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전 밸리에서 젤베야외박물관으로 향하는 길에 ‘캅탄 오스만’이라는 곳에 들렀다. 캅탄은 터키어로 기사, 선장 등을 의미하며 영어의 캡틴과 같은 의미라고 한다. 오랫동안 기사 생활을 했던 오스만 할아버지가 말년에 은퇴해서 전 재산을 털어 만든 일종의 기사 휴게소와 같은 곳인 것이다.
사실 카파도키아는 그 자체가 모두 박물관이기 때문에 어디든지 차를 세워놓고 둘러봐도 모든 게 다 절경이다. 그래도 굳이 괴레메나 파샤바와 같은 곳을 찾는 이유는 그곳에는 유적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캅탄 오스만에는 몇 개의 탁자가 놓여있고 작은 마당이 있어서 차를 마시며 계곡을 둘러볼 수도 있고 기념품도 고를 수 있다. 더불어 짧게나마 산책도 가능하다. 터키 아이스크림인 돈 두르마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괴레메나 파사뱌에서 비슷비슷한 바위동굴들을 보아온 탓에 문화적인 충격이 그리 크지는 못하다.
사실 이곳에 이를 때쯤이면 조금 지겨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터키의 절경이 모두 눈에 묻혀버려서 더한지도 모르겠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을 멋진 경치가 눈 때문에 거기서 거기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번 카파도키아 여행은 눈 때문에 망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리라.
캅탄 오스만에서는 새로운 광경도 목격할 수 있었는데 바로 열기구와 만난 것이었다. 다소 비싸기는 해도 카파도키아에서 열기구 한번 타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는 하던데 이번 여행 일정에는 열기구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사진으로 보면 대단한 광경들이 있어서 부러웠던 게 사실이었는데 따지고 보면 이번 여행에서 열기구를 타지 않아도 그다지 아쉽지는 않았다. 어차피 보이는 거라고는 흰 눈으로 뒤덮인 계곡이 전부일 테니 말이다. 카파도키아에서 이틀 동안 눈이라면 그야말로 지겹도록 보아온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