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할 음식 가운데 하나가 충무깁밥이다. 지금은 충무시에서 통영시로 이름이 바뀌었기에 충무김밥이 아니라 통영김밥이라고 해야 할런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통영에 왔으니 충무김밥은 먹어줘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통영이 아니라 전국 어디에서든 먹을 수 있는 메뉴이기는 해도 충무김밥이 생겨난 원산지이니 다른 곳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을까 싶은 기대 또한 들기 마련이다.
통영에서 충무김밥으로 유명한 집은 ‘뚱보할매김밥’이다. 하지만 중앙시장을 둘러보면 통영꿀빵집과 충무김밥집이 즐비하다. 그러다 보니 굳이 뚱보할매김밥을 찾아갈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더구나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에다 배까지 고프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진다. 맛이고 뭐고 아무 데나 들어가서 일단 배부터 채워야만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들어간 곳이 태정충무김밥이라는 집이었다. 뚱보할매김밥이 맛있어 봐야 얼마나 맛있을까 싶기도 하고 다른 집이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를까 싶어서 들어간 곳이었다. 1인분에 4천원이었고 올라오는 휴게소에서 먹기 위해 2인분 포장을 선택했다. 충무김밥도 맛보고 시간도 절약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고속도로로 올라와 첫 번째 휴게소에 들러 포장을 열어보았다.
포장은 비교적 든든하게 해줬다. 충무김밥은 고기잡이 나가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싸준 김밥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마치 그런 남편의 심정으로 봉지를 풀어보았다. 포장은 김밥 부분과 반찬 부분으로 나뉘어 담겨있었다. 김밥이야 흔히 먹는 충무김밥의 그 모양새였고 반찬 부분은 오징어무침과 어묵무침(일명 덴뿌라무침)에 무김치(큰 덩어리의 깍두기)였다.
충무김밥을 먹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오징어무침과 같은 반찬과 김밥을 한데 엮어서 먹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밥 따로 반찬 따로 먹듯이 김밥을 먼저 입에 넣고 이어서 반찬을 넣는 방식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쑤시개로 오징어무침과 김밥을 같이 찍어서 한 번에 먹는 방식이 충무김밥을 제대로, 그리고 맛있게 먹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오징어무침의 양이 김밥보다 적다는 점이었다. 최소한 김밥 하나에 오징어무침 하나는 찍어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에 비해 어묵무침의 양은 비교적 풍성했다. 삐뚤어진 생각으로는 인심 좋게 어묵 무침을 많이 주었다는 생각보다는 아무래도 오징어무침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어묵무침의 양을 늘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만일 유명하다는 집에서도 같은 문제가 생겼다면 충무김밥이 원래 그런가 보다 했을 텐데 다른 집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 보니 원조집이 아니라서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쨌든 통영에 갔다고 해서 반드시 먹어야 할 맛은 아닌듯하다. 바다로 떠나는 남편을 위해 아내가 충무김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속을 채운 김밥의 경우에는 잘 쉬어서 못 먹는 일이 많았기에 밥과 속(반쯤 삭힌 꼴뚜기 무침과 무김치)을 따로 담아준 것이라고 한다.
데레사
2016년 10월 19일 at 4:45 오후
저는 뚱보할매 김밥만 먹어 봤어요.
그런데 경험으로 보면 유명한 집이 절대로
그냥 유명해 지지는 않더라구요.
뭐가 달라도 다른것 같거든요.
journeyman
2016년 10월 20일 at 11:01 오전
뚱보할매 김밥이 데레사님께 맞으셨다니
어딜 가든 그 지방 원조는 일단 먹어보고 다른 집에도 들러야 할까봐요.
박민
2016년 10월 19일 at 8:24 오후
즐비한 통영꿀빵 맛이 비슷비슷하듯이 충무김밥도 맛이나 내용물이 비슷비슷합니다.
뚱보할매 김밥은 옛날 부산과 통영을 왕래하는 여객선에서 먹을때 맛있었지요.
올해도 벌초갔다가 중앙시장 들러서 뚱보할매 김밥집에서 먹고 왔는데 별로였어요.
오히려 여객선 터미널 앞에 즐비한 김밥집이 훨씬 낫더군요. 소문난 잔치집에 먹을게 없다고…
저는 통영쪽 여행이나 등산을 가면 주로 여객선 터미널 앞에서 충무김밥을 포장해서 가는데
상호는 기억이 안나지만 터미널 앞 김밥집에서 시락국까지 포장해줘서 맛있게 먹습니다.
다음에는 여객선 터미널 앞에서 한번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journeyman
2016년 10월 20일 at 11:03 오전
어디든 유명해지면 처음 맛도 잃고 인심도 잃기 마련인데
추천해주신 터미널 앞은 다음에 한 번 들러봐야겠습니다.
김수남
2016년 10월 20일 at 12:29 오후
네,선생님! 덕분에 우리나라 곳곳을 여행하며 맛있는 음식도 먹는 듯합니다.충무김밥 이야기 감사합니다.그런 유래로 충무 김밥이라 부르게 되었음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젠 통영시가 되었군요,저도 충부김밥 종종 싸요.식사 못하고 급히 외출해야될 때 활용합니다.남편이 아무 것도 속 안넣은 김말이 밥을 좋아해서요.
journeyman
2016년 10월 25일 at 12:20 오후
충무김밥에는 아내의 정성이 필수인 듯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