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노숙 대신 선택한 맥도날드

맥도날드

처음부터 그럴 생각은 없었다. 독일에 왔으니 학센과 소시지 요리나 질리도록 먹어볼 요량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프랑크푸르트의 유명 맛집 ‘아돌프 바그너’에서 저녁을 먹었으면서도 맥도날드 간판을 보니 그냥 지나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사정이 있었다. 그 이유가 궁금해? 궁금하면 아래쪽으로…

사실 ‘아돌프 바그너’에서 식사를 마친 후 베를린행 야간열차(CNL; City Night Line)를 타기 위해 프랑크푸르트 남역을 찾아갈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은 의도하지 않게 이미 남역의 위치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작센하우젠으로 향하던 트램이 우리를 남역에 내려주었던 것이다. 프랑크푸르트의 대표 먹거리촌인 작센하우젠은 슈바이처 플라츠와 남역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어 시간 시간을 벌은 김에 작센하우젠 거리를 걷기로 했다. 거리는 야외 테이블로 가득했고 흡사 분당 정자동의 카페촌을 연상케 만들었다. 베를린 야간열차만 아니라면 프랑크푸르트의 밤거리를 마음껏 즐겨보고 싶은 유혹을 강하게 느끼도록 만드는 거리였다. 평일 늦은 시간이어서 그런지 거리는 그다지 붐비지는 않았고 소란스럽지도 않았다. 그래서 더욱 마음에 들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작센하우젠 거리를 걷다가 트램을 타고 남역으로 돌아왔다. 야간열차 시간까지는 두 시간도 더 남아있었지만 12시간이라는 오랜 비행과 7시간이라는 시차를 생각하면 조금은 쉬면서 기다려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럴 때 여행자를 맞아주는 곳이 바로 남역에 있는 맥도날드다. 특히 이곳은 24시간 운영하므로 허기진 속도 달래고 눈도 붙일 수 있는 고마운 곳이기도 하다.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려면 아무래도 주문은 필수일 것이다. 그냥 버틴다 한들 뭐라고 할 거 같지는 않지만, 양심상 그럴 수는 없었다. 작센하우젠에서 배불리 먹었던 것은 아니므로 간식을 겸해서 햄버거(메뉴는 생각나지 않는다는)를 주문했고 한국에서처럼 500원짜리 맥도날드 아이스크림도 주문하려 했으나 이곳은 독일, 그런 메뉴는 없었다. 그 순간 눈에 보인 메뉴가 순대(sundae)였다.

일단 가격으로 볼 때 햄버거는 한국에 비해서 비싼 수준이었고 세트 메뉴도 없었기에 모든 메뉴를 따로따로 주문해야 했다. 햄버거의 맛도 한국보다는 못한듯했고 자꾸 순대라고 부르게 되는 선디(또는 선데이)는 지나치게 달았다. 게다가 초코 시럽과 카라멜 시럽이 올려져 있어서 느끼하기까지 했다. 한국 맥도날드 아이스크림으로 입가심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었다.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곳은 1층뿐만 아니라 2층도 있었는데 관리상의 이유 때문인지 막아놓고 있었다. 가뜩이나 눈치 보이는데 빈자리까지 없으면 더 눈치 보일 판이다. 그래도 꿋꿋이 버텨야 했다. 밖으로 나가면 역에서 노숙을 해야 하는데 위험하기도 하고 바람도 불어서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나마 맥도날드라도 있어주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독일에서의 첫날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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