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순간이었다. 까다로운 첫 타자 지안카를로 스탠튼를 2루 땅볼로 잡아낸 오승환이 5번 타자 마르셀 오즈나와 상대하면서 오즈나의 강한 타구에 맞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엉덩이 부근에 맞았으니 망정이지 하마터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오승환을 맞춘 타구는 유격수 방향으로 굴절되면서 내야 안타로 기록됐다.
5:4 한 점 차 경기에서 동점 주자를 출루시키고 6번 타자 J.T. 리얼무토와 상대해야 하는 상황. 게다가 앞 타자의 타구에 맞은 오승환의 몸 상태도 점검이 필요했다. 뼈 부위가 아니라는 이유로 오승환은 괜찮다고 했으나 속단할 수는 없었다. 또한, 3일 연속 출전에 대한 피로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빙의 승부에서 세인트루이스의 위기감은 커져가고 있었다.
오승환에게 숨 돌릴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듯 리얼무토는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148km짜리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타구는 다시 투수를 스치고 중견수 방향으로 향하는 듯싶었다. 그 순간 오승환의 글러브에 맞았고 2루수 방향으로 살짝 꺾였다. 오승환이 오즈나 타구에 맞은 게 불운이었다면 이번은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오승환의 글러브에 맞고 굴절된 리얼무토의 타구를 잡은 2루수 콜튼 웡은 유격수 알레디미스 디아즈에게 토스해 4-6-3으로 이어지는 병살플레이를 완성시켰다. 3일 연속 세이브이자 7세이브째를 따내기 위해 오승환이 던진 공은 10개에 불과했고 최고 구속은 94마일(151km)에 달했다. 세인트루이스는 마이애미를 5:4로 누르고 2연승을 달렸다.
미네소타와 원정 경기를 치른 볼티모어 김현수는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를 얻어냈다. 지난 27일 부상에서 돌아온 후 3경기 연속 안타 기록이다. 첫 타석과 두 번째 타석에서 1루 땅볼과 삼진으로 물러났던 김현수는 5회 좌전 안타를 쳐낸 데 이어 7회에는 볼넷을 얻어내 멀티 출루를 완성시켰다. 하지만 볼티모어는 미네소타에게 2:6으로 무릎 꿇었다.
선발에서 제외됐던 LA 에인절스 최지만은 9회말 좌전 안타로 출루한 알버트 푸홀스 대신 대주자로 나섰다. 0:1로 뒤지고 있던 에인절스는 1사 만루에서 7번 타자 대니얼 나바의 1루 땅볼 때 보스턴 1루수 헨리 라미레즈의 악송구로 3루 주자 트라웃에 이어 2루 주자 최지만까지 홈을 밟음으로써 2:1로 역전승을 거뒀다.
한편, 트리플 A에서 뛰고 있는 박병호는 한 경기 세 개의 홈런이자 3연타석 홈런을 뿜어냈다. 트리플 A 포투켓 포삭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5번 타자 겸 1루수로 선발 출전한 박병호는 5타수 3안타 3홈런 5타점을 기록하며 13:5의 대승을 이끌었다. 박병호의 홈런은 7월 27일 이후 3경기 만이며 최근 10경기에서 8개의 홈런포를 쏘아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