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인 올해는 짝수 해다. 홀수 아니면 짝수인 게 지극히 상식이거늘 짝수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짝수 해만 되면 괴력을 발휘하는 미국 프로야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때문이다. 짝수 해인 2010년과 2012년, 그리고 2014년은 샌프란시스코가 월드 시리즈에서 우승한 해이고 특히 2014년에는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월드 시리즈를 제패하는 신화를 이루기도 했었다.
짝수 해답게 올해 샌프란시스코는 거침이 없이 내달렸다. 올스타전이 있기 전까지 텍사스를 제치고 메이저리그 전체 승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반기 샌프란시스코의 성적은 57승 33패로 승률이 .633이었다. 아메리칸리그 1위 팀 텍사스나 내셔널리그 2위 팀 워싱턴(이상 54승 36패)에 비해 3승이 더 많았다. 서부지구 2위인 LA다저스(51승 40패)에게는 5.5경기로 앞서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서부지구 1위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전체 승률 1위로 전반기를 마친 데다 무엇보다 짝수 해라는 사실이 그를 증명하는 듯싶었다. 하지만 후반기 들어 이상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후반기 첫 경기부터 샌디에이고에게 1:4로 패하더니 내리 6연패를 당했다. 양키스에게 한 번 이기고는 다시 2연패. 신시내티 전에서 연패를 끊었으나 다시 3연패를 당했다.
그사이 전반기에 벌어 놓은 승수를 까먹기 시작했고 최고 승률은 텍사스에게 내주고 말았다. 서부지구 2위 팀 LA 다저스로부터 추격 당하기 시작한 샌프란시스코는 기어코 추월을 허용하고 말았다. 지난 8월 17일이었다. 9월 26일 다저스가 지구 우승을 확정 지을 때도 샌프란시스코는 1장 남은 와일드카드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정규 리그 마지막 날에서야 세인트루이스의 추격을 따돌리고 와일드카드 티켓을 거머쥘 수 있었다.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열린 10월 6일(한국시간) 뉴욕 시티 필드에서 샌프란시스코는 9회초 코너 길라스피의 결승 3점포에 힘입어 3:0으로 뉴욕 메츠를 꺾고 디비전 시리즈에 올랐다. 2014년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2014년 월드 시리즈 5차전에 이어 완봉승을 거둔 메디슨 범가너는 포스트시즌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이어갔다.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역대 최장 무실점 기록이다.
뉴욕 메츠의 선발 투수 노아 신더가드 역시 7이닝 동안 10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역투했으나 투구 수에 발목을 잡혔다. 7회까지 108개의 공을 던진 신더가드는 8회부터 에디슨 리드에게 공을 넘겨야 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와일드카드에서 10번째로 많은 탈삼진 기록이었다. 신더가드는 108개의 공 중에서 98마일 이상 되는 패스트볼을 무려 42개나 던졌다.
어쨌든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짝수 해를 맞아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승리했다. 디비전시리즈 상대는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103승의 시카고 컵스지만 그래서 더욱 극적이다. 최하위로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샌프란시스코의 대역전극이냐 아니면 1945년 이후 월드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한 시카고 컵스 염소의 저주 탈출이냐. 10월 7일부터 그 드라마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