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전 끝내기 안타의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오승환이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5:2의 리드를 지키기 위해서였다. 신시내티에서는 오승환을 상대하기 위해 듀발을 대타로 내세웠다. 지난 8월 3일 오승환에게 끝내기 3점 홈런을 뽑아냈었던 바로 그 장본인이었다. 악몽을 떠올려 오승환의 심리적 동요를 노리겠다는 속셈이었다.
그런 신시내티의 의도대로 오승환은 듀발의 산을 넘지 못하고 선두 타자를 내보내고 말았다. 1B 2S에서 낮게 들어간 공을 듀발이 제대로 걷어올려 좌전 안타로 연결시켰다. 그래도 오승환은 흔들리지 않았다. 석 점이라는 점수 차가 주는 심리적 안정 때문일 수도 있으나 어쨌든 오승환은 1루 주자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공을 던졌다.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테일러 홀트. 2B 2S에서 오승환의 92마일짜리 패스트볼에 홀트의 방망이가 허공을 갈랐다. 이어 2번 타자 잭 코자트마저 노볼 2S에서 가운데로 들어오는 슬라이더를 멍하니 바라보다 스탠딩 삼진으로 물러났다. 3번 타자 보토가 오승환의 초구를 노렸지만 좌익수 플라이에 그쳤다. 오승환이 14세이브의 로젠탈을 넘어 15세이브를 기록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이틀 전 패전 투수가 됐던 날은 제구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원정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를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게 돼 다행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또한 오승환은 “피츠버그와의 3연전은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치열한 순위 싸움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실수하는 일 없도록 할 것이다. 집중해서 경기에 임하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마이크 메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도 “비록 지난 경기에서 패전 투수가 됐지만, 이번 시즌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며 오승환의 활약에 흡족해했다. 또한 “오승환이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이며 항상 좋은 활약을 보여준다”는 말로 오승환에 대해 칭찬했다.
한편, LA 에인절스와 홈경기에서 선발에서 빠졌다가 2:4로 뒤지고 있던 9회말 투아웃에서 대타로 나왔던 이대호는 유격수 땅볼로 물러났고, 뉴욕 양키스와 경기를 치른 볼티모어 김현수는 출전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