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소 의아한 제목이다. ‘완득이’라니. 새로 개봉한 영화에 이런 제목을 붙인 것은 작품에 대한 자신감이었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아무래도 작명에 무지하거나 또는 무관심했거나 둘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제아무리 볼품없는 얼굴이라 해도 남들 앞에 설 때면 이것저것 찍어 바르기 마련인데 너무 맨얼굴을 그대로 드러낸 느낌이기 때문이다. 제목에서 받는 인상이 그리 강렬하지 못 했던 것도 그 때문일 게다.
그런데 이 영화가 예상과 달리 승승장구하고 있다. 2011년 10월 20일에 개봉한 이래 열흘 만에 150만의 관객을 불러 모았다. 그보다 일주일 먼저(10월12일) 개봉했던 ‘리얼 스틸’보다 누적 관객 수 면에서는 50여만 정도 뒤지지만 주간 단위로는 53만의 ‘리얼스틸’보다 오히려 61% 높은 86만이다. 다른 경쟁작이 없기 때문이라고 과소평가할 수도 있겠지만 비수기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분명 의미가 큰 수치라고 하겠다. 도대체 ‘완득이’의 정체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의문을 가지고 영화관으로 향했던 토요일 밤 10시 20분 성신여대CGV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다. 영화에 대한 뜨거운 반응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하겠다. 이 사람들이 볼만한 영화가 없어서 이 시간에 ‘완득이’를 보고 있는 건 아닐 거다. 평일 저녁이라면 몰라도 주말 밤의 경우 보고 싶은 영화가 없다면 안 보고 말면 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칙칙하다. 화려한 카바레 조명으로 시작되지만 그 조명 아래에서 춤추는 건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꼽추였고. 외국인 노동자들과 함께 어울려 사는 좁은 골목길 옥탑방이 주 무대다. 게다가 꽃미남이나 여신급 미모를 자랑하는 여배우가 등장하지도 않는다. 유아인이 주연을 맡았지만 험한 역할에 맞추기 위해서인지 몹시도 망가진 상태였다. 유아인이 개성파였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런데 이 영화에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결손가정의 비행청소년이 주인공이지만 전혀 우울하지 않고 존경해주기 힘든 험한 교사가 등장하지만 전혀 암울하지 않다. 오히려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하고 희생을 깨닫는다. 게다가 주입식 교훈이나 최루탄식 눈물도 없다. 영화가 억지로 깨닫게 하거나 눈물짓게 만드는 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관객 스스로가 교훈을 얻게 되고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되는 식이다.
영화 ‘완득이’는 고등학교 2학년인 도완득(유아인)과 ‘똥주’라 불리는 그의 담임교사(김윤석)를 축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내 생애 최악의 만남’과 같은 홍보문구를 통해서 또 하나의 성장드라마나 학원드라마로 치부될 수도 있지만 이 영화는 무리하지 않고 잔잔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면서 때로는 웃기기도 하고 때로는 울리기도 하는 것이다. 그 자연스러움이 개운한 느낌으로 이어졌다. 제목은 다소 거시기해도 보길 잘했다고 판단한 이유다.
‘완득이’라는 영화는 2008년 봄에 출간된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영화 제목이 ‘완득이’일 수밖에 없는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소설 ‘완득이’는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 등 국내 유수 문학출판사들의 권위 있는 문학상을 휩쓸며 가장 주목받는 신예 작가로 떠오른 김려령의 아주 특별한 성장소설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는 작품이었다.
그렇듯 이 영화의 힘은 좋은 원작을 바탕으로 하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와 더불어서 ‘연애소설'(2002)과 ‘청춘만화'(2006) 등을 연출했던 이한 감독의 깔끔한 연출이 더해졌고 여기에 연기파 배우 김윤식의 소름 끼칠 정도로 능청스러운 연기와 꽃미남에서 문제아로 완벽하게 변신했던 유아인의 노력이 더해지면서 완벽한 영화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 계절에 볼만한 단 하나의 영화를 고르라면 단연 ‘완득이’였다고 하겠다.
완득이(2011)
드라마 | 한국 | 107분 | 개봉 2011.10.20 | 감독 : 이한
주연 : 김윤석(동주), 유아인(완득), 김상호(옆집 아저씨), 박효주(호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