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 올라 드넓은 속초의 바다를 바라보겠노라고 속초정을 출발해서 등대전망대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6시 반이었다. 여름이고 아직 주위가 훤한 날씨였으므로 바다 구경에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가파른 계단을 서둘러 올라가 보니 중간쯤에 마련된 입구는 굳게 닫혀 있었다. 그제서야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는데 등대전망대 입장시간은 오후 6시까지라고 한다.
허망한 마음이 앞섰지만, 그 정도 높이에서 바라보는 바다도 괜찮은 풍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산과 건물에 가려 일부분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등대전망대 맞은편 임시주차장 너머 갯바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낚시꾼들이 보였다. 거친 바람은 연신 포말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어차피 바다를 보려고 온 길이니 그 바다로 내려가 보기로 했다.
바로 그곳에서 그토록 찾았던 풍경을 만나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으랴. 속초 동명항에는 날카로운 암벽 사이로 파도가 몰아칠 때마다 신비한 거문고 울음소리가 난다는 전설에 따라 이름 붙여진 영금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그 앞으로 구름다리로 이어진 해맞이 정자와 어우러지면 그야말로 한 폭의 동양화가 완성된다. 등대전망대 앞바다로 내려가니 바로 그 그림이 펼쳐져 있었다. 그야말로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영금정은 원래 정자 이름이 아니었다고 한다. 동명동 속초등대 밑 바닷가에 있는 넓고 큰 바위들이 깔려있는 곳이 원래의 영금정이라 부르던 곳이다. 그러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방파제 부근에 정자를 만들어 놓았는데 이 정자 현판에 영금정(靈琴亭)이라는 이름이 쓰면서 정자의 이름이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구름다리로 이어진 해맞이 정자를 찾는 사람들이 더 많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