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WP_Widget에서 호출한 생성자 함수는 4.3.0 버전부터 폐지예정입니다. 대신
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조선판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조선판 도둑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바람과함께사라지다4

영화에 대한 기대는 대개 주연 배우에서부터 시작된다. 감독이나 작가에 대한 기대로 영화를 선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출연진을 보고 영화를 선택하기 마련이다. 제작비가 불필요하게 치솟는다는 점을 알면서도 많은 영화들이 스타급 배우를 캐스팅하기 위해 목메는 것도 그래서다. 일단 관심을 받아야 흥행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불편한 진실 때문이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선택한 사람들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다세포 소녀'(2006)라는 정체불명의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김주호)이나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는 김민성이라는 작가의 이름 때문에 선택한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으로 보이는 까닭에서다. 물어보나 마나 열이면 열(또는 아홉) 모두 차태현 때문에 선택했다고 답할 게 분명하다.

그렇다. 이 영화는 차태현을 보기 위해 선택하는 영화다. 차태현 외에도 ‘추노’의 오지호, ‘써니’의 민효린, 그리고 명품 조연으로 평가받고 있는 성동일, 신정근, 고창석 등과 함께 ‘응답하라 1997’의 송종호와 이채영 등이 등장하지만, 이 영화의 키는 차태현이 쥐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차태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막대하다. 한마디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차태현의 영화인 셈이다.

이는 영화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 올리는데 성공적인 요인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집계하는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자료에 따르면 2012년 8월 26일 기준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누적관객수는 4,107,186명에 달한다. 당시까지 개봉한 영화 중에서 9번째에 해당하는 성적이고 2012년 한국 영화 중에서는 ‘도둑들'(12,095,087), ‘범죄와의 전쟁'(4,698,291), ‘내 아내의 모든 것'(4,598,583), ‘연가시'(4,515,728), ‘건축학개론'(4,110,649)에 이은 6번째 기록이다.

하지만 다른 시각에서 보면 차태현이라는 이름 때문에 영화에 대한 선입견이 생겼다는 점은 대단히 아쉬운 부분이다. 영화 자체에 대한 기대보다는 배우에 대한 기대를 안고 선택한 영화이기에 작품에 대한 평가도 그만큼 왜곡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기 때문이다. 차태현으로 인해 관객동원에는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영화 감상에 장애가 된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 차태현의 영화에서는 웃음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의 이미지 자체가 밝고 유쾌하고 가벼운 탓이다. 전지현과 함께 출연했던 ‘엽기적인 그녀'(2001)가 그랬고 ‘복면달호'(2007)와 ‘과속스캔들'(2008)이 그랬다. 차태현 영화를 본다는 건 가볍게 웃다가 나온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헬로우 고스트'(2010)가 그런 믿음을 배신하기는 했어도 아무튼 차태현 표 영화에 대한 기대는 그런 식이다.

그럼 이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어떨까? 차태현을 믿고 봐도 될만한 영화일까? 아쉽게도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니오’다. 차태현만 믿고 보기에는 웃음 포인트가 불분명하다는 게 그 이유다. 능청스러운 표정으로 은근한 웃음을 유도하는 차태현식 코미디도 없고 그렇다고 대놓고 깔깔댈 만큼 웃기지도 않는다. 코미디려거든 더 웃겼어야 했고 드라마려거든 더 심각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수준에 머무르고 말았다.

이 영화에서 차태현의 역할은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별다른 활약도 없다. 그렇다고 다른 인물들의 특성이 부각되는 것도 아니다. 오지호의 시계는 추노에 머물러 있고 민효린의 역할은 극히 일부이며 그나마 성동일이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이라고는 해도 고창석과 신정근의 유머는 기대에 다소 미흡하다. 이들의 연기를 보면서 한껏 웃기를 바랬다면 큰 실망을 할 게 분명하다.

금궤와 얼음을 훔치기 위해 10명이 합심하는 내용은 많은 부분에서 300억짜리 다이아몬드를 훔치기 위해 10명의 전문가가 출동하는 영화 ‘도둑들’과 닮았다. ’10인의 도둑 1개의 다이아몬드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와 ‘금 보다 귀한 얼음을 훔치러 조선 최고의 꾼들이 모였다!’는 포스터 문구까지 비슷해 보일 정도다. 비슷한 시기에 나란히 개봉하지 않았다면 표절까지는 아니더래도 최소한 아이디어 차용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을까 싶다.

네이버 영화에서는 이 영화에 대해 네티즌 평점 7.75와 전문가 평점 5.75로 상당히 엇갈리는 반응이며 다음 영화에서도 네티즌과 전문가 평점은 7.4와 5.0으로 적지 않은 괴리를 보이고 있다. 다만 뒤로 갈수록 부정적인 시각이 많아지고 있으므로 네티즌 평점은 더 내려갈 수도 있겠다. 차태현 때문에 400만의 기적을 이루기는 했어도 이 영화 이후로 다시는 차태현 영화를 보지 않겠다는 소리는 심상치 않게 들린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코미디, 액션 | 한국 | 121분 | 2012.08.08 개봉 | 감독 : 김주호
출연 : 차태현(이덕무), 오지호(백동수), 민효린(백수련), 성동일(장수균)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