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에 대한 새로운 접근
후지하라 가즈히로 선생님의 ‘진짜 공부’를 읽고
5년 전부터 내가 재직하고 있는 모교에서, 의학과 1학년을 대상으로 맡고 있는 ‘약리학’ 강좌는 예과 2학년 방학 때쯤 의학과 진급이 확정된 학생들에게 미리 공부해서 발표할 교재의 범위를 각각 정해 주고 방학 동안 스스로 공부해서, 약리학 수업 시간에 발표할 내용을 내 홈페이지(http://www.DCmedicine.net) 의 ‘community’라는 subpage에 개학하기 전까지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당혹스러울 수 있으나, 1990년부터 분자생물학(molecular biology)과 생명정보학(bioinformatics)의 발전에 따라 마치 모든 분야의 강물이 흘러들어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이, 의학정보는 폭발적인 팽창을 하고 있는 추세이며 이러한 정보의 증가속도는 나날이 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1990년 이전 같으면 원서를 번역해서 공부해도 그렇게 정보의 시차를 피부로 느낄 수 없었으나 지금은 스스로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취사선택하는 적극적인 자세에 임하지 못할 경우 도저히 앞서가는 의학정보를 적시에 처리하는 것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에 읽은 후지하라 가즈히로 선생님의 ‘진짜 공부’의 내용은 학생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며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지혜와 기법들을 잘 요약하고 있다.
서두에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라는 질문이 있다. 옆의 여백에다 ‘즐거움’이라고 적었다. 이어서 “사람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옆에는 ‘아쉬움이 없는 것’이라고 적어 두었다.
전직이 교장 선생님 이신 저자는 0교시에서 5교시까지 순서대로 정답이 없는 공부, 시뮬레이션, 커뮤니케이션, 로지컬씽킹, 롤플레잉, 그리고 프레젠테이션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0교시의 정답이 없는 공부는, 이제 사회는 너무 급변하고 다양한 가치와 욕구의 충돌로 더 이상 불변의 표준은 존재할 수 없으며 시시각각 상황에 따라 기호가 변하고 사람들마다 서로 다른 개성을 추구하는 사회이므로 항상 특정한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와 수요에 대해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히고 있다.
1교시 시뮬레이션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모아서 암기하고 저장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폭넓게 조사하고 많은 정보를 손에 쥠으로써 비로소 ‘생각한다’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밝히고 있다. 즉 정보의 습득은 가공하고 처리할 일차적인 자료를 확보한다는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2교시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브레인스토밍과 디베이트 기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브레인스토밍에서는 “강력한 규칙으로 ‘정답’이나 ‘결론’내리기를 금지”하며 디베이트에서는 “감정적인 언어가 아니라 논리적인 언어로 말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3교시 로지컬씽킹에서는, 정보에 대하여 비판적 안목을 가지고 관찰하고 의심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충고하고 있다.
4교시 롤플레잉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감정적인 공감을 가질 수 있도록 역할극의 방식을 취해 볼 것을 소개하고 있다.
끝으로 5교시의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도출한 해결책을 상대에게 납득시켜야 할 때, “서구 사회에서는동양 특유의 ‘이심전심’ 같은 가치관이 없으므로 반드시 모든 것을 언어로 전달하여 신임을 얻는다는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매력적인 스토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책을 펴기 전에 보다 많은 것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이 책은 지금까지 젊은이들이 접해왔던 세세하고 친절한 지침서가 아니다. 스스로 노력하고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서 추구하고 모색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주장에 깊은 공감을 느낀다.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이루고자 하는 열망에 불타고 있는 성실한 많은 젊은이들이 이 책에서 보다 많은 아이디어와 참신한 발상을 자신의 것으로 재구성하고 내면화 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6년 4월 18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