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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펜션에 대한 오해가 부른 참사, 뮌헨 마르깃 펜션 - Journeyman이 바라본 세상
펜션에 대한 오해가 부른 참사, 뮌헨 마르깃 펜션

마르깃펜션

호텔에서만 3박을 하려다 그래도 하루쯤은 펜션에서 보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획일적이고 정형화된 호텔보다는 주인의 개성이 물씬 담겨있는 펜션에서 낭만적인 하룻밤을 기대했던 것이다. 사전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그저 펜션이라는 이유 하나로 선택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펜션의 이름은 마르깃(Margit). 마가렛(Margaret)에서 나온 여성 이름이라고 한다.

펜션 마르깃을 찾아가기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뮌헨 중앙역에서 5분 거리라더니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은 듯 보였다. 바우처의 약도대로 이동하기만 하면 된다. 중앙역에서 남쪽 광장 방향으로 나와 트램 노선을 따라 서쪽으로 가다 보면 Hermann-Lingg-Straße에 이르러 건물들 사이에서 PENSION MARGIT’이라는 간판을 발견할 수 있다. 건물 외벽이 붉은색인지라 다른 건물에 비해 튀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런데 이 펜션 뭔가 수상하다. 펜션이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도시적이다. 겉에서 보기에도 그저 장급 모텔 정도로만 보인다. 혹시 건물을 잘못 찾았나 싶어 약도를 확인해 보지만 그 위치가 맞다.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기도 했다. 그랬다. 펜션이란 호텔보다 급이 낮은, 우리식으로 하면 일명 장급 모텔 정도의 숙박시설을 칭하는 용어였던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었다. 뮌헨에서 첫날밤을 지낼 방의 위치는 펜션 2층이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가 그대로 느껴졌다. 오전 일찍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하이델베르크와 슈투트가르트를 거쳐왔기에 편히 쉬고 싶은 마음이었으나 답답한 실내공기로 그럴 수가 없었다. 더위로 후끈 달아오른 방 온도를 낮추기 위해 에어컨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랬다. 이 펜션에는 에어컨이 아예 없었다.

에어컨이 없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 했다. 아마도 중앙에서 관리하나 보다 싶어 프런트로 내려가서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요청해 보았다. 그랬더니 남자 직원이 하는 말 에어컨이 없단다. 그러면서 그게 바로 호텔과의 차이라고 한다. 그런저런 그런 시설이 필요하면 돈을 더 주고 호텔을 이용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같은 말을 해도 싸가지가 없다. 그렇다고 호텔보다 많이 싸지도 않다. 다음날 이용한 아트호텔에 비해 약 20유로 정도 싸려나.

방은 아기자기한 편이다. 싸구려 성향이라 그런지 몰라도 화려한 호텔보다는 수수한 모텔에 더 정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3인용 방을 어거지로 4인실로 만들다 보니 구석 끝에 있는 침대는 상태가 영 아니었다. 침대라기보다는 그냥 평상 정도 수준이었다. 매트리스도 뭘 갖다 놓은 건지 푹신하지도 않고 딱딱하기만 했다. 게다가 냉장고도 없다. 다른 건 몰라도 물을 시원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그에 비해 기대하지도 않았던 무선랜을 지원한다. 입실할 때 친절하게(?) margit321이라는 비밀번호를 적어주었다. 하지만 상태가 저질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우리 가족은 일행 중 하나가 무제한 데이터를 신청했기에 그 스마트폰을 통해 핫스팟을 이용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아쉬운 대로 펜션에서 제공하는 와이파이가 고마웠을지도 모르겠다.

대부분의 숙박시설들이 그렇듯이 마르깃에서도 조식은 제공한다. 독일 아침 차림에 빠지면 서운할 삶은 달걀을 비롯해서 몇 가지의 빵과 치즈들이 즐비하다. 치즈 종류만도 십여 가지는 되는 듯하다. 여기에 우리가 흔히 말하는 다방커피는 없으나 커피를 비롯해서 다양한 차 종류도 준비되어 있다. 그러나 그다지 인상적인 아침 식사는 아니기에 배 터질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다.

부킹닷컴을 통해서 예약한 펜션 마르깃은 조식 포함 4인실 가격이 140유로였다. 그에 비해 다음날부터 이틀을 묵은 아트호텔(art hotel)의 경우에는 아고다에서 1박당 206달러에 예약했다. 유로로 환산하면 약 159유로 정도 되겠다. 이 정도 금액 차이에 불과하다면 차라리 에어컨도 있고 냉장고도 있는 아트호텔을 이용하고 말겠다. 심지어 아트호텔이 펜션 마르깃에 비해 역에서 한 블록 더 가깝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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