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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박한 학식과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고대 서양문화사

해박한 학식과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고대 서양문화사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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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여름과 1998년 여름 두 번에 걸쳐 그리스를 여행 한 적이 있다. 1990년 7월 18일부터 8월 19일 까지 약 33일 간에 걸친 유럽 여행을 했을 때 런던에서 출발하여 그리스까지 갔다가 다시 파리로 나와서 귀국하는 일정을 잡았었는데 이탈리아는 약 일주일에 걸쳐서 베네치아 밀라노 피사 시에나 피렌체 로마 나폴리 폼페이 쏘렌토 그리고 브린디시를 둘러 볼 수 있었으나 펠로폰네소스 반도에 있는 파트라(Patra)에서 시작한 그리스 여행은 일정에 쫓겨서 기차로 코린트를 거쳐서 아테네 수니온 피레우스 그리고 에기나 섬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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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이탈리아로 돌아오는 페리보트에서 홍콩에서 온 화가를 한 분 만나게 되었는데 코발트 블루와 화이트가 어울리는 그리스 섬들을 꼭 가보라고 추천해 주셨다. 1998년 여름 터키와 소아시아 지방을 둘러보고 사모스 섬을 통해서 미코노스 낙소스 이오스 티라(산토리니)에 이르는 에게해의 섬들을 둘러 보면서 그리스 신화의 배경들을 살펴보면서 지중해의 크루즈를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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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영웅 열전 1권은 ‘미궁의 정복자 테세우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아테네의 왕인 아이게우스가 트로이젠을 여행하다가 취중에 공주와 밤을 보내게 되면서 태어난 아들이 테세우스인데 아버지를 찾아가는 도중에 코린트의 지협(이스머스, isthmus)에서 ‘시니스’라는 도둑을 죽이는 장면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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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스머스’라는 용어는 지금도 해부학에서 자궁 경부를 뜻하는 cervix와 함께 목처럼 좁은 부위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오니아 해와 에게 해를 가르는 이 지협에는 폭 23m 길이 6343m의 코린트 운하가 건설되어서 배들이 지나다니는 것을 코린트에서 아테네로 가는 기차의 차창에서 까마득하게 내려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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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게우스의 부인은 약 처방 솜씨가 뛰어난 메데이아였는데 의학을 의미하는 메디신(medicine)은 이 메데이아에서 비롯되었다고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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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는 아이게우스의 동생 팔라스의 제안으로 그레타 섬의 미노타우로스를 잡으러 떠나게 된다. 아테네에서 그레타 섬을 지나는 길목에 산토리니 섬이 있는데 절벽 위의 작은 도시 Fira에서 바다 건너편의 thirassia 섬으로 둘러싸인 10km 반경의 해저로 함몰된 석양에 물든 내해를 내려다 보노라면 플라톤의 잃어 버린 도시 아틀란티스를 떠올리게 되고 그 여파로 200m는 족히 되었을 해일에 크레타 섬의 미노안 문명이 폐허가 된 과거를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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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타 섬에서 미궁(라브린스, labyrinth)에 갇힌 미노타우로스를 처치하러 가기 전날 밤 미노스 왕의 딸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무사히 미궁을 빠져 나와 아테네로 귀국하나 약속과 달리 검은 돛을 달고 오는 귀환선을 보고 아이게우스가 바다에 몸을 던지니 그 바다의 이름이 아이게우스의 바다 즉 에게해(Aegean Sea)가 되었다고 한다. labyrinth는 지금도 ‘내이(內耳)의 미로’를 뜻하는 해부학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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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 장은 ‘세계의 지배자 알렉산드로스’의 장이 이어진다.

12세의 알렉산더가 명마 부케팔로스가 자신의 그림자에 놀라는 것을 보고 말을 태양과 마주보게 하여 길들이는 장면을 보고 필리포스 왕이 “마케도니아는 아무래도 너에게 너무 작을 것 같다.”고 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부모가 자식이 자신들보다 훌륭하게 되기를 기원하지만 뛰어난 자식은 부모를 못마땅하게 여기며 도전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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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90 쪽에 실려 있는 세 마리의 뱀이 서로를 휘감으면서 기어오르는 유명한 청동 조상을 실제로 이스탄불의 술탄나흐메트(Sultannahmet) 광장에서 본적이 있는데 이것이 원래 델포이 신전에 있었으며 여기에 델포이의 무녀 퓌티아가 앉아 아폴론 신의 신의를 전해 준다는 것을 이글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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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필리포스’라는 시의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는 알렉산더의 금도(襟度)도 매우 감동적이다. 알렉산더나 스파르타의 뤼쿠르고스는 과묵하고 매우 간명한 촌철살인의 수사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도 또한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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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프랑스의 프로방스 지방의 아를을 여행해보면 로마의 유적을 많이 접할 수 있는데 이것이 시저의 갈리아 정복에 의한 산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영국 독일 프랑스 모두 시저의 지배 하에서 퍼져간 라틴어의 문화가 결국 천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의학과 과학을 비롯한 서양의 학문의 용어로 건재한 이유를 살필 수 있었다. 남부 이탈리아가 고대 그리스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이나 지중해를 사이에 둔 카르타고 이집트와 패권에 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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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사실은 현지 답사와 학문적 고증을 깊이 있게 시도한 작가의 정치한 식견으로 미루어보건데, 원래 기획하고 계셨던 ‘이스라엘 중심의 헤브라이즘’에 대한 책이 저술되기 전인 지난 2010년 여름에 유명을 달리하신 이윤기 선생님께 심심한 감사와 함께 다하시지 못한 아쉬움에 대한 위로를 전해 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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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4월 1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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