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뻗으면 닿을 것만 같았다. 희망 고문일지언정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하늘의 뜻이라면 충분히 기회가 있을 듯 보였다. 정규리그 최종전을 앞두고 와일드카드 2위 샌프란시스코에 1경기 차로 뒤지고 있는 오승환의 세인트루이스 이야기다.
만일 세인트루이스가 최종전에서 승리하고 샌프란시스코가 패한다면 두 팀은 86승 76패로 동률이 된다. 그럴 경우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팀을 결정하기 위한 타이 브레이커 단판 승부가 벌어지게 될 것이다. 세인트루이스로서는 희미하기는 해도 실낱같은 희망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는 셈이었다. 일단 최종전을 이기고 샌프란시스코 전을 지켜봐야 했다.
일이 잘 되려고 그러는지 세인트루이스는 최종전을 앞두고 3연승을 달려왔다. 어제 경기에서는 1회 피츠버그 강정호에게 3점 홈런을 맞고 0:3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4:3으로 뒤집기도 했다. 피츠버그와 치른 최종전도 10:4로 크게 이기기까지 했다. 4연승을 이어왔으니 할 만큼 했다고 할 수 있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러나 끝내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가 쾌조의 4연승을 달리는 동안 샌프란시스코도 4연승을 달렸다. 서부지구 우승 팀인 LA 다저스가 샌프란시스코와의 마지막 3연전에서 1경기 정도는 잡아주길 바랐으나 그조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인트루이스의 막판 대역전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고 6승 3패 14 홀드 19세이브(평균자책점 1.92)의 오승환은 성공적인 빅리그 데뷔에 만족해야 했다.
한국인 메이저리거 최다 홈런 동률 기록에 1개 차로 접근했던 피츠버그 강정호는 4타수 무안타로 아쉬움을 남겼다. 지난 2010년과 2015년 추신수가 기록한 22 홈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강정호는 세인트루이스와의 최종전에서 4번 타자로 출전해 중견수 플라이, 3루수 땅볼, 중견수 플라이, 삼진에 그쳐 타율 2할 5푼 5리, 21홈런, 62타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지난 9월 27일 휴스턴 전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던 이대호는 오클랜드와의 시즌 최종전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6번 타자 겸 1루수로 출전한 이대호는 5회 내야 안타로 마지막 경기를 마쳤다. 한국과 일본 야구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 건너온 이대호는 타율 2할 5푼 3리, 14홈런, 49타점으로 시애틀과의 1년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볼티모어 김현수는 3할대 타율로 시즌을 마쳤다. 뉴욕 양키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8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한 김현수는 2타수 무안타에 그쳤으나 타율은 3할대를 유지(0.302) 했다. 80경기 이상 출전한 볼티모어 선수들 중에서 가장 높은 타율이다.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2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볼티모어는 5일 와일드카드 1위 토론토와의 단판 승부가 예정되어 있다.
탬파베이와의 홈경기에서 2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추신수는 5회 중전 안타로 포스트시즌에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아메리칸리그 전체 승률 1위로 포스트 시즌행 티켓을 거머쥔 텍사스는 김현수의 볼티모어와 토론토 간의 승자와 디비전 시리즈를 펼치게 된다. 10월 1일 부상에서 복귀한 추신수는 48경기에서 타율 2할 4푼 2리에 7홈런, 17타점을 기록했다.
막내 최지만은 휴스턴과의 홈경기에서 7회초 대수비로 출전해 1타수 무안타로 물러났다. 두 번이나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돌아온 최지만은 불운과 역경 속에 54경기에서 타율 1할 7푼, 5홈런, 12타점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