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말이었다. 7번 타자 마이클 손더스 대신 대타로 타석에 들어섰던 멜빈 업튼 주니어가 볼티모어 세 번째 투수 도니 하트의 일곱 번째 공을 받아쳤다. 타구는 외야로 향했고 담장 근처까지 날아갔다. 김현수가 열심히 쫓아가 좌측 펜스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냈다. 이때 김현수 옆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관중이 던진 음료 캔이었다. 김현수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도 있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볼티모어의 히든카드로 기대를 모았던 김현수는 5일(한국시간) 열린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2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했다. 빅리그 진출 첫해부터 맛보게 된 포스트시즌 승리를 위해 김현수 또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타석에서도 다부지게 방망이를 거머쥐었고, 수비에서도 부지런히 뛰어다녔다. 그러나 볼티모어도 김현수도 토론토에게는 역부족이었다.
김현수로서는 잘 하려고 했던 욕심이 오히려 부담이 되었다. 그동안 한국 프로야구(KBO리그)에서 자신의 발목을 잡았던 포스트시즌의 악몽을 완전히 떨쳐냈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결국 네 번의 타석 모두 빗맞은 땅볼에 그치고 말았다. 1회 2루수 땅볼, 4회 1루수 땅볼, 6회 2루수 땅볼, 8회 1루수 땅볼이 전부였다. 그나마 4회 1루수 땅볼 때 히트앤런으로 병살을 면하고 진루타가 될 수 있어 다행이었다.
토론토 4번 타자 호세 바티스타의 선제 솔로포로 0:1로 끌려가던 볼티모어는 4회 마크 트롬보의 역전 투런포로 전세를 뒤집고 앞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볼티모어의 리드도 오래가지는 못 했다. 5회 에즈키엘 카레라의 적시타로 동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2루타 2개와 안타 1개로도 역전 점수를 내주지 않고 단 1실점에 그쳤다는 점에 안도해야 했다.
9회말 정규 이닝 마지막 수비에서 볼티모어는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선두 타자 조쉬 도날슨에게 2루타를 맞고 무사 2루의 위기에 놓였다. 벼랑 끝에서의 선택은 3번 타자 에드윈 엔카나시온을 고의4구로 내보내고 3회 솔로 홈런을 쳤던 4번 타자 바티스타와 상대하는 것이었다. 모 아니면 도였다. 고맙게도 파티스타가 삼진으로 물러났고 러셀 마틴마저 병살타에 그쳐 경기를 연장으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연장 11회말에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볼티모어는 1사 후에 1번 타자 드본 트래비스와 2번 타자 도날슨의 연속 안타로 다시 1사 1, 3루의 위기에 몰렸다. 다음 타자는 9회 고의4구로 내보냈던 엔카나시온. 볼티모어 벤치는 9회와 달리 정면 승부를 선택했다. 한 번은 어떻게 요행이 따랐을지 몰라도 두 번은 안 되리라는 판단이었을까.
엔카나시온은 오래 기다릴 것도 없이 초구부터 방망이를 휘둘렀다. 외야로 뻗어나간 타구는 그대로 좌측 관중석에 떨어졌다. 볼티모어를 침몰시키는 끝내기 삼점포였다. 이 경기의 승자가 아메리칸리그 최고 승률을 자랑하는 텍사스와 디비전 시리즈를 벌이게 되므로 한국산 타격머신 김현수와 한국산 출루머신 추신수의 만남은 성사될 수 없게 됐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현수는 “초반에 공을 많이 보려고 했는데 쉬운 공을 놓쳤다. 그러다 보니 생각이 많아졌고, 그다음에는 급하게 치다 보니 아쉬웠다. 한국에서 (포스트시즌을) 많이 해봤지만, 이곳에서는 처음이라 생각이 많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기 내용에 대해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성숙해지고 발전할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남겼다.
김 수남
2016년 10월 5일 at 11:09 오후
네,Journeyman님의 야구 소식 항상 감사합니다.저희 위의 두 아들들이 야구광이에요.해설가보다 아마 오히려 더 팀과 모든 선수들에 대해 잘 압니다.년연생이 두 형제가 서로 야구 이야기 나누면서 정답게 이야기하는 것도 보기 좋아요.토론토 블로제이스를 응원하는데 한국 선수가 있으면 양쪽을 다 응원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나중에 야구 구단주가 되고 싶어 할 정도로 야구를 좋아하는 아들들 덕분에 저도 우리나라 선수들 올 때는 늘 야구장을 찾았습니다.박찬호 선수시절은 특히나요.그 때 민훈기기자님이 계셨는데 아들 덕분에 만나 뵙기도 했어요.
소식 소상히 올려 주셔서 김현수 선수 경기 소식 알 수 있어 감사합니다.그런 불미스런 일이 토론토에서 있었다니 야구를 사랑하는 아들들 둔 엄마로서 너무 마음 아프고 토론토 시민을 대표해서 죄송한 마음을 김현수선수께 전합니다.
따뜻하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들 늘 담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journeyman
2016년 10월 6일 at 10:44 오전
저는 아들을 낳으면 두 가지를 해보고 싶었어요.
하나는 2인용 게임이고 다른 하나는 캐치볼이었지요.
다행히 둘째 녀석이 야구를 좋아해서 야구장에도 가고 캐치볼도 하는데 고등학교에 올라간 후로는 공부하기에도 벅찬지 야구에 관심을 끊었네요.
두 아이 모두 야구광이라고 하시니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어제 경기에서 김현수가 제몫을 해주지 못해 안타까웠고 후진적 관중 매너에도 눈쌀이 찌푸려지더군요.
토론토가 디비전 시리즈에서 텍사스와 만나게 되니 추신수를 만나실 수 있겠어요.
저도 메이저리그 경기를 직접 참관하고 싶기는 한데 미국에는 아직 가보질 못했네요.
김 수남
2016년 10월 6일 at 12:17 오후
네,그러셨군요.아드님 낳으시면 하시고 싶은 2가지 해 보셨고 또 앞으로 하실 수 있으심을 축하합니다.아드님이 고교 시절 잠시 관심을 끊은만큼 대학 진학에서 더 좋은 열매도 거두게 될거에요.저희는 아들 둘 모두 일터와 학교 가까운 곳에 있기에 김현수선수 소식 미처 몰랐는데 아마 집에 함께 있었으며 아이들 덕분에 야구 소식 금방 알았을거에요.엊저녁 아들이 잠자기 전에 블루제이스 이겼다는 소식을 전해 주었는데 김현수선수 이야기까진 몰랐습니다.시험 기간이어도 아이들은 야구 경기를 보면서 공부를 했어요.바빠서 구장까지 직접 가진 못하더라도요.큰 아이가 치과의사로 지금 택사스 주에 있는 도시에서 일하는데 추신수선수도 보고 블루제이스 선수들도 보려고 혹시 짬 되면 구장에 갈 수도 있을 것 같아요.저희는 추신수선수 등판 날 맞춰서 토론토 경기 있는 날 응원 많이 하겠습니다.
앞으로 기회 되셔서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직접 우리 나라 선수들이 뛰는 경기 모습을 보실 기회도 생기시길 기도합니다.혹시 토론토 오시게 되면 알려 주세요.토론토 로저스센타가 바로 집 가까이입니다.돔 구장이고 날씨 좋은 날은 지붕을 열고 또 날씨에 따라 닫기도 합니다.우리나라 선수들이
경기하는 야구 소식 늘 잘 들려 주셔서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journeyman
2016년 10월 10일 at 3:13 오후
토론토가 텍사스를 이겼네요.
축하드립니다.
응원하는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처럼 기쁜 일도 없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