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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서야 밝혀지는 끔찍한 이야기, 돼지의 왕

돼지의왕

꿈도 희망도 없는 현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비참하고 내일도 오늘보다 더 나아질게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영화 ‘돼지의 왕’은 내용마저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만화 형식을 빌렸지만 고단한 현실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다. 환타지는 없고 잔혹한 현실만 남은 셈이다. 성인용 애니메이션인 이 작품이 원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이 영화의 세계는 ‘개’와 ‘돼지’로 나뉜다. ‘개’는 사람들이 예뻐하기 위해 기르는데 비해서 ‘돼지’는 처음부터 먹기위해 기른다는 이유에서다. 그걸 모르는 돼지들은 그저 주는대로 먹고 좁은 우리에서 띠룩띠룩 살만 찌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의 몸을 살찌우는 일은 자신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들을 위한 행위가 되고 만다. 정작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채 남좋은 일만 한다는 말이다.

영화의 주된 공간은 교실이다. 얼핏 모두가 평등한 학생일것만 같은 이곳에서도 계급은 나뉘어 지고 개와 돼지로 분류된다. 그리고 소수의 개들은 다수의 돼지들을 철저하게 짓밟고 지배한다. 이러한 모습이 대부분에게는 낯선 풍경은 아닐 것이다. 어느 집단이고 같은 상황이기도 하고 학창시절에도 그와 같은 경험이 한번쯤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 모두들 그 때를 추억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추억이 아니라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도 않고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악몽으로 기억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정종석과 황경민이 그런 부류들이다. 그들에게는 돼지로서 개들의 폭력에 시달리던 그 때의 기억들이 너무 끔찍한 시간들이라서 할 수만 있다면 자신들의 기억에서 몽창 잘라내버리고 싶기만 하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기억 한편에서 자신들을 괴롭히는 이유에서다.

이 영화에서 ‘돼지의 왕’은 돼지들에게 구세주와도 같았던 철이를 말한다. 학급을 지배하던 김민과 맞서 돼지들에게 개들의 탄압과 억압에서 해방될 수도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불어넣어준 인물이다. 하지만 그들이 맞서기에는 개들의 세력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다. 게다가 힘없는 돼지들은 철이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고 철이 혼자서 거대 세력들과 맞서기에는 역부족일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철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야 만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영화 ‘돼지의 왕’은 애니메이션이라는 형식을 빌었음에도 불구하고 환타지를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절망적인 현실을 담고 있다. 경민이 아내를 살해한 첫장면부터 충격적이고 그 이후의 내용들도 불편하기 그지없다. 철이의 죽음에 대한 놀라운 비밀과 반전도 충격적이다. 아마도 애니메이션이 아니었다면 감독이 의도한대로 표현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많은 부분에서 ‘돼지의 왕’은 청룡영화제 신인감독상 수상에 빛나는 윤성현 감독의 ‘파수꾼’과 닮았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갈등과 그로인한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지만 ‘파수꾼’이 너무 현실적이었던데 비해서 ‘돼지의 왕’은 다소 억지스럽기 그지없다. 이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쟝르로 인한 결과일 수도 있다. 영화보다 표현에 제약이 없다보니 다소 막나간 측면이 없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간의 갈등을 가장 잘 묘사한 작품은 이문열의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라고 할 수 있을게다. 엄석대에 맞서는 한병태가 서서히 지배계층에게 무너지고 변절되어가는 모습이 비교적 개연성있게 그려졌던 까닭에서다. 그에 비해 ‘돼지의 왕’은 다소 산만하다. 그때의 끔찍한 기억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지배하고 결국 패배자로 만들었다는 말을 하고싶은듯 한데 개연성이 약하다는 점은 치명적이 아닐 수 없다.

돼지의 왕(The King of Pigs, 2011)
애니메이션, 스릴러 | 한국 | 96분 | 개봉 2011.11.03 | 청소년 관람불가 | 감독 : 연상호
목소리 : 양익준(정종석 목소리), 오정세(황경민 목소리), 김혜나(김철 목소리), 박희본(어린 황경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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