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다시 보고 싶었던 영화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 2003)’가 2013년 12월 재개봉됐다. 지난 2003년 12월 5일에 처음으로 개봉했으니 햇수로 꼬박 10년 만이다. 극장에서 이 영화를 보지 못 했던 커플에게는 고마운 선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조심할 필요가 있다. 영화의 버전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냥 ‘러브 액츄얼리’가 있고 ‘러브 액츄얼리: 크리스마스 에디션’이 있다. 도대체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이란 말인가?
‘러브 액츄얼리’가 남긴 메시지는 ‘사랑은 늘 당신 곁에 있습니다’이다. 마약에 찌들었던 왕년의 팝스타에게도, 애인을 친동생에게 빼앗긴 소설가에게도, 태어나서 처음 사랑을 경험하게 된 꼬맹이에게도, 아내를 잃고 슬픔에 잠겨있던 홀아비에게도, 여자에게 늘 차이기만 하는 찌질에게도, 친구의 아내를 사랑하게 된 비련의 주인공에게도 사랑은 가까이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정에 여념이 없는 영국 수상도 예외는 아니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알고 있던 영화의 내용이다. 그리고 그들은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게 된다. 왕년의 팝스타는 재기에 성공하고, 애인을 뺏긴 소설가는 새로운 연인을 만나고, 첫사랑에 가슴 앓던 꼬맹이는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되고, 아내 잃은 홀아비에게도 새로운 사랑이 찾아온다. 물론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를 흠모하던 사라 만이 정신병동에 입원해 있는 오빠로 인해 파국을 맞게 되지만 그래도 불행하지는 않다.
그리고 또 있다. 10년 전 개봉 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두 명의 남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영화 촬영장에서 만난 두 남녀는 영화를 찍으면서 서로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러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이들의 에피소드가 삭제되어야만 했던 것은 그들의 직업 때문이었다. 두 남녀가 만난 장소는 성인 영화 촬영장이었고 그들의 직업은 에로 배우였던 것이다.
10년 만에 다시 나타난 ‘러브 액츄얼리’는 그래서 두 가지 버전으로 개봉되고 있다. 하나는 10년 전과 똑같은 버전의 ‘러브 액츄얼리’이고 다른 하나는 포르노 커플의 내용이 추가된 크리스마스 에디션이다. 그러니 가족과 함께 보러 가거나 10년 전의 감동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면 크리스마스 에디션이 아닌 그냥 ‘러브 액츄얼리’를 선택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본의 아니게 낯 뜨거운 상황에 놓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그 수준은 어떨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수위가 높을까. 10년 전 영화이고 하니 수위가 높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에로 배우들의 이야기라고는 해도 실제로 스킨십을 갖는다기보다는 그저 하는 시늉만 할 뿐이다. 영화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아마도 주연들의 성애 장면을 대신해서 찍는 대역 배우들로 보이기도 한다. 그러니 연기에 집중(?) 하지 않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게다.
두 커플의 이야기는 생뚱맞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감동적이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그려가다가 느닷없이 에로 배우들의 에피소드라니 홀딱 깨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이 누구에게나 소중하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그리 흉측할 일도 아니다. 오히려 ‘러브 액츄얼리’의 주제에 가장 부합한다고도 할 수도 있겠다. 불륜을 꿈꾸는 가장의 이야기보다 덜 막장이고 수석 디자이너와 잠자리 일보 직전까지 갔던 사라 에피소드보다 야하다고 할 수도 없다. 단지, 상황이 좀 거시기해 보일 뿐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의 분량은 그다지 많지 않다. 포르노(?) 촬영신도 세 번 정도 등장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커플들과 달리 그들의 감정 변화가 그리 크게 와 닿지 않는다는 점은 다소 아쉬운 일이다. 재미있는 것은 삭제라는 굴욕을 당해야 했던 남녀의 남자 배우가 영국드라마 ‘셜록’의 왓슨이자 영화 ‘호빗’의 주인공 마틴 프리먼이라는 점이다. 앗! 이것도 스포에 해당하려나…
러브 액츄얼리 : 크리스마스 에디션 상영중(Love Actually, 2003)
멜로/애정/로맨스, 드라마, 코미디 | 영국, 미국 | 135분 | 2013.12.18 재개봉, 2003.12.05 개봉
감독 : 리차드 커티스 /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출연 : 휴 그랜트(영국 수상), 콜린 퍼스(제이미), 리암 니슨(대니엘), 키이라 나이틀리(줄리엣),
엠마 톰슨(캐런), 알란 릭맨(해리), 로라 린니(사라), 마틴 맥커친(나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