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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메이저리거의 뒤바뀐 처지

이대호

처음에는 김현수가 걱정이었다. 시범 경기 성적도 좋지 않은 데다 마이너리그에 대한 압박까지 가해졌다. 개막전에서 홈 팬들은 야유를 보내기까지 했다. 이대호도 걱정이었다. 애덤 린드에 밀려 선발로 나설 기회가 좀처럼 주어지지 않았다. 가뜩이나 나이도 많은데 타격감과 경기 감각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재활 중인 강정호나 이대호와 같이 뒤늦게 빅리그에 뛰어든 오승환도 걱정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에 비해 박병호는 순풍에 돛을 단 듯 보였다. 출전 기회도 보장되어 있었고 팀에서 거는 기대도 컸다. 4월 5일(이하 한국시간) 볼티모어와의 개막 경기에서부터 첫 안타를 신고했고 4월 9일 캔자스시티 전에서는 3경기 만에 데뷔 첫 홈런도 생산해냈다. 하지만 전반기를 마친 지금 그들의 처지는 정 반대로 바뀌어 있다.

1. 이대호 (시애틀 매리너스)
경기 64 / 타수 177 / 타율 .288 / 홈런 12 / 볼넷 10 / 출루율 .330 / 삼진 38 / OPS .844

철저한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상대 선발이 좌완일 경우에만 겨우 출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이대호는 실력으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시켰다. 4월 14일 텍사스와의 경기에서 10회말 대타로 타석에 들어선 이대호는 짜릿한 끝내기 홈런으로 팬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64경기 177타석에서 기록한 타율은 2할 8푼 8리에 12홈런과 37타점. 남들 반 밖에 출전하지 않고도 전반기 동안 상위권의 성적을 남겼다.

2. 오승환 (세인트루이스)
경기 45 / 투구이닝 45.1 / 승패 2승 2세이브 14홀드 / 평균자책점 1.59 / 삼진 59 / WHIP 0.86

한국과 일본에서 최고의 마무리로 활동하던 오승환이었지만 미국에서는 물음표가 달려 있었다. 게다가 세인트루이스에는 트레버 로젠탈이 마무리로 버티고 있었다. 오승환은 시그리스트, 브룩스톤과 함께 미들맨으로 빅리그  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그러다 로젠탈의 구위가 떨어지면서 마이크 메시니 감독은 집단 마무리 체제를 선언했고, 종내에는 오승환을 새로운 수호신으로 낙점하기에 이르렀다.

3. 김현수 (볼티모어)
경기 46 / 타수 152 / 타율 .329 / 홈런 3 / 볼넷 18 / 출루율 .410 / 삼진 22 / OPS .864

마이너리그행을 거부하고 빅리그에 남은 김현수의 앞에는 가시밭길이 펼쳐져 있었다. 벤치만 지키고 있던 김현수가 처음 경기에 나선 것은 개막하고 일주일이나 지난 4월 11일이었다. 이를 악물고 타석에 들어선 김현수는 데뷔 경기에서 안타와 득점을 맛볼 수 있었다. 그 후에도 드문드문 경기에 나서야 했으나 그럴 때마다 최선을 다한 결과 이제는 팀 내에서 가장 높은 타율을 자랑하게 되었다.

4. 강정호 (피츠버그)
경기 53 / 타수 165 / 타율 .248 / 홈런 11 / 볼넷 12 / 출루율 .326 / 삼진 44 / OPS .835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와의 경기에서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 태클로 왼쪽 무릎을 다쳐 기나긴 재활을 거쳐야 했던 강정호가 복귀한 것은 5월 7일이었다. 복귀하자마자 강정호는 멀티 홈런포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러나 잘 나가던 강정호가 또다시 시카고에 발목이 잡힌 것은 성폭행 혐의 때문이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나 강정호의 방망이가 식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어 보인다.

5. 추신수 (텍사스)
경기 31 / 타수 117 / 타율 .274 / 홈런 7 / 볼넷 18 / 출루율 .388 / 삼진 29 / OPS .884

4월 10일 종아리 부상을 당했던 추신수는 40일 만에 그라운드에 나섰다가 또다시 햄스트링 통증을 느껴야 했다. 그리고 25일이 지난 5월 24일 오클랜드와의 경기에 복귀해서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올렸다. 부상으로 인해 출전 경기는 많지 않았으나 7개의 홈런과 4개의 리드오프 홈런을 기록했고 출루 머신답게 팀 내 출루율(.388) 선두를 달리고 있다.

6. 박병호 (미네소타)
경기 62 / 타수 215 / 타율 .191 / 홈런 12 / 볼넷 21 / 출루율 .275 / 삼진 80 / OPS .684

시작은 화려했다. 데뷔 전에서 안타를 기록했고, 홈런도 펑펑 터졌다. 4월에만 6개의 홈런으로 30홈런까지 바라보게 만들었다. 대형 홈런으로 현지 중계진의 탄성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하지만 빠른 볼에 대한 약점을 드러내면서 삼진은 늘어났고 타율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끝내 빅리그 타율 최하위로 쳐진 박병호는 7월 3일 미네소타 산하 트리플 A 로체스터 레드윙스로 내려갔다.

7. 류현진 (LA 다저스)
경기 1 / 투구이닝 4.2 / 승패 1패 / 평균자책점 11.57 / 삼진 4 / WHIP 2.14

기나긴 부상의 터널에서 벗어나 류현진이 다시 마운드에 오른 것은 640일 만인 7월 8일이었다. 초반에는 시속 92마일(148km)까지 나왔지만 나중에는 시속 85~86마일(137~138km)로 떨어졌다. 1회초 샌디에이고 첫 타자 멜빈 업튼 주니어에게 홈런까지 맞았다. 게다가 수비수의 어수선한 플레이와 타자들도 도와주지 않은 탓에 복귀전부터 패배를 받아들여야 했다.

8. 최지만 (LA 에인절스)
경기 16 / 타수 24 / 타율 .083 / 홈런 0 / 볼넷 8 / 출루율 .313 / 삼진 7 / OPS .438

올 시즌을 앞두고 룰5 드래프트로 LA 에인절스 유니폼을 입은 최지만은 4월 23일에서야 데뷔 첫 안타를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좀처럼 안타가 터지지 않으면서 5월 12일 지명할당 조치되었다. 그 후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하던 최지만은 1루수 C.J. 크론의 부상에 따라 59일 만인 7월 10일 다시 빅리그 무대를 밟을 수 있었고, 7월 10일에는 데뷔 첫 2루타까지 뿜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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