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롭고 초라한 아이를 위한 시간
-‘나를 꽃피우는 치유심리학’을 읽고
지난 주말에는 부산 사하구 의사회에서 주최한 가족동반 등산에 참여하여서 승학산(乘鶴山)의 벚꽃과 화사한 봄날의 오후를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부산 북항의 오륙도와 북항대교 건설 현장 그리고 영도와 남항의 모습을 보면서 즐겼다.
어제 오전에 간호학과 약리학 시간에 자율신경계중 교감신경계의 작용에 대하여 학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난 토요일에 치른 약리학 중간고사의 성적이 너무 나빠서 모두 무시하고 다음 화요일에 다시 시험을 치르겠다.”고 공표를 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물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불안하다.” “어느 것이 이익일까? 계산해 본다.” “열이 난다.” “혈압이 상승한다.” 등의 다양한 생리학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반응을 토로했다.
다시 “왜 불안하냐?”고 묻자 학생들은 “평상시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판단의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한참 후에 나는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없지만 아마도 그 기준이 되는 기억은 변연계(limbic system)에 있을 것으로 추측하며, 변연계 중에서 해마(hippocampus)는 주로 단기기억에 관여하고 편도(amygdala)는 공포반응에 관여하며 이러한 변연계에는 아마도 무의식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승현 선생님의 ‘나를 꽃피우는 치유심리학’은 그간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우울증 불안 불면증 등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환자들에 대한 치유 경험을 매우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심리상담 중에서도 특히 무의식에 갇혀 있으면서 의식으로 드러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억압을 밝혀서 증상을 개선하고 치유를 하는 과정에 대하여 잘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공포와 두려운 감정을 저항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받아들여 감정적으로 감싸 안을 때 비로소 안정과 지혜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싹튼다고 주장하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종교에 대하여 매우 관용적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한 4조 도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사미인 14살의 도신은 승찬스님을 찾아가서 절하고 말했다.
“자비를 베푸시어 저를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스님이 물었다.
“누가 너를 묶었느냐?”
“묶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찌 다시 자유를 찾느냐?”
도신은 그 말끝에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때때로 읊조리는 선가의 한 구절을 더 소개한다.
죄무자성 종심기(罪無自性 從心紀)
불수자성 수연생(不守自性 隨緣生)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죄에는 본래 자성이 없고 마음에 따라 일어날 뿐이며
자성 또한 따로 지킬 것이 없고 인연에 따라 나타날 뿐이다.
(그러므로) 머무름 없이 나타나는 것이 마음이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28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