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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자식에 대하여 그리고 케빈에 대하여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자식에 대하여 그리고 케빈에 대하여

케빈1

세상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자식이다. 오죽하면 너도 낳아서 길러봐라고 하는 말이 나올까. 살아가는 데 있어 정답은 없다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문제 가운데 하나가 자식 문제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다. 무조건 베푼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고 엄하게 기른다고 해서 달라질 일도 아니다. 상황과 성향에 따라 달리해야 하는데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던가.

가끔은 될 대로 되라고 손 놓고 싶을 때도 있는 게 사실이다. 전생에 무슨 죄가 많아서라며 자책하기도 하고 너 죽고 나 살자며 이판사판으로 달려들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게 부모다. 세상 모두가 손가락질하고 나무래도 자기 자식에게만은 그럴 수 없는 게 부모의 운명이다. 낳았으니 길러야 하고 어쨌든 사람 구실 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해야 한다. 부모란 그런 것이다.

케빈의 엄마도 마찬가지였다. 한 남자를 사랑했을 뿐인데 생각지도 못하게 아이가 생겼다. 혼란스러웠지만 운명으로 받아들였다. 유명한 여행가로서 저명한 작가로서 자유롭게 살고도 싶었으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한 남자의 아내로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 사는 것도 뜻깊은 일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던가. 쉬운 선택은 아니었지만 받아들이기로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도 힘겨웠다. 아이로 인한 감사와 행복은 잠시였고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였으니 끔찍할 뿐이었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엄마를 괴롭혔다. 잠도 자지 않고 자지러지듯 울어대니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도 아빠 앞에서는 유순한 아이였다. 무슨 복수라도 하려는 듯 오직 엄마한테만 악다구니를 썼다.

아이의 행태는 자라면서도 변하지 않았다. 똥오줌을 가릴 나이가 되었어도 그러지를 못했고 말을 해야 할 시기가 지났음에도 말은커녕 이상한 소리만 냈다. 혹시나 문제가 있는 건가 싶어 병원에 데려가봐도 지극히 정상이라는 말만 들을 뿐이었다. 밖에서 일하다 들어와 아이의 일부분만 보는 아빠에게는 별문제가 아닐지 몰라도 하루 종일 같이 붙어있어야 하는 엄마에게는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었다.

가끔은 엄마를 괴롭히기 위해 태어난 아이 같았다. 똥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를 위해 기저귀를 갈아주면 보란 듯이 다시 똥을 쌌고 식빵에 잼과 버터를 가득 바른 후 그대로 식탁에 뭉갰다. 아빠가 보기에는 사랑스러운 아들이었지만 엄마에게는 악마와도 같았다. 신경질적으로 아이를 내동댕이쳤다가 팔이 부러지는 불상사까지 생길 정도였다. 도대체 둘 사이에는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영화 ‘케빈에 대하여’는 이렇듯 막장을 향해 치닫는 엄마와 아들에 관한 이야기다. 케빈은 커서도 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더욱 교묘하게 엄마를 괴롭힌다. 사고 치면서 자란다지만 케빈의 경우에는 해도 너무했다. 엄마를 말려 죽일 속셈으로 보일 만큼 지나쳤다. 그리고 그 정도는 갈수록 심해지면서 결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끔찍한 사고로 이어지게 된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케빈이 엄마에게 왜 저러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엄마의 잘못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이의 울음에 지친 나머지 콘크리트 공사장 소음 속에 장시간 서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의 울음보다는 차라리 그 소리가 더 견딜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는데 그때의 소음이 아이에게 충격이 되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케빈의 행동은 도가 지나쳤다. 그리고 이 영화는 끝까지 그 이유를 밝혀주지 않는다. 다만 소년원에서 성인교도소로 가게 되는 날 이제는 이유를 알고 싶다는 엄마에게 케빈은 말한다. 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고. 영화는 그렇게 끝나지만 동시에 관객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케빈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발견했느냐고.

자식이 열두 살이면 부모도 열두 살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이도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들이 사실은 부모로서도 처음이라는 말이다. 서로가 처음이기에 시행착오는 필연일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에바도 그렇고 케빈도 마찬가지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케빈은 엄마의 관심을 끌고 싶어 일부러 삐뚤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케빈이 일으킨 참사와 비극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있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릴 수 없는 부모에게 자식은 여전히 어려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케빈에 대하여(We Need to Talk About Kevin, 2011)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 영국, 미국 | 112분 | 2012.07.26 개봉 | 감독 : 린 램지
주연 : 틸다 스윈튼(에바), 이즈라 밀러(케빈), 존 C. 레일리(프랭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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