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남자의 로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벤츠와 포르쉐. 그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과연 무엇을 고를 것인가? 독일 슈투트가르트(Stuttgart)에서라면 이런 고민은 필연적으로 따르게 마련이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을 기준으로 북쪽에는 포르쉐 박물관(Porsche Museum)이, 그리고 동쪽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Mercedes-Benz Museum)이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혹자는 둘 다 가보면 되지 않느냐고 주장할는지도 모른다. 그 먼 곳까지 가서 하나만 들렀다 오기에는 억울하지 않겠느냐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말씀. 두 박물관 모두 2만 평에 달하는 초대형 공간에 수많은 자동차들이 전시되어 있다 보니 한나절 동안 둘러보아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며칠 머무르는 일정이 아니라면 둘 다 가보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어떤 방송 프로에서는 팀을 나눠 한 팀은 포르쉐로, 그리고 다른 한 팀은 벤츠로 향하기도 했다. 방송 촬영을 위해서는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전략일 수 있으나 어쨌든 포르쉐를 다녀온 팀은 포르쉐만 볼 수밖에 없고 벤츠로 다녀온 팀은 벤츠만 볼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니 선택은 필연적이다. 과연 둘 중에서 무엇을 고를 것인가.
결국 우리의 선택은 벤츠였다. 하이델베르크에서 기차를 타고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 내린 시각은 3시 정도였다. 벤츠 박물관 마감 시각은 오후 6시.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 박물관을 돌아보기에는 한나절도 모자랄진대 남은 몇 시간 동안 그야말로 초치기를 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위안이라면 8유로짜리 입장료가 오후 4시부터는 반값인 4유로라는 점이었다.
슈투트가르트 중앙역에서 택시를 타고 벤츠 박물관으로 향했다. 지하철로 이동할 수도 있지만,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자칫 중간에 길을 잃어 헤매기라도 하면 낭패이기에 안전하게 택시를 타기로 했다. 물론 벤츠 택시였다. 중앙역 가까이에 운치 좋은 포도밭이 펼쳐져 있고 중앙역 앞에서 남서로 뻗은 메인 스트리트 쾨니히 거리(Koenigstrasse)가 보행자 천국이라고 하지만 일단은 벤츠 박물관이 먼저였다.
건물은 듣던 대로 신비로웠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세계 건축 1001’에 의하면 ‘UN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역사에 대한 경의, 바로크, 모더니즘, 그리고 새로운 형태와 구조에 대한 그들의 열정 – 지속되는 면, 운동, 뒤틀림, 뫼비우스의 띠 – 을 동등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축적인 언어를 창조하기 위해 오랫동안 작품을 갈고닦아 왔다. 메르세데스 벤츠 박물관은 아마도 이 회사의 작품 중 이러한 목적을 완전히 달성한 최초의 예가 될 것이다.’라는 말로 벤츠 박물관을 찬양하고 있기도 하다.
벤츠 박물관은 메르세데스 벤츠사의 설립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하여 2006년 5월에 8층 규모로 건립하였다. 박물관은 120년 벤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12개의 전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1886년 특허를 얻었던 전동차부터 특수 용도로 제작한 희귀 자동차, 경기용 스포츠카, 최근에 출시된 새로운 모델에 이르기까지 자동차의 모든 것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다.
입장권을 내면 캡슐처럼 생긴 엘리베이터를 타고 8층으로 올라간다. 벤츠 박물관의 특징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서 볼 수 있도록 동선을 만들어 놓았다는 점이다.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살펴볼 수 있다. 8층에 들어서면 인류 최초의 이동 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말부터 시작해서 자전거와 수레 그리고 마차, 기관차, 증기선 등 여러 운송수단의 발달과 관련된 내용들을 미니어처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입이 떡 벌어지지 않을 수 없다. 벤츠라서가 아니라 그림으로만 보던 클래식 카들의 우아한 자태를 눈앞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첫 차종인 1886년 칼 벤츠가 발명한 최고 시속 16km의 가솔린 삼륜차를 비롯하여 1927년 산 스포츠 왜건 ‘S’, 지금까지 생산된 자동차 중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1936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500K ‘스페셜 로드스터’, 다양한 원리로 작동하는 여러 가지 미래 자동차 등 기술과 디자인의 결합체인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8층은 1886~1900년, 7층은 1900~1914년, 6층은 1914~1945년, 5층은 1945~1960년, 4층은 1960~1982년, 3층은 1982년 이후에 생산된 차, 2층은 레이싱 자동차와 레이싱의 역사, 1층은 컨셉트 카 등이 각각 전시되어 있는데 그 어느 곳도 허투루 지나칠 수 없을 정도로 우아하고 아름다운 자동차들로 가득하다. 평소 자동차에 큰 관심이 없던 사람이라 해도 이곳에서만은 흥분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나 자신도 그랬으니까.
워낙 전시된 차들이 많아 충분한 여유 시간을 갖고 들르는 게 좋다. 하지만 우리처럼 시간이 촉박해서 좋은 점도 있다. 오후 시간대는 아무래도 관람객이 적어서 다소 여유가 있다는 점과 넋 놓고 볼 시간이 없기에 관람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하염없이 구경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그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기는 하지만…
슈투트가르트는 하이델베르크에서 뮌헨으로 가는 길에 잠시 들른 참이었다. 짧은 일정이었지만 그렇게라도 슈투트가르트에 들렀던 것은 물론 벤츠 박물관을 위해서였다. 가이드 책자에 보면 행복 돼지 박물관(Schweine Museum)이나 1564년에 지은 탑이 그대로 남아있는 와인 레스토랑 바인슈투베 셸렌투름(Weinstube Schellenturm), 그리고 중세의 모습이 남아있는 에슬링겐 암 네카어(Esslingen am Neckar) 등 가야 할 곳도 많았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뮌헨행 열차에 몸을 실어야 했다. 비록 짧기는 해도 강렬한 인상으로 남은 곳이었다.
데레사
2017년 1월 2일 at 7:07 오후
벤츠 딱 한번 타 보기는 했어요.
옛 직장에서 8군 담당업무를 볼 때 그곳
책임자의 차가 벤츠였어요.
년말에 그 댁 초대에 갈때 한번 타봤지요. ㅎ
남자분들은 자동차박물관이 아주 흥미로우실
겁니다.
새해에도 더욱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journeyman
2017년 1월 6일 at 2:19 오후
남자지만 저는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편인데도
벤츠 박물관은 정말 멋있는 곳이더군요.
비싼 입장료를 내고 돌아볼만했어요.
초아
2017년 1월 2일 at 11:19 오후
전 대구근대역사관을 방문하고 왔습니다.
요즘 대구도심에 산재해 있는 유물관 역사관
문학관 고택등등 둘러보고 있는 중이랍니다.
데레사님은 한번 타 보셨다고 하셨네요.
전 아직 못 타보았습니다.
아마도 이세상 소풍 끝나는 날까지 못 타볼것 같아요.^^
journeyman
2017년 1월 6일 at 2:29 오후
저도 한국에서는 벤츠를 타보지는 못했어요.
그런데 독일은 택시도 벤츠니 한 번은 타볼 수 있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