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대 대통령 선거, 도대체 누구를 찍으란 말인가

한지민투표

 

이번 선거에서 난 부동층이다. 사전 투표를 할까 하는 생각도 있지만 아예 투표를 하지 않을 생각도 있다. 기권하는 대부분이 그렇듯 나 역시 ‘찍을 사람이 없다’는 점에서다. 오랜 김영삼 지지자였으면서도 1992년 14대 대선에서 김영삼이 아닌 박찬종 후보를 찍었고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문국현 후보를 찍었을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정말 누구한테도 찍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내가 찍든 말든 대선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다. 내가 안 찍어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대통령으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되고, 다른 후보를 찍는다 해도 그 후보는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찍어도 그만 안 찍어도 그만이기는 하다. 그래도 누구를 찍기는 찍어야 할 텐데 도대체 누굴 찍어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1. 북한을 너무 호의적으로 보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문재인 후보의 공약 가운데 하나가 개성 공단 재개다. 더 나아가 그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한다. 현재 3만 평 규모인 개성공단을 2천만 평까지 확대하겠다고 하니 대단한 배포가 아닐 수 없다. 건설업자 출신인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 통이 더 커 보일 정도다. 남한은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상황인데 북한은 오히려 남쪽 대통령이 나서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니 코미디가 아닌가?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라는 이슈에 대해서 문재인 후보는 북핵 동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전제를 슬그머니 갖다 붙였다. 여기서 눈여겨볼 대목은 ‘북핵 폐기’가 아니라 ‘북핵 동결’이라는 점이다. 이미 만들어놓은 핵은 인정해주고 새로 만들지만 못하게 하자는 말이다. 아이가 위험한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아예 뺏어야지 가지고 있는 건 모른척하고 새로 사주지는 말자? 이게 말인가 방귀인가?

그동안 더불어민주당은 개성공단 자금이 북핵개발로 흘러들어간 증거가 없다고 했다. 그러므로 개성공단하고 북핵하고는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생각해보자. 생활비가 있어야 유흥비도 쓸 수 있는 게 아닌가. 안정적으로 조달 받는 생활비는 유흥비의 원천이라 할 수 있다. 당장 먹을 것도 없는데 놀러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재인 후보는 북한을 너무 호의적으로만 보고 있다.

2. 쉬운 해고가 고용을 늘려줄 거라고 착각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대기업 노조를 귀족노조로 규정했다. 그 귀족노조들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채용을 줄인다고 했다. 연봉 6천만 원이면 노동자가 아니라 자영업자라는 말도 했다. 노조에 대한 이런 비정상적인 견해는 비단 홍준표 후보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언론과 정치권이 만든 프레임이라 해도 어쨌든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 노조를 귀족 노조로 바라보는 것도 사실이기는 하다.

문제는 전체 노동자 중에서 대기업 노조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억대 연봉을 받고 자식들까지 채용에 특혜를 받는 대기업 노조는 1%에 불과하다. 극소수들의 문제로 인해 많은 근로자들의 생계가 걸린 사안을 단순화시킨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배부른 노동자들보다 배고픈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많은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 사회보장제도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실직을 하면 다른 일자리를 찾기 어렵거니와 당장 생계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해고를 쉽게 하겠다고? 기업에 의해 악용될 경우를 생각은 해봤나?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의 지적처럼 흙수저로 태어나셨다는 분이 어찌 그리 재벌 편에만 서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 서민 대통령을 주장하다니 가증스럽기만 하다.

3. 똥인지 된장인지 구별할 줄도 모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가야 할 길은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닌 가운데이다. 다른 말로 하면 중도라고 할 수 있겠다. 처음 안철수 후보가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많은 사람이 기대했던 것도 그것이었다. 이놈 저놈 다 싫고 꼴보기 싫으니 차라리 신선한 제3의 인물이 나와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었다.

두 번의 좌절(?)과 아픔이 안철수를 많이 키운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제대로 컸는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난 4월 23일에 열린 2차 토론이 압권이었다. 그때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정책에 대한 설명이나 상대 정책에 대한 지적은 없고 오로지 찌라시에만 매달렸다. 문재인 후보에게 자신이 갑철수냐, MB아바타냐고 묻는데 도대체 제정신인지 묻고 싶을 지경이었다.

4월 25일 3차 토론에서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외교/안보에 대한 주제로 토론하랬더니 미세먼지 얘기부터 꺼냈다. 환경에 관한 어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북핵과 사드, 대중 외교 등의 현안을 제쳐두고 다룰 만한 사안은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고 해야겠다. 저렇게 자살골만 넣고 다니는데 뭘 믿고 찍어준단 말인가.

4.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꼴찌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대선 후보자 토론을 통해서 가장 눈에 띄는 후보가 바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였다. 말도 가장 조리 있게 잘했고 주장도 분명해 보였다. 복지가 곧 성장이라고 주장하던 심상정 후보처럼 억지를 부리는 것도 아니고 여기 저리 양다리 걸친 듯한 문재인 후보처럼 애매하지도 않았다. 홍준표 후보처럼 막무가내도 아니었고 안철수 후보처럼 멍청하지도 않았다.

자신의 주장을 펼칠 때나 다른 후보를 공략할 때도 논리적이었고 일리도 있었다. 문제는 좀처럼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통령 선거 후보로 등록할 때는 기호처럼 4등이었는데 이제는 심상정 후보에 밀리기까지 했다. 그 뒤로로 무려 8명(기호 11번 남재준, 기호 13번 김정선 후보 사퇴)의 후보가 더 있지만 사실상 꼴찌인 셈이다.

꼴찌에게 표를 준다는 것은 기권과 다르지 않다. 아무 의미 없는 사표(死票)가 되는 탓이다. 이미 판세가 빅3로 기울어 버린 상황에서 바른정당 내부마저 유승민 후보에게 중도 포기를 강요하기도 했다. 바른정당을 탈당한 후 홍준표 후보를 지지하며 자유한국당으로 들어간 의원마저 생겨났다. 유승민 후보에게는 시련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그런 꼴찌에게 박수를 쳐 줄 것인가. 그게 의미가 있을 것인가.

5.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여자에게 특별 대우를 요구하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남녀동수 내각을 반드시 구성하겠다고 했다.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 ‘남녀동수’란다. 능력만 있다면 남녀동수가 아니라 여성 다수를 넘어 전원 여성으로만 내각을 구성하다고 해도 문제 될 건 없다. 일을 하는 데 있어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지 여성이냐 남성이냐가 중요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심상정 후보가 ‘능력’이 아니라 ‘성’을 앞세웠다는 점이다. 이는 능력이 없어도 여성이면 데려다 쓰겠다는 말과 같다. 능력이 없는 남자를 쓰는 것도 문제지만 능력이 없는 여자를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쓰는 것은 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남녀동수를 주장할 게 아니라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 그 일에 맞는 사람을 쓰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물론 심상정 후보의 말을 귀담아들을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이번 대선은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등 빅3의 싸움이 될 것이므로 심상정 후보는 들러리 신세를 면하지 못할게 분명한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그의 주장이 거슬리는 것은 아직도 이런 철 지난 페미니즘을 진보의 가치인양 외친다는 점 때문이다. 남자건 여자건 능력이 우선이어야지 무조건 여자가 우선이어서는 곤란하지 않은가.

4 Comments

  1. 데레사

    2017년 5월 5일 at 8:03 오전

    참으로 조목조목 잘 지적 해 주었습니다.
    솔직히 표 주고 싶은 후보가 없어요.
    어쩜 하나 같이 보통 사람들의 식견보다
    못한지…

    • journeyman

      2017년 5월 10일 at 11:12 오전

      그래도 누구 하나를 찍어야 하니 투표를 하기는 했습니다.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는 것도 서글픈 일이네요.

  2. realca92

    2017년 5월 7일 at 7:19 오후

    능력에 따른 인사가 아니라 남녀 동수
    내각 구성이 남녀 평등 ㅎ
    어디서 그런 발상이 나오는지, 기가 막힐 따름입니다.
    또 한가지, 노동이 당당한 나라를 만들겠다는데
    지금도 일부 강성 귀족 노조들 땜에
    국가 경제의 근간이 무녀져 내리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나라를 말아 먹으려고 아주 작정을 했나 봅니다.
    Journeymen님께서 지적하신 내용에 관해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journeyman

      2017년 5월 10일 at 11:14 오전

      대통령이라면 모두를 아우를 수 있어야 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하는데 다들 자기 사람만 챙기려 들고 작은 일에만 집착하니 큰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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