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는
아무리 강력한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저에게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안을 수 있게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저에게는 언제나 안전을 기할 수 있게 하시어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며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화재를 진압할 수 있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저의 목숨을 잃게되면
신의 은총으로 저의 아내와 가족을 돌보아 주소서
시원한 물가에 나를 눕혀주오
내 아픈 몸이 쉬도록 눕혀주오
내 형제에게 이 말을 전해주오
화재는 완전히 진압되었다고
신이시여,
출동이 걸렸을 때,
사이렌이 울리고 소방차가 출동할 때,
연기는 진하고 공기는 희박할 때
고귀한 생명의 생사를 알 수 없을 때
내가 준비되어 있게 하소서
신이시여!
열심히 훈련했고 잘 배웠지만
나는 단지 인간사슬의 한 부분입니다.
지옥 같은 불 속으로 전진할지라도 신이시여,
나는 여전히 두렵고,
비가 오기를 기도합니다
내 형제가 추락하거든 내가 곁에 있게 하소서.
화염이 원하는 것을 내가 갖게 하시고
그에게 목소리를 주시어,
신이시여! 내가 듣게 하소서
저희 업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저희 모든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지키게 하여 주소서
신이시여!
내 차례가 되었을 때를 준비하게 하시고,
불평하지 않고 강하게 하소서
내가 들어가서 어린 아이를 구하게 하소서
나를 일찍 거두어 가시더라도 헛되지는 않게 하소서
그리고,
내가 그의 내민 손을 잡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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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기 재희야, 아직도 너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다. 세상살이가 힘들면 얼마나 힘들겠나. 남들 위해 살아가다 보면 내 자신도 행복해지겠지. 즐겁게 살아가자고 해맑게 웃으며 따뜻함을 안겨줬던 너인데…” (故 윤재희 소방교 영결식에서)
너무 아까운 목숨이었습니다. 스물 아홉. 아직 할 일도 많고 이루어야할 일도 많은 나이인데 그렇게 떠나고 말았습니다. 평생을 지켜주겠다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약속도 지키고 못하고 이제껏 키워주신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겠다는 다짐도 이룰 수 없었습니다.
위험한줄 알면서도 자신의 직업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더 큰 피해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 의식이 그를 화제의 현장으로 이끌었을 것입니다. 힘든 일은 피하고 어려운 일은 외면하고 싶어하는게 사람의 솔직한 마음일텐데 그는 피하지 않고 당당히 그리고 용감하게 맞서 싸웠습니다.
그의 희생이 다시금 어떻게 살아가야할지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하루하루 의미없이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꿈도 잃고 희망도 없이 권태로운 일상을 살고는 있지 않은지 말입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들이 있는지 찾아봅시다. 그리고 해야할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도 찾아봅시다. 더 이상 헛되이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간들은 여러 희생들이 벌어준 삶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하나에 불과하다, 그래도 하나의 존재이다.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없으나 무엇인가를 할 수는 있다. 나는 할 수 있는 것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헬렌 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