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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나쁜놈들

가끔은 정의가 살아있기는 한 건지 의심스러울 때가 있다. 복 받아야 할 만큼 좋은 사람들은 굶주리고 헐벗는데 비해서 벌 받아야 할 정도로 나쁜 놈들은 배불리 잘 먹고 잘 산다는 데서 그런 회의는 극에 달하게 된다. 도대체 정의는 어디에 있으며 그 정의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 정의가 세상에 존재하기는 하는 건가.

한때 건달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이 있었다. 겉멋에 취해서 패거리로 몰려다니다가 약한 자들을 괴롭힐 뿐만 아니라 그들이 힘들게 벌어들인 돈마저 갈취해가던 나쁜 놈들이었다. 도대체 귀신은 뭐하나 싶은 말이 저절로 튀어나오게 만들 정도로 악당들이었고 사회의 암적인 존재들이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최민식)도 그런 부류의 인간이다. 부산 세관에서 일하며 나름대로 착실히(?) 가정을 지켜온 남자였지만 그는 이미 각종 비리와 부패에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찌들어 있었던 사내였다. 부당한 뇌물을 챙기거나 세관에 압수된 밀수품에 손을 대기도 하는 그에게 착하게 산다는 명제 자체가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는 항상 편법만을 쫓았다. 문제가 닥치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보다는 누구를 통해서 해결할 것인가 하는 생각에만 골똘했고 정상적인 방법보다는 비정상적인 방법만을 찾아다녔다. 어느덧 무슨 일이든지 처리할 수 있는 로비의 신이 되어 있었던 것은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의 탐욕으로 세상은 더욱 어지러워질 뿐이었다.

내용만 보면 이 영화는 1980년 10월 13일 노태우 대통령이 민생치안 확립을 위해 선언했던 ‘범죄와의 전쟁’보다는 부제인 ‘나쁜 놈들 전성시대’가 더 어울리는 영화다. 부산 건달 최형배(하정우)와 최익현(최민식)이 손을 잡으면서 부산의 최대 이권들을 접수하는 내용이 주로 그러져 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범죄와의 전쟁’ 부분은 다소 농도가 옅게 그려졌다는 점은 아쉬운 일이다.

2012년 2월 2일에 개봉했던 이 영화는 무려 468만여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면서 그해 상반기에 개봉된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영화로 자리매김했다.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높았던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리 개운치가 못한 게 사실이다. 영화 속의 세상은 그야말로 나쁜 놈들의 세상이 그대로 펼쳐져 있는 이유에서다. 우리 사는 세상이 정말 그래도 괜찮을 것일까.

최민식이 맡은 최익현이라는 인물은 한마디로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존재다. 어떤 상황에서도 돌파구를 찾아내는 능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는 인맥의 대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인맥이라기보다는 더럽고 추잡한 청탁과 로비의 결과였다. ‘범죄와의 전쟁’ 속에서 그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능력의 힘이었을런지도 모른다. 그런 청탁이 통하는 세상을 인정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불편한 내용들만 아니라면 8~90년대를 살아온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선물하기도 한다. 도입 부분에서는 휘버스의 ‘그대로 그렇게’가 흐르고 나이트클럽에서 런던 보이스의 노래 ‘Harlem Desire’와 ‘I’m Gonna Give My Heart’ 등이 흥겹게 흘러나온다. 또한, 짝퉁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3인조 소방차도 만나볼 수 있다. 힘겨웠던 시간들이었지만 돌아보면 그 시절에도 낭만이 있었으니 그나마 견디며 살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2011)
범죄, 드라마 | 한국 | 133분 | 개봉 2012.02.02 | 감독 : 윤종빈
주연 : 최민식(최익현), 하정우(최형배), 김판호(조진웅), 김서방(마동석)12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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