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 앞 고가도로가 차도가 아니라 인도로 다시 태어났다. “먹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라던 광고 문구처럼 이젠 차는 다닐 수 없고 사람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이다. 교통정체를 비롯해서 해체와 보존 사이에서 논란은 있었지만 어쨌든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청계천 복원을 의식한 박원순 현 서울시장의 회심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0일 개장한 서울로7017은 평일인데도 아직 많은 인파로 붐비고 있었다. 듣던 대로 화분까지 시멘트 투성이어서 지나치게 삭막하고, 그늘도 많지 않아 걷다 지칠 수 있고, 체계적으로 정리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만든 듯한 조경시설이 눈에 거슬리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시설 하나는 서울에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물론 597억짜리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그중에서 가장 큰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구 서울역방향으로 길게 늘어선 슈즈트리(Shoes Tree)일 것이다. 예술의 관점에서 보면 소재가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을지 몰라도 버려진 신발로 만들다 보니 작품이라기보다는 쓰레기로 보인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주 병으로 성탄트리를 만든 김건모처럼 검소하지도 않고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니 차라리 거대한 신발 무덤처럼 보이기도 한다.
슈즈트리는 고가에서부터 서울역 앞으로 뻗어나간 모양새로 되어 있다. 정상에는 약간의 꽃도 보이기는 하는데 그 아래로는 갖가지 신발이 얽기 설기 쌓여있다. 고가에서 보면 슈즈트리의 어떤 상징성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색깔도 우중충하니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작품이라기보다는 아무렇게나 쌓아놓은 게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위에서 내려와 서울역방향으로 걷다 보면 익숙한 냄새가 느껴진다. 좋게 말하면 신발 냄새고 정확히 얘기하면 꼬린내다. 한두 켤레만 돼도 느낄 수 있는 냄새이건만 무려 3만 켤레라니. 이해하려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예술의 경지가 아닐 수 없다. 중간에는 신발 터널도 있는데 아래로 늘어진 신발 끈이 등나무 사이로 늘어진 등나무 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막상 내려와서 보면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구 서울역사 앞마당의 신발들은 꽃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게다. 위에서 보면 쓰레기 더미이자 신발 무덤으로 보였던 게 사실인데 앞에서 보니 버려진 신발들이 화분이었다. 그제야 ‘내 신발에 향기 심기’라는 주제가 이해될 듯도 싶었다. 억지로 해석하자면 꼬린내 나는 신발도 꽃을 담으면 향기로워진다는 의미가 될까.
아무리 예술로 이해하려고 해도 꽃을 품은 신발이나 볼만하지 나머지는 여전히 흉물스러워 보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었다. 차라리 버려진 신발 더미를 줄이고 꽃을 담은 신발을 강조했더라면 박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1억 3천만 원의 예산이 소요된 높이 17m, 길이 100m의 슈즈트리는 29일까지만 전시된 후 철거된다고 한다.
데레사
2017년 5월 24일 at 6:04 오후
1 억3천만원을 들인걸 며칠 전시하고 철거 한다구요?
흔한 말로 돈이 썪어나나 봅니다.
그늘도 잆는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journeyman
2017년 5월 24일 at 6:21 오후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쓸데없는 행사들이 너무 많습니다.
나라 살림이 쪼들리고 빚이 늘어나는 것도 이런 데서 새나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서울로는 일부러 찾아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만 오다가다 들리면 그런대로 괜찮을 듯도 싶습니다.
서울의 명물로 자리잡으려면 좀 시간이 필요한 듯하구요.
김수남
2017년 5월 24일 at 11:18 오후
네,정말 이 행사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겠지만 철거를 곧한다니 들인 돈을 생각하니 안타깝습니다.저 역시도 져니맨님의 말씀에 크게 공감합니다.계속 유지할 수 있게 신발이 아닌 다른 것으로 만들어 향기를 담아내는 행사였다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안했을텐데요.돈을 효과적으로 잘 쓸 수 있는 지혜가 행사를 맡은 분들께 더욱 요구되네요.서울 역 앞이라니 많이 놀랍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