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서 한 번은 꼭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는 ES리조트(또는 ES클럽) 이야기다. ES리조트에 대한 인연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을바람을 맞으며 드라이브 삼아 제천에 갔을 때였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언덕 위에 늘어서 있는 유럽풍 별장들을 보고서는 우리나라에도 이런 시설이 있었구나 싶은 생각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마침 기회가 돼서 리조트를 둘러볼 수도 있었는데 유럽의 어느 마을에라도 온 듯한 푸근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객실의 경우 자연친화적으로 지어져서 나무를 베지 않아 객실 안에 나무가 그대로 있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수많은 자연 파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벤치에 앉아 계시던 인자한 인상의 창립자가 새삼 존경스럽게 느껴졌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청풍 ES리조트는 다녀오지 못했지만, 동양의 나폴리라는 통영에 있는 ES리조트에는 다녀올 수 있었다. 결혼기념일 행사를 겸한 가족 나들이를 통해서였다. 통영 ES리조트의 경우 지중해풍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그만큼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는 표현일 게다. 다른 지역보다 통영이라서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동양의 나폴리와 지중해풍이라는 표현이 찰떡궁합처럼 맞아떨어져 보이는 이유에서다.
통영 ES리조트는 통영에서도 제일 남단에 위치하고 있다. 그야말로 남해 끝자락이다. 만일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상당한 시간을 감수해야만 하니 새벽에 출발하는 게 좋겠다. 우리 가족도 새벽 1시에 출발해서 오전에 남해 독일마을 맥주축제에 들렀다가 오후에 ES리조트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꼬박 길에서 시간을 다 보낸 채 파김치가 되어 도착했을런지도 모른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한려해상 국립공원 안에 있으므로 어디에서나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전 객실이 바다 전망이므로 객실을 예약할 때 꼭 오션뷰로 달라고 신신당부할 필요도 없거니와 오션뷰 객실이 매진되었을까 걱정할 필요도 없다. 통영 ES리조트에 묵는다는 말은 바다 전망 객실에서 하루를 보낸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수영장이다. 찬바람이 부는 탓에 물에 들어갈 수는 없었지만, 이곳에서 몸을 담그고 바라보는 바다와 석양은 또 어떤 감동일까 기대하게 만든다. 온천 지대여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근 채 바다를 바라볼 수 있었다면 좋겠다는 아쉬운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게 만들기도 한다. 대신 주말 저녁에는 이곳이 라이브 공연장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전망은 어디에서나 훌륭하다. 침대에 누워서도 바라볼 수 있도록 바다 쪽으로 창(작아서 아쉽기는 하지만)이 나 있고 바다를 향해 놓여있는 소파와 베란다에서도 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 밖으로 나서면 어디에서든지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ES리조트 오른쪽으로 지는 화려한 낙조를 감상할 수도 있다. 근처에 석양으로 유명하다는 달아공원이 있지만, 그곳까지 가지 않아도 리조트에서 충분히 낙조를 즐길 수 있다.
편의시설로는 한식당과 양식당 그리고 편의점이 준비되어 있기에 별다른 준비 없이 몸만 와도 충분해 보인다. 물론 객실에 취사시설이 있기는 하지만 작아서 불편하고 요리를 한다던지 특히 고기를 구워 먹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쉬러 온 만큼 편히 쉬기만 하라는 배려(?)라고 생각되기도 하고 멀리 통영까지 왔으니 통영 맛집을 이용하라는 의미 같기도 하다. 다만 통영 시내 도로가 제법 밀리므로 나갔다 오기에는 다소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말 저녁이면 수영장 일대가 라이브 카페로 변신한다. 야외 테이블에 앉아 간단하게 맥주 한 잔 마시면서 초대 가수의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미사리 라이브 카페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다만 안주는 다소 불만스럽다. 2만원짜리 순살치킨이라고 해서 가족이 함께 뜯으려고 두 마리나 주문했는데 내용은 치킨너겟 수준에 불과했다. 아무리 안주용이라지만 기대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초대 가수의 노래 실력은 그다지 뛰어난 편은 아니었고 그럭저럭 들어줄 만한 수준이었다.
특이하게도 객실에는 세 권의 책이 비치되어 있다. 설립자의 친필 서신도 각별해 보인다. 하지만 지중해풍이라는 명성에 비하면 객실은 조금 아쉬운 수준이다. 보다 더 아늑한 분위기로 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오래전 제천 ES리조트에서 받았던 감동에 비하면 약간은 실망에 가깝다. 하긴 워낙 기대치가 높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나저나 제천 ES리조트에는 언제쯤 가보게 될까나…
데레사
2016년 10월 17일 at 11:11 오전
저도 올리뷰 당첨으로 여기서 하룻밤 자는 행운을 누렸지요.
그 수영장에서 바라보이는 통영바다, 참 아름답더라구요.
가시 한번 가본다는게 그때 통영 다녀오고는 아직 못갔습니다.
journeyman
2016년 10월 17일 at 3:56 오후
통영 ES리조트는 또 가보고 싶은데 너무 비싸네요.
지난번에 갔을 때는 카메라른 놓고 가서 구식 스마트폰으로 찍어왔기에
다른 카메라로 풍경을 담아오고 싶은데 기회가 없어서 아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