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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오늘 아내에게 카사노바를 선물했다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오늘 아내에게 카사노바를 선물했다

내아내의모든것3

남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여자의 질문 중에 “나랑 누구(이 경우 대개 가족 중 하나다)랑 물에 빠지면 누구를 먼저 구할 거야?” 하는 것과 “다음 생에 태어나도 나랑 다시 결혼할 거야?” 하는 것이다. 앞의 질문에 대해서는 대충 둘러댈 수 있다지만 뒤의 질문에 이르러서는 한 번쯤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이 지긋지긋한 생활을 다음 생에까지 이어가야 한단 말인가.

해도 후회하고 안 해도 후회하는 게 결혼이다. 해본 사람들은 자유를 버리고 왜 결혼을 선택했을까 후회하게 되고 안 해본 사람은 결혼해서 남들처럼 살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결혼이란 어려운 결정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도 아니다. 앞날은 아무도 모르는 이유에서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이라 해도 열흘을 피어있기 어려운데 하물며 간사하기 그지없는 사람의 마음이 그러할 수 있으랴.

연애와 결혼의 차이는 연애할 때는 보이지 않던 모습들이 결혼하고 나서는 심각할 정도로 눈에 잘 보인다는 점이다. 두현도 그랬다. 일본 유학 중에 만났던 정인의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결혼에 이르렀던 것인데 7년이란 세월이 흐른 지금에 와서 보면 그때의 순정적인 모습은 남아있지 않고 줄담배 피면서 팬티 바람으로 잔소리만 해대는 정체불명의 모습만 남아있었다. 그런 여자인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결혼까지는 하지 않았으리라.

아침이면 동네 창피하게 신문 배달부와 목청 높여 싸우기 일쑤고 화장실에까지 따라와서 미주알고주알 수다를 늘어놓기도 한다. 엉덩이를 벅벅 긁어가며 만든 과일주스는 무조건 원샷해야 하고 심지어 큰일을 보고 있을 때도 마셔야만 한다. 싸면서 시집 읽는 것보다 싸면서 먹는 게 덜 위선적이라는 주장이었다. 도대체 예전의 사랑스럽던 그 모습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이런 해괴한 모습만 남은 것일까.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은 아내에게서 도망가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다. 아내가 연애하던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와 주면 좋으련만 그럴 수 없다면 차라리 도망이라도 가고 싶은 남자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강원도 공사현장을 자청해 보지만 거기까지 따라온 아내를 보고 절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이 지긋지긋한 여편네를 떼어낼 수 있단 말인가.

1994년작 ‘마누라 죽이기(How To Top My Wife)’에서 박봉수(박중훈)는 아내 장소영(최진실)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킬러(최종원)를 고용하기로 했다. 찬바람이 쌩쌩 도는 깐깐한 마누라만 없다면 자신이 제작하는 영화의 매력적인 여배우 혜리(엄정화 분)와 새살림을 차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에서다. 하지만 혜리도 언젠가는 소영과 같은 마누라의 본색을 드러내게 되리라는 사실을 봉수는 알고나 있었을까.

아무튼 두현(이선균)도 봉수와 비슷한 결정을 내린다. 차이가 있다면 아내 정인(임수정)에게 킬러가 아니라 희대의 카사노바(류승룡)를 고용하는 일이었다. 아내를 유혹해서 제발 자신의 곁을 떠나게 해달라는 바램이었다. 자신에 대한 정인의 집착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이혼하고 혼자 사는 친구가 부럽지 않으리라. 그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데…

이 영화의 감상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류승룡의 느끼한 버터 연기이고 다른 하나는 아내에 대한 두현의 심경변화라 하겠다. 결국, 이 두 가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어야 재미있는 영화가 될 것이라는 말인데 이 영화는 두 가지에 모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즉 적당히 웃길 때 웃기면서 ‘있을 때 잘하라’고 하는 주제에서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름대로의 주제의식을 가진 영화라 하겠다.

영화 곳곳에 숨어있는 유머코드는 비교적 신선한 편이다. 여기에 남자가 보기에도 상당히 매력적인 캐릭터였던 류승룡의 느끼한 카사노바 연기가 더해지면서 전반적으로 경쾌한 분위기로 이어졌다. 어쩌면 극 중 아내인 정인은 남편인 두현에게서 커다란 선물을 받은 셈인지도 모르겠다. 물론 정인을 꼬셔달라고 장성기에게 부탁했던 두현의 목적은 그게 아니었지만 어쨌든 서로에게 짜릿한 자극이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고로 남의 떡이 더 커보이고 남의 여자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아내도 달라 보이는 법인가 보다.

내 아내의 모든 것(All About My Wife, 2012)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21분 | 개봉 2012.05.17 | 김독 : 민규동
주연 : 임수정(연정인), 이선균(이두현), 류승룡(장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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