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는 또다른 호수의 매력, 속초 청초호

청초정

두 마리의 용이 서로 다른 호수에 살고 있었다. 하나는 수컷이고 다른 하나는 암컷으로 둘은 지하통로를 오가며 밀회를 나누고 있었다. 그러다 어느 어민의 실수로 솔밭에 불이 나는 바람에 수컷이 불에 타 죽고 말았다. 이에 격노한 암컷이 가뭄과 흉어 등의 재앙을 내렸다. 주민들은 기우제와 용신제를 지내 용을 위로하고 한 쌍의 나룻배끼리 힘을 겨루는 민속놀이를 만들었다. 싸움에서 진 마을은 이긴 마을에 술과 음식을 대접하고, 이긴 쪽은 풍어를 맞는다고 믿었다.

설악산에서 바라보면 바다를 사이에 두고 보인다는 두 개의 호수에 얽힌 전설이다. 수컷이 살던 호수가 청초호이고 암컷이 살던 호수는 영랑호이다. 두 호수는 자동차로 약 10분 거리에 이웃해 있다. 애틋한 전설이 전혀 뜬금없는 말은 아니라고 하겠다. 워낙 산 좋고 물 좋은 곳인지라 속초에 가면 산으로 가던가 혹은 바다로 가던가 했었는데 이번에는 모처럼 바다보다 먼저 청초호로 찾았다.

청초호의 규모는 상당했다. 호수라기보다는 바다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의 규모였다. 입구에는 두 마리의 용이 어우러지는 형상의 조형물이 전설을 말해주고 있다. 그 앞으로는 호수를 더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정자 청초정으로 향하는 길이 이어져 있고 우측으로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호수를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다 돌아보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듯해 보인다.

호수 방향으로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 청초정에는 상당히 거센 바람이 불고 있었다. 짠내가 물씬 풍기는 바닷바람과는 또 다른 느낌의 바람이었다. 왼편으로는 적지 않은 고기잡이배들의 모습이 보인다. 바다 바로 앞에 있는 호수에서의 고기잡이라는 사실이 무척 이채롭다. 오른 편으로는 ’99 강원 국제 관광 엑스포’를 상징하는 73.4m의 전망대도 보인다.

청초호 주변은 호수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산책길과 오솔길이 마련되어 있고 녹색나눔숲에서 야생화를 관찰하거나 철새도래지 탐조대에서 야생조류를 관찰할 수도 있다. 주변 시설이 무척 깨끗하게 단장되어 있으므로 주민들의 휴식과 여가 공간으로 손색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여유를 누리거나 가볍게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우리도 잔디밭에 자리 잡고 앉아 준비해 간 닭강정과 함께 느긋한 오후를 누려보았다. 속초의 또 다른 매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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