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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억울하게 쫓겨난 원혼들을 위한 꿈의 구장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억울하게 쫓겨난 원혼들을 위한 꿈의 구장

꿈의구장1

아들을 낳게 되면 꼭 해보고 싶은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아들 녀석과 함께 나란히 앉아 다정하게 2인용 전자오락을 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글러브를 끼고 야구공을 주고받는 캐치볼을 하는 것이었다. 특별히 남아를 선호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아들을 낳게 되면 그 두 가지는 꼭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들을 낳았다. 꼭 아들만 낳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큰 아이에 이어 작은 아이까지도 사내 녀석이 나왔다. 소니에서 나온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축구 게임을 하고 글러브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캐치볼을 했다. 아들 낳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가족 영화를 보면 부모가 아이들의 야구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만큼 야구를 좋아하고 야구가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뜻이리라. 미국인들의 삶이 실제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우리와 비교해 볼 때 그런 모습이 부러웠던 게 사실이었다.

케빈 코스트너 주연의 영화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1989)은 야구 영화이면서 동시에 가족 영화다. 다소 황당한 스토리이기는 해도 야구와 부정(父情)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잘 버무려 놓았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애정 표현에 인색하기만 하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이 영화의 주된 키워드는 “If you build it, he will come”이라는 말이다. 30대 중반의 평범한 농부인 레이 킨셀라(케빈 코스트너)는 자신의 옥수수밭 한가운데에서 정체 모를 목소리를 접하게 된다. “니가 만들면 그가 올 것이라”는 뜬금없는 내용이었다.

무엇을 만들라는 것인지 언제 만들라는 것인지 알 수도 없었거니와 설령 만든다 해도 누가 온다는 소리인지 알 수 없었지만 몽환처럼 옥수수밭 한가운데에 펼쳐진 야구장을 보고 그것이 야구장임을 직감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야구장을 만들게 된다.

미지의 소리라는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는 판타지 요소가 강하다. 가족의 생계에 대한 고려도 없이 옥수수밭을 뒤엎어 야구장을 만들고 이미 세상을 떠난 전설의 야구 선수들이 나타날 뿐만 아니라 목소리가 이끄는 데로 다닌다는 설정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잔한 감동으로 남는 것은 그 속에 사랑과 꿈이 숨어있기 때문일게다.

레이 기억 속의 아버지는 항상 찌들어있던 모습이었다. 그런 아버지가 싫어 밖으로 나돌던 아들이었지만 이제 자신이 그 나이가 되어보니 비로소 아버지에게도 꿈이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생계를 꾸려야 했던 아버지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놓여 있었지만 가슴에는 못다 이룬 꿈을 담아 놓고 있었던 것이다.

꿈의 구장에서는 모두가 꿈을 이룰 수 있다. 1919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야구장을 떠났던 전설의 선수에게도, 메이저리그에서 단 한 타석에도 서보지 못하고 은퇴해야 했던 후보 선수에게도 그리고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었던 레이의 아버지에게도. 그리고 레이는 깨닫게 된다. 미지의 목소리가 왜 자신에게 야구장을 지으라고 했었는지, 과연 누가 온다는 말인지를…

꿈의 구장(Field Of Dreams, 1989)
판타지, 드라마 | 미국 | 107분 | 1991.07.06 개봉 | 감독 : 필 알덴 로빈슨
주연 : 케빈 코스트너(레이 킨셀라), 에이미 메디건(애니 킨셀라), 레이 리오타(맨발의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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