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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장소로 변신한 채석장, 포천아트밸리

포천아트밸리

분명 매력적인 곳이다. 근사한 모노레일을 타 볼 수 있고 정상에는 깎아지른 절벽 사이로 인공이 아닌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호수가 있기도 하다. 마치 외국의 어디에라도 와있는 듯 이국적인 느낌도 물씬 풍기고 산책 삼아 여유 있게 조각 사이를 돌아다닐 수도 있다. 버려진 채석장이 낭만적인 공간으로 변신한 포천아트밸리 얘기다.

하지만 아쉽게도 포천아트밸리에 대해 남은 인상은 거시기하다는 점이었다. 서울에서 멀리 포천까지 다녀왔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점이 없었던 이유에서다. 에메랄드 빛깔의 호수가 인상적이었고 채석장의 풍경이 이채로웠지만 그리 특징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거시기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뭔가 부족하고 아쉬웠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첫 번째로 거시기했던 점, 이용 요금이 은근히 부담이더라.

요즘은 움직이기만 해도 돈이 들게 마련이다. 아트밸리의 경우 어른이 5천원이고 청소년은 3천원이며 어린이는 1천5백원이다. 싸다면 싸고 비싸다면 비싼 가격인 셈이다. 여기에서 모노레일 요금은 별도로 내야 한다. 어른의 경우 왕복 4천5백원이고 청소년은 3천5백원, 초등학생은 2천5백원이다. 편도요금은 거기에서 1천원씩이 빠진다. 입구에서 거리가 얼마나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모노레일 타기도 뭐하고 안 타기도 뭐 하다.

직원에 따르면 언덕길을 약 600미터 정도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노약자를 위해서 만들어진 시설이라고 한다. 만들어진 이유야 어쨌든 그로 인해 가격이 껑충 뛰고 만다. 모노레일 왕복을 기준으로 입장권까지 포함하면 어른은 9천5백원이다. 포천아트밸리는 포천시에서 운영하고 모노레일은 민간 소유이기 때문에 별도 요금을 내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겠지만 왠지 아깝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이 모노레일의 운행 길이가 길지 않기 때문에 굳이 탈 필요도 없었다. 걸어가기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경사이기는 해도 자주 운행하지도 않는 모노레일을 기다려서 타느니 쉬엄쉬엄 걸어가는 게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우리는 편도만 끊었고 내려올 때는 걸어서 왔는데 모노레일보다 더 빨리 내려왔다. 모노레일을 운영하려거든 배차간격을 줄여야 그나마 덜 거시기 하지 않을까 싶다.

두번째로 거시기 했던 점, 규모가 생각보다 크지 않더라.

입구에서 모노레일까지 타고 가야 할 정도로 규모가 큰 곳인가 싶었는데 한 바퀴 돌아보니 그다지 넓지 않았다. 포천에 위치하고 있다 보니 모처럼 일부러 시간 내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텐데 둘러보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서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모노레일에서 내려 미술관에 들렀다가 천주호를 둘러본 후 조각공원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전부다.

입장료를 생각하면 욕이라도 나올 수 있겠다. 물론 모노레일로 인해서 가격이 올라갔으면 더 그럴 수 있다. 천천히 그리고 아주 여유 있게 돌아본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제 막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이 아니고서는 그러기 어려울 터였다. 또한 조각공원의 조각들도 빈약한 수준이었다. 차라리 올림픽 공원의 조각공원을 돌아보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세번째로 거시기 했던 점, 평일에는 더 별 볼일 없더라.

포천아트밸리에는 두 개의 공연장이 있었다. 하나는 미술관 앞에 마련된 야외공연장이었고 다른 하나는 천주호 사이에 만들어진 간이 무대였다. 하지만 평일에는 아무런 공연이 없었기에 텅 비어 있기만 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조각공원 언덕에 있는 전망카페도 평일에는 운영되지 않고 있었고 자판기도 모두 꺼져있었다. 커피 한 잔을 마시려면 입구까지 내려와서 편의점에서 사 먹어야 한다. 평일에 찾아간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너무 부족하지 않은가.

네번째로 거시기 했던 점, 정말 거시기가 있더라.

조각공원에 있는 여러 조각 중에서 거시기를 볼 수 있었다. 작품 제목이 ‘바람의 소리’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도대체 무슨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람의 소리를 들으려거든 바지를 벗고 거시기를 내놓은 채 누워보라는 말이었을까. 상투적인 설명처럼 원시의 모습으로 돌아가라는 뜻이었을까. 어쨌든 조각공원에서 생뚱맞게 누워있는 거시기를 보니 그야말로 거시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루 휴가 내서 포천아트밸리까지 찾아갔던 것은 가을이 떠나기 전에 가을 기분을 느껴보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컸기 때문인지 다소 거시기했던 게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운전대를 산정호수 방향으로 돌려야 했다. 포천아트밸리가 나들이 명소로 인정받고 싶다면 앞에서 말했던 거시기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고민을 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2 Comments

  1. 데레사

    2016년 11월 30일 at 7:01 오후

    저도 이곳에서 거시기 때문에 많이 민망했어요.
    남자들이랑 같시 갔었거든요. ㅎ

  2. journeyman

    2016년 12월 2일 at 1:32 오후

    그러게요. 주변과 어울리기나 하면 모르겠는데 쌩뚱맞기나 하고.
    무슨 의도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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