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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지금사랑하는사람과살고있습니까

도발적인 이 물음에 자신 있게 “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본인은 자신 있다고한들 같이 살고 있는 상대방도 같은 대답일 수 있을까? 서로가 사랑해서 결혼했겠지만 그때의 그 사랑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다고 장담할 할 수 있을까?

흔히 남자는 20대 여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10대 시절 중고등학교 여선생님을 짝사랑하는 것도, 20대 대학시절 캠퍼스 커플이 되고자 하는 것도, 30대 대리가 20대 신입 여사원에게 눈독을 들이는 것도, 40대 과장이 부서 여직원에게 짙은 농담을 건네는 것도, 50대 부장이 술집에서 딸 같은 여종업원을 찾는 것도 모두 남자가 20대 여자를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실없는 농담을 꺼내는 것은 남자는 여자에 대한 기준이 변한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영원한 사랑인 줄 알았는데 그 사랑이 영원하지 않다는 진리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조신한 분위기가 좋아서 결혼했는데 살다 보니 답답해하는 것도 그렇고 활달한 성격이 좋아서 결혼에까지 이르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여자다운 면을 느낄 수가 없더라 하는 식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여자라고 다르지 않을 것이다. 사랑만으로도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남자는 역시 능력이 최고더라고 할 수도 있고 배려심이 많아서 좋았는데 살다 보니 찌질해 보이더라고 할 수도 있겠다. 성실한 면이 마음에 들었는데 남자다운 배짱이 없다고 할 수도 있고 배포가 커서 남자다워 보였는데 뒷수습이 안되는 사고뭉치더라며 울분을 토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일단 살아보고 결혼은 나중에 결정하는 게 더 현명한 일일 수도 있겠다. 우리나라처럼 무작정 결혼부터 했다가 나중에 사네 못사네 하기보다는 서양 사람들처럼 먼저 살아보다가 안 맞으면 그대로 헤어지는 게 더 합리적이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특히 사랑인 줄 알았던 그 사랑이 사랑이 아니더라는 결론에 이르르거나 더 큰 사랑을 만나게 된다면 이런 생각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패션 컨설턴트 유나(엄정화)는 호텔리어 민재(박용우)의 유머러스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다. 민재 또한 유나의 활발하고 적극적인 모습이 좋아 보였다. 하지만 민재가 더 이상 유나에게 설레지 않게 된 것은 지적이고 차분한 조명 디자이너 소여(한채영)를 알고 나서부터다. 유나에게서 사랑이라고 믿었던 감정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유나도 다르지 않다. 민재더러 다른 사람 앞에서 가볍게 행동하지 말고 거만스럽게 굴어보라며 잔소리를 하기 시작한 것은 젊은 사업가 영준(이동건)을 보고 나서다. 영준 또한 조용한 성격의 소여보다는 활동적인 유나가 더 매력적으로 여겨졌고 소여는 차갑고 냉정한 영준보다는 부드럽고 재미있는 민재에게 더 끌렸다. 이들이 위험한 불륜에 빠지게 된 이유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는 2001년작 ‘결혼은 미친 짓이다’를 떠올리게 만든다. 여주인공(엄정화)이 같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각기 정해진 배우자에 메어서 한평생 살아야 한다는 모순(?)을 지적한 영화이기 때문일 게다. 그래서 혼전 애인과 이중생활을 즐기고(결혼은 미친 짓이다) 상대 배우자와 애정행각을 벌인다(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한때 사회적으로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스와핑(swaping)’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뇌리에 떠오른다. 영화 말미에서도 이들의 관계를 눈치챈 최재원이 공개석상에서 ‘스와핑’이라는 말을 입에 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육체를 두고 벌이는 거래가 아닌 사랑이라는 감정에 따른 것이므로 스와핑하고는 거리가 멀겠다. 또한 작정하고 일을 벌인 게 아니라 감정에 충실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는 점도 참작할 필요가 있겠다.

그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만일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적당히 만족하며 살아야 할까 아니면 체념하고 자포자기 심정으로 살아야 할까 그도 아니면 이 영화처럼 한 편의 소설 같고 영화 같고 드라마 같은 극적인 만남을 기대하며 살아야 할까? 다소 위험하고 무책임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이 영화는 어쩌면 그런 사람들에게 대리만족을 주는 영화일는지도 모른다. 기다려봐야 어차피 그놈이 그놈인 게 현실일 테니 말이다.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Love Now, 2007)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 한국 | 116분 | 개봉 2007.08.15 | 감독 : 정윤수
주연 : 엄정화(서유나), 박용우(정민재), 이동건(박영준), 한채영(한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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