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삼계탕이 달라 봐야 얼마나 다를까 싶었다. 이름만 그럴듯할 뿐 내용은 다른 삼계탕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생각했었다. 아니면 가격을 더 올려 받기 위한 일종의 상술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경춘선을 타고 김유정역에 내려서 가장 먼저 찾아갔던 신남큰집에 대해서 별다른 기대를 가지지 않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저 점심 식사를 위해 들렀을 뿐이었다.
일단 대문을 들어서는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마치 시골 큰집에 들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오른쪽으로 보이는 마루에 걸터앉으면 누군가가 반갑게 맞아줄 것만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드는 곳이었다. 맛은 몰라도 멋은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몸은 몰라도 최소한 마음은 힐링을 받는 느낌이었다. 춘천까지 가지 않고 그 앞에 있는 김유정역에 내린 것이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되게 만들었다.
방의 구조는 크게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가운데 큰 공간이 있고 좌우로도 공간이 있으며 중앙 홀 앞으로 작은 공간이 하나 더 있다. 모두 연결되어 있는 구조지만 날개처럼 붙은 좌우에는 숨은 공간이 있다. 이곳은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는 곳이다. 특히 비가 내리는 날이면 빗소리를 듣고 빗방울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혼자라서 쭈뼛대며 창가에 앉지 못한 것은 지금도 후회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다음에는 반드시 그 자리에 앉아보리라.
이 집에서 자랑하는 궁중삼계탕에 대해서는 업소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본다. “저희 신남큰집의 궁중삼계탕은 한약재와 곡류(콩, 깨 등) 및 견과류 등등을 이용하여 다른 삼계탕과 달리 기름기를 제거하여 다이어트 및 스테미너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보양식으로 요리법의 차별화를 두어 다소 시간이 걸림을 양해하시고 드시는 분들에게 마치 임금님께 드린다 생각하고 가장 중요한 정성으로 한 분 한 분께 최상의 맛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뽀글뽀글 요란하게 끓는 국물이 진정되고 나면 뽀얀 국물이 자태를 드러낸다. 허여멀건 다른 삼계탕과는 분명 달라 보이는 포스다. 경복궁 근처에 있는 토속촌처럼 진한 국물이 인상적이다. 수저를 들어 한 모금 맛을 보니 고소한 견과류의 맛이 그대로 느껴진다. 아직 닭고기는 맛보지도 않았는데 국물만으로도 든든해지는 기분이다. 점심 한 끼 때우려 들어왔을 뿐인데 제대로 골랐다 싶다.
이 집에서는 특이하게 포기김치가 아니라 백김치를 내준다. 진한 삼계탕 국물과 함께 먹는 백김치의 조합도 나름 괜찮다. 백김치와 함께 나오는 반찬으로는 깍두기가 있고 양파와 고추가 있다. 특히 고추와 양파에 찍어 먹는 장맛도 인상적이었다. 닭고기뿐만 아니라 국물까지 싹싹 비워 먹고 나면 몸도 마음도 든든해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시골 큰집에서 귀한 손님 대접받는 기분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면 마당에 있는 툇마루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자판기 커피를 마실 수 있는데 다른 음료가 준비되어 있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이런 분위기에는 자판기 커피보다는 식혜나 수정과가 어울리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신남큰집 궁중삼계탕의 가격은 14,000원으로 김유정역에서 나와 CU편의점 오른편 신동면사무소 지나서 위치하고 있다.
초아
2016년 12월 16일 at 9:35 오후
전 오늘 마트에서 날짜가 며칠 남지 않은
토종닭 백숙을 거의 반 가격에 구입했습니다.
집에 있는 약재도 넣고 맛있게 해 먹어야겠습니다.^^
journeyman
2016년 12월 20일 at 9:54 오전
약재를 듬뿍 넣으신다니 궁중삼계탕이 부럽지 않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