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경제학 – ‘미네르바의 생존 경제학’을 읽고

 

즐거운 경제학

‘미네르바의 생존 경제학’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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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 산책에는 가족모두가 길을 나섰다. 길가에 노오란 개나리가 점점이 피어서 앞에 걸어가는 아이들에게 살펴보라고 일러 주었다. 쉼터에 걸린 훌라후프를 하는 딸아이를 보다가 대마도가 보이는 수평선을 배경으로 벚나무에도 이미 물이 올라 움이 풀빛을 띠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암남 반도의 산모퉁이를 돌아서니 거제도와 을숙도 너머로 붉게 물든 석양아래 땅거미가 고요히 내려앉고 있었다. 세상이 어렵다고는 하나 그래도 삶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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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오랜 기다림 끝에 ‘미네르바의 생존 경제학’을 받아서 오늘 새벽에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경제학에 관한 지식이라고 해봐야 중고교 시절 사회 정치 경제에서 배운 것이 고작이고 그 후로 몇 권의 책을 읽은 것이 전부이다. 그러나 2004년 ‘1억 원을 1년 동안 정기예금하면 실질가치는 72만원을 손해 본다.’는 신문 기사를 보다가 정기예금을 찾아서 주식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다. 꼭 수익을 내려는 생각보다는 자산을 제대로 관리하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약 5년간의 주식 투자를 하면서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큰 실수 없이 약 15% 정도의 수익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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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KBS에서 아이티 관련 특집에서 포르토프랭스의 지진을 보다가 해기사 시절에 들렀던 기억을 더듬어 항해노트를 들춰서 1984년 7월 23일 밤 11시 25분에 Port of Prince에 입항했던 기록을 찾았다. 그때 선명이 M/V Pacific Hunter였는데 그 배의 도서관에 김병총 선생님의 ‘내일은 비’라는 소설이 있었는데 그 소설의 여 주인공 이름이 ‘미네르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나도 선친의 보증 사고로 심각한 경제적 손실을 경험한 바가 있어서 IMF 시절 부친의 보증 사고로 가족이 큰 피해를 입고 경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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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7장에 걸쳐서 생활경제, 부동산, 금융, 증권, 정부정책, 세계경제, 2010년 한국의 경제 전망 그리고 마지막 부록으로 2009년 10월 미국 서부의 몇 개 주를 여행하면서 행한 인터뷰 내용으로 기술되어 있다. 각 장마다 풍부한 도표와 그래프 그리고 최근의 자료들로 저자의 관점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경제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부동산의 문제와 작전주에 대한 설명 그리고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한 현지인들의 시각과 전망 그리고 펀드와 보험, 사교육과 저출산의 문제점들은 매우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일반인들에게 매우 유익한 정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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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개인을 먹이로 삼는 정부와 기업’이라는 시각은 다소 선동적이라는 인상을 가지게 하며 근로 빈곤층이나 청년 실업 문제가 모두 정책의 잘못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고 생각된다. 또한 대북 정책에 대한 저자의 견해도 개인적인 사견으로만 피력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가계부채이나 실업의 문제를 포함한 각종 사회 문제 중 많은 것은 개인의 도덕적 해이와 신용관리의 안이함, 무절제한 과소비 등이 많은 원인중의 하나라고 생각되며 개인적인 기억으로는 1993년경부터 시작된, 최소한 이미 십수년 전부터 쌓여온 문제점들이 지금에 노출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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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서브프라임 문제는 마지막 부록의 철허(Chull Huh)라는 분이 지적한 ‘야바위꾼 경제’라는 말처럼 탐욕과 도덕적 해이가 버무려진 전형적인 신용 사기라고 생각된다.

이 책을 읽고 난 후의 소감을 몇 마디 덧붙인다면 현재의 우리들은 뚜렷한 주관과 철학을 가지고 산다기 보다는 그저 시류에 떠밀려서 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그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가 특히 도시에서는 주거 생활이 아파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개인의 주거공간이나 활동이 끊임없이 이웃과 비교되고 계량화되고 있으며 또한 정을 붙일만한 자연이나 환경이 갖추어지지 못해서 쌓이는 스트레스나 정서적인 긴장을 제대로 해소하지 못하고 물질적인 소비를 하면서 그러한 긴장과 갈등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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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살아야 기업과 나라가 산다.’는 저자의 주장에는 공감하나 그렇다고 개인과 사회 사이의 갈등이나 반목이 조장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서로에 대한 이해와 포용으로 더욱 건전하고 밝은 사회와 개인으로 이끌어 줄 ‘즐거운 경제학’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0년 1월 25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언제나 마음은 그 자리에

 

언제나 마음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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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 저녁쯤으로 생각된다. 요즘은 일찍 날이 저물어 5시를 좀 지나서 산책을 시작하면 이내 날이 저물어 달이 뜬다. 오르막길을 오르다가 문득 올려다보니 아름드리 해송의 실루엣 사이에 달이 걸려 있다. 어느덧 또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돌아서 그 자리에 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금강경의 ‘過去心 不可得 現在心 不可得 未來心 不可得’이라는 구절의 의미가 너무도 또렷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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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공전 궤도를 내려다보고 있으면 언제나 지금뿐이고 시간이라는 것은 단지 정보가 전달되는 속도의 한계 때문에 흐르고 있는 것처럼 여겨질 뿐이며 단지 색이 시공에 반연(攀緣)해 있는 것처럼 보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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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회귀선 생각이 나서 오랜만에 ‘지구과학’ 노트를 꺼내 들었다. 표지 안장에 ‘Over the mountain lies the plain. (태산을 넘으면 평지가 보인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온다. 첫 수업이 1986년 2월 15일이었고 金 海錫 선생님의 존함이 적혀 있다. 천구적도 와 황도면이 23.5도로 기울어지고 그 교차점이 춘분과 추분점이 되며 이러한 겉보기 운동을 연구하는 것이 ‘구면 천문학(球面 天文學)’이며 책력(冊曆)의 바탕이 된다는 노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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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우신 선생님, 노량진에서 학원에 다닐 때 조그만 뒷마당에 은행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봄에 그 녹색의 잎을 보면서 저 잎이 노오랗게 물들 때면 이제 들판에서 추수를 하듯이 일년 농사를 거둬들이겠지 하고 마음을 다잡던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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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에 배웠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이라는 시도 결코 잊을 수 없다. 연구실에서 집으로 내려가는 길에도 은행이 있어서 가을이면 온 길가를 노랗게 물들이는데 그때마다 ‘…이제 집도 짓지 않고 밤늦게까지 잠들지 못하고 길게 편지를 쓰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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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조주록(趙州綠)을 읽다가

한 스님이 “누가 비로자나불의 스승입니까?”라고 묻자

“흰낙타가 왔느냐?”

“왔습니다.”

“끌고 가서 풀을 먹여라.”

라는 구절을 보다가

‘아! 업이 생을 끌고 오는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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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刀兩斷

한칼에 내 목이 떨어졌네.

그렇다면, 나는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있다면 무엇이 있는 것이고,

없다면 이전에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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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마음은 그 곳에

일찍 뜬 달이 온 산을 따라 다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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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첫날이 저문다.

지하도 모퉁이에서 섶을 깔고 잠을 청하시는 분들과 원서를 들고 찬바람 속에서 헤매는 많은 수험생들 그리고 숙환으로 고생하시는 모든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랑을 건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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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을 찾아 주시는 모든 이웃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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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