 입구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재크와 콩나무의 거대한 콩나무가 맞아주는데 유리로 만들어졌으며 천정까지 뻗을 정도의 규모를 자랑한다. 물고기 모양의 손잡이도 유리고, 인공폭포를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도 물고기다. 정원도 유리장식으로 되어있고 바다도 유리로 만들어졌다. 적당히 만들지도 않고 비교적 섬세하게 만들었다. 그러니 유리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다만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미술관 작품 또는 야외 조각작품을 감상하듯이 돌아보고 나온다는 점이다. 유리의 특성상 만질 수도 없고 오로지 눈으로만 봐야 한다. 그러다 보니 처음의 감탄이 끝까지 이어지지 않는 게 사실이다. 처음에는 신기해 보이지만 비슷한 패턴이 계속되다 보니 그렇구나 정도로 관심이 줄어든다. 처음 관심을 지속시킬 수 있는 대안 장치가 필요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유리의 성은 야간개장도 예정되어 있다. 2008년 개관이래 2012년 처음으로 실시했던 야간 행사라고 한다. 조명과 어우러진 유리 시설물이 더욱 화려하게 빛을 내면서 낮에 보던 세상과는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원래는 7시 폐장이었지만 야간개장 기간 동안에는 10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1만1천원, 중고등학생 9천원, 초등학생 8천원이다.
제주에는 유리를 테마로 하는 시설이 유리의 성 외에 하나가 더 있다. 제주유리박물관이라는 곳으로 둘 사이의 거리는 불과 13km 정도에 지나지 않고 입장요금은 유리 박물관이 성인 기준 2천원 더 저렴하다. 또한, 유리박물관에서는 꽃병 만들기(2만원), 접시 만들기(2만원), 양초 만들기(1만원)와 같은 체험 행사도 진행하고 있다. 둘 중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는 순순히 여행자가 결정할 일이다. * 유리의 성(www.jejuglasscastle.com) * 유리박물관(www.glassmuseum.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