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10회초 오승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스코어는 1:1. 9회말 정규이닝 마지막 공격에서 극적으로 동점을 만든 세인트루이스로서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를 마운드에 올려야 했다. 오승환으로서는 승리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한 임무였다. 세인트루이스는 케빈 시그리스트와 조나단 브록스톤 등 필승조를 이미 써버렸기에 오승환에게 더욱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선두 타자 체슬러 커스버트와의 승부는 다소 아쉬웠다. 2B 2S에서 볼넷을 내주면서 무사 1루로 시작해야 했다. 그나마 브렛 에이브너를 삼진으로 잡아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1루 견제 실책이 나왔다. 오승환의 견제구는 1루 앞에서 원바운드로 튀면서 외야 방향으로 빠져나갔고 그 바람에 1루 주자 에이브너가 3루까지 달려 1사 3루의 실점 위기를 맞고 말았다.
8번 타자 제로드 다이슨과는 정면 대결을 피했다. 고의사구로 1루를 채운 후 내야 땅볼에 의한 병살을 노려볼 심산이었다. 다행히 휘트 메리필드의 타구가 2루로 향했다.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마친 후 연장 10회말 공격에서 끝내기를 노려볼 만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오승환의 편이 아니었다. 2루수 맷 카펜터가 타구를 흘리면서 병살은커녕 오히려 실점의 빌미가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오승환은 꿋꿋이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1번 타자 에스코바를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2번 타자 고든마저 1루수 팝플라이로 잡아냈다. 투구수는 22개. 실점이 있었지만 실책에 의한 자책점이 아니었으므로 오승환의 평균자책점은 1.58로 내려갔다. 시련은 있었으나 이 역시도 오승환이 극복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었다. 연장 10회말 4번 타자 스티븐 피스코티의 동점 홈런으로 또다시 연장 승부를 이어간 세인트루이스는 연장 12회에 내준 1점을 따라잡지 못하고 2:3으로 패했다.
이대호의 시애틀과 강정호의 피츠버그가 맞붙은 경기에서는 강정호가 웃었다. 피츠버그의 5번 타자 겸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강정호는 5회 1사 1루에서 시애틀 두 번째 투수 돈 로아쉬를 상대로 좌전 안타를 뽑아냈다. 이어 스탈링 마르테의 볼넷과 숀 로드리게스의 2루타로 홈을 밟아 팀이 올린 7번째 득점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에 비해 시애틀의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한 이대호는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내야 땅볼 2개와 삼진이 전부였고 타율은 2할 8푼 4리로 내려갔다. 경기는 일찌감치 8점을 뽑아낸 피츠버그가 시애틀에게 8:1로 승리했다.
뉴욕 양키스와 원정경기를 치른 텍사스 추신수는 일본인 투수 다나카 마사히로를 상대로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추신수는 1회초 삼진을 당하기도 했지만 3회초 무사 1루에서 다나카의 145km 싱커를 잡아당겨 우전 안타로 연결시켰고, 4회에도 138km 슬라이더를 밀어 쳐 좌전 안타로 만들었다. 하지만 텍사스는 7:3으로 앞서던 9회말 홈런 두 방을 맞고 7:9로 역전패했다.
전날 2호 홈런을 폭발시킨 김현수는 샌디에이고와의 원정경기 선발에서 제외되었다. 볼티모어 벅 쇼월터 감독이 샌디에이고 선발 투수 크리스티안 프리드리히에 맞서기 위해 4번 타자 크리스 데이비스를 제외한 타자 전원을 우타자로 구성했기 때문. 볼티모어는 샌디에이고에게 12:6으로 승리했다. 한편, 지난 6월 18일 토론토 전에서 기록한 안타가 실책으로 변경되면서 김현수의 타율은 3할 3푼 9리로 바뀌었다.
타격 부진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미네소타 박병호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선발로 나서지 못했고, 미네소타는 6:9로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