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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하정우와 공효진의 잘못된 만남, 러브픽션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하정우와 공효진의 잘못된 만남, 러브픽션

러브픽션

공효진이라는 이름은 사랑스러운 여인의 대명사다. 비록 김태희처럼 화려한 미모를 자랑하지는 않지만, 김태희만큼 사랑스러운 매력이 있는 여배우이기 때문이다. 저속한 표현으로 한눈에 뿅 갈 정도로 매력적인 배우는 아닐지 몰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서서히 그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드는 배우인건 확실하다. 드라마 ‘파스타’에서 그랬고 ‘최고의 사랑’에서도 그랬다.

그 사실을 아는 공효진은 일부러 예쁜척하지 않는다. 자기 스스로도 예쁜 배우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게다. 그보다는 자연스러운 연기로 승부하는 배우다. 마치 그녀의 연기를 보고 있노라면 연기가 아니라 실제 상황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성격 고약한 쉐프와 사랑에 빠진 서유경 역을 맡았던 ‘파스타’에서 그녀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정말 이선균과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고 착각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공효진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이유다.

공효진이라는 이름을 남자 배우에게 대입한다면 아마도 하정우라는 이름과 가장 가깝지 않을까 싶다. 조각 같은 모델처럼 잘생긴 것도 아니고 체격이 좋은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부티나게 고급스러운 외모도 아니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볼 때 그리 눈에 띌만한 배우는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의 활약을 보면 정상급 배우라는 표현이 아깝지 않을 정도 돋보이는 배우다.

하정우의 매력은 공효진처럼 연기가 생활처럼 자연스럽다는 점이다. ‘추격자’에서는 소름 끼치는 살인마로, ‘멋진 하루’에서는 한심한 양아치로, ‘국가대표’에서는 미국에서 온 재미 스키선수로, ‘황해’에서는 연변에서 온 살인청부업자로, ‘의뢰인’에서는 댄디한 변호사로,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부산 최대 조직의 젊은 보스로 쉴 새 없이 변신해왔지만 언제나 자신의 옷을 입은 듯 자연스러웠다. 하정우만이 해낼 수 밖에 없는 역할로 보일 정도였다.

그 둘이 만난다면 과연 어떤 작품이 탄생하게 될까? 또 하나의 명작으로 남을 수 있게 될까? 그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영화가 바로 ‘러브픽션’이다.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2.5류 소설가 구주월 역을 맡았고 공효진은 영화수입사 직원 희진 역을 맡았다. 설정이야 아무렴 어떠랴. 아무리 허황된 스토리라 하더래도 둘만의 매력으로 모두 커버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이 영화에서 하정우는 도대체 하정우 같지 않았고 공효진은 전혀 공효진답지 않았다. 하정우만의 매력도 없었거니와 공효진만의 사랑스러움도 없었다. 그렇다고 자연스럽기나 할까. 그 또한 아니었다. 이 영화에 나오는 하정우와 공효진이 내가 알고 있는 하정우와 공효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배역에 어울리지 못하고 각기 따로 놀고 있었다.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역설적이지만 공효진은 예쁜척하지 않을 때가 가장 예쁘다. 화장으로 떡칠한 화보에서의 그녀는 결코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수수하게 꾸밀 때 그녀만의 매력이 나타나는 법이다. 고급 브랜드 보다는 친숙한 중저가 브랜드에 더 어울리는 배우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 영화는 공효진으로 하여금 억지로 고급 브랜드 옷을 입혀 놓은 것처럼 어색하기만 하다.

하정우도 마찬가지다. 그가 출연한 영화 중에서 이처럼 안 어울리는 배역도 처음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그의 최대의 강점은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자연스러움 그 자체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연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도록 만든다. 결국 이 영화에서는 자신의 강점을 잃어버렸다는 말인데 이게 작품이 문제인지 또는 감독이 문제인지 아니면 하정우의 한계인지도 헷갈리도록 만들기도 한다.

이 영화는 영화 속의 소설 형식을 취하는데 이는 영화 속 만화 형식이었던 ‘째째한 로맨스'(2010)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기자기하면서도 가끔은 말초신경을 자극하기도 했던 ‘쩨쩨한 로맨스’보다 재미없을뿐더러 어설프기 그지없다. 공효진과 하정우를 데려다가 놓고도 어떻게 이 정도의 수준 낮은 영화로 만들 수 있었는지 그저 의아할 따름이다.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겨드랑이털’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겨드랑이에 털 난 여자’라고 해야 할 것이다. 웃음 포인트의 소재로도 사용되고 극 중에서 주월과 희진의 갈등도 그 때문에 시작되게 된다. 게다가 그에 착안해서 주월은 삼류 소설의 소재로도 활용한다. 감독은 나름대로 신선한 소재라고 생각했나 본데 내 눈에는 그저 억지로 보일 뿐이다. 감독이 직접 쓴 각본이니 더 기대해서 무엇하랴 싶기도 하고.

배우에게 이름이란 일생을 짊어지고 가야 할 운명과 같다. 그 이름 석 자에 담긴 의미가 다른 누구보다도 더 크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선택한 많은 이들이 모르긴 몰라도 공효진과 하정우라는 이름만 믿고 골랐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공효진과 하정우는 많은 사람들을 배신했다고 해도 틀리지는 않으리라. 이제껏 쌓아온 자신들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앞으로는 작품을 가려서 출연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러브픽션(2011)
멜로/애정/로맨스, 코미디 | 한국 | 121분 | 개봉 2012.02.29 | 감독 : 전계수
주연 : 하정우(소설가, 구주월), 공효진(영화 수입사 직원, 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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