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부터 김장을 하지 않겠노라 선언한 아내 때문에

처형들과 함께 김장을 담그고 돌아온 아내는 돼지수육부터 삶았다.

아침부터 시작한 김장 때문에 온몸이 쑤셔도 그 김장 김치에 감아 수육을 먹게 될 가족을 생각하면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나 역시 아내가 돌아올 즈음이면 군침부터 꿀꺽 삼키곤 했다.

김장 김치와 함께라면 아내는 라면에 대해서도 관대해진다.
김장 김치는 쌀밥과 함께 먹어도 맛있지만 라면과 같이 먹으면 더욱 환상적이라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자칭 라면 마니아인 나는 수육보다 라면과 함께 먹게 될 김장 김치가 더 기다려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더 이상 김장 김치를 맛볼 수 없게 됐다.
아내가 김장 포기를 선언한 탓이다.
우리 집은 아직 김치가 필요한데 비해서 두 처형들은 굳이 김장까지 할 정도로 김치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마당이 있어 김장 담글 장소를 제공했던 셋 째 처형이나 손맛이 좋은 다섯 째 처형 모두 사정이 비슷했다.
우리 집만 남은 셈인데 장소도 없이, 같이 할 사람도 없이 혼자서 김장을 담그는 것은 사실 내키지 않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작년 이맘때 담근 김치가 마지막 김장이 되고 말았다.
앞으로 조금씩 사다 먹기야 하겠지만 김장 김치라는 상징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될 테니 아쉽기만 하다.
앞으로는 무슨 맛으로 밥을 먹고 라면을 먹을까나.

찬바람과 함께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되었고,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제3회 서울 김장문화제가 열렸다.

김장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1월 6일 at 7:10 오후

    배추가 올해따라 유난히 비싸기도 하고 또 김치를 많이 먹지 않으니까
    집집마다 김장포기 하는 숫자가 늘어나나 봐요.
    우리집 역시 올해는 김장 그냥 넘어갈려고요.
    작년것이 아직도 남았거든요.

    김치, 쌀, 이런 옛 먹을거리들이 점점 빛을 잃어가나 봅니다.

    • journeyman

      2016년 11월 8일 at 2:43 오후

      김치가 그집 손맛을 알게 해주었는데
      이제는 어느 집을 가든지 비슷한 맛일 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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