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서울 촌놈이라고 하는가 보다. 남해를 대표한다는 요리 중에 ‘멸치쌈밥’이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뭐 먹을 게 있다고 멸치를 쌈밥으로 먹나 싶었다. 그러면서 내가 모르는 다른 무언가가 있나 싶기도 했었다. 그러다 보니 은근히 호기심도 동했던 게 사실이었다. 멸치회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못지않게 멸치쌈밥도 신기하다고 생각했었다. 이번 남해 여행 중에 멸치쌈밥을 가장 먼저 주문했던 이유였다.
사실 원래 목적지는 통영이었다. 하지만 독일마을에서 맥주축제(옥토버페스트)를 한다기에 남해에 먼저 들렀었다. 너무 이른 시간이다 싶어 전통방식으로 고기를 잡는다는 죽방렴 구경을 하자고 핸들을 꺾었는데 어디를 봐도 멸치쌈밥집으로 가득했다. 출발하기 전부터 멸치회와 멸치쌈밥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했던 터라 주저하지 않고 근처의 식당으로 들어섰다.
가격은 9천원이었다. 하지만 주문은 2인부터 가능하기에 혼자서는 맛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멸치회는 中자가 2만원이고 大자가 3만원이었으므로 아침 메뉴로는 적당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멸치쌈밥으로 4인을 주문하는 것도 그리 현명한 선택은 아닌듯싶었다. 그리하여 멸치쌈밥 3인분과 1만원짜리 고등어구이를 주문했다. 고등어쌈밥도 있었지만 일단 멸치쌈밥에 충실하기로 했다.
죽방렴은 대나무로 만든 어구로 고기를 잡는 방식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큰 해역에 V자 모양으로 대나무를 세워놓고 밀물 때 고기들을 불러들였다가 썰물 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가둬놓는다. 이렇게 잡은 물고기들은 그물 같은 어망을 사용해서 잡았을 때보다 상처가 적어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다고 한다. 삼천포 대교로 가는 길에서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 남해 창선대교 아래 지족리 죽방렴이 유명하다.
죽방렴으로 잡는 대표 어종이 멸치다. 죽방렴뿐만 아니라 남해안의 베니스로 불린다는 미조항은 바다에서 잡아온 새벽 멸치털이가 장관이라고도 한다. 남해에서 멸치요리가 유명한 이유라고 하겠다. 도대체 어떻게 나오길래 멸치로 쌈밥을 먹을 수 있을까 기대했는데 비주얼은 그냥 생선조림과 다를 바 없는 듯해서 약간은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손톱만 한 멸치가 아니라 어른 손가락 굵기로 살이 토실토실하게 올라 있었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 멸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개 마른 멸치는 국물용이므로 먹기보다는 걸러내기 일쑤이므로 미심쩍은 마음으로 먹어보았는데 신기하게도 생선 맛이 난다. 크기만 다를 뿐 흡사 붕어찜을 먹는 느낌이었다. 과도하게 기대하지 않았다면 그런대로 먹을만했을지 모르겠으나 기대가 커서인지 실망이 더 큰 게 사실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먹어보지 못했다면 멸치쌈밥이 어떤 요리인지 두고두고 궁금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데레사
2016년 10월 18일 at 11:15 오전
부산에서는 멸치화를 즐겨먹어요.
쌈밥은 안 먹어봤지만 멸치회는 좋아합니다.
옛날 부산 광안리 바닷가에 살때 멸치잡이
배가 들어오면 그물에서 떨어지는 멸치를
줍기도 하고 후리막이라 해서 큰 가마솥을
걸어놓고 멸치를 넣어서 데쳐지면 건져서
말리던 생각도 납니다.
지금은 어떤 방식인지 모르지만요.
갑자기 멸치회가 먹고 싮어 집니다.
journeyman
2016년 10월 18일 at 5:02 오후
어려서부터 멸치라고 하면 멸치볶음용 멸치만 봐와서인지 멸치하면 작은 녀석만 생각했었는데
멸치도 종류가 여럿이더군요.
아주 작은 크기부터 붕어(?)만한 크기까지.
다음에는 멸치회 맛을 음미하면서 먹어봐야겠어요.
cecilia
2016년 10월 18일 at 6:56 오후
아이고 자꾸 침 넘어가네요. 고등어 구이, 제가 참 좋아하는 생선인데…
journeyman
2016년 10월 19일 at 11:12 오전
연초에 고등어구이가 미세먼지 주범이라는 발표가 있어서 난리났었죠.
결국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로 인해 고등어만 억울하게 만들었던 해프닝이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