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이 없으면 색이 존재할 수 없다.
안-색-안식은 서로 따른다.
그러므로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유무가 다르지 않고 단지 관념의 문제이며
유무의 분별은 환상에 불과하다.
안식이 없으면 색이 존재할 수 없다.
안-색-안식은 서로 따른다.
그러므로 내가 없으면 우주도 없다.
유무가 다르지 않고 단지 관념의 문제이며
유무의 분별은 환상에 불과하다.
존재를 결정하는 것은 바로 나다.
내가 모든 유무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유고 또한 무다.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이 시형 박사님의 ‘뇌력혁명’을 읽고
부지런히 그러나 무리하지 않고 살아온 일 년의 끝은 아름답다.
이 시형 박사님의 글은 언제나 편안하고 즐겁다. 특히 약리학을 공부하고 있고 ‘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약물’들에 대하여 강의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에게 매우 유익한 도서를 추천할 수 있게 되어서 또한 기쁘다.
이 책은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건강을 해치고 있는 많은 분들에게 스트레스의 원인과 스트레스가 뇌에 미치는 영향, 이러한 스트레스를 줄이고 뇌와 삶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과 실생활에 적용해서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뇌 휴식법’에 대하여 친절하고 논리적인 필체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 30페이지에 ‘뇌 피로가 만병의 근원이라면 믿겠는가?’의 한 구절이다.
“교감신경이 흥분되면 바로 아래 위치한 호르몬 중추인 뇌하수체를 자극해서 여러 가지 활동성 호르몬을 분비, 촉진시킨다. 대표적인 게 부신 피질의 방어 호르몬,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이 적절히 분비되면 스트레스를 잘 처리해서 뇌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코르티솔 분비가 장기화되면 이게 양날의 칼이 되어 이후부터는 신체 여러 기관에 손상을 입힌다는 것이다.
교감신경의 흥분 상태가 계속되면 과립구가 증가하는데 이렇게 되면 자기 조직을 파괴해서 위궤양을 일으키고, 동시에 혈당치를 올려 당뇨병을 부른다. 그리고 인슐린을 분비시켜 당분을 지방산으로 전환, 내장지방에 비축한다. 이게 비만의 기전이다. 특히 여성들은 호르몬 대사에 민감하기 때문에 이처럼 대사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 피부가 거칠어지고 생리불순 등이 뒤따라온다.”
우리 주변에서 책임감과 막중한 업무량에 짓눌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많은 분들에게서 쉽게 관찰할 수 있는 내용이다. 실제로 얼마 전, 가족 중에도 이런 문제가 발생해서 적극적으로 직장을 그만 두게 하고 다른 곳으로 이직하여서 지금은 입가에 웃음이 머물고 아침이면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만큼 현대인의 일상 업무는 너무 무리한 스케줄과 막중한 부담으로 삶의 즐거움이 훼손되고 있으며 끊임없는 외부의 자극과 소음 등으로 건강이 손상되고 있다.
본서 54쪽 ‘즐거운 인생에 뇌피로란 없다’의 한 구절이다.
“즐거움의 원천은 변연계란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물론 인간인 만큼 원시적 쾌락만 따라서 살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적당한 절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메마른 지성에의 편향은 뇌를 혹사시킨다. 지나친 이성적 원칙만을 고집하면 뇌가 견뎌내질 못한다.”
습관적으로 서두르고 경쟁적이었던 우리들, 이제는 가끔씩 여유를 가지고 삶을 관조하고 음미할 줄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본서 84쪽 ‘오감에의 쾌적한 자극이 불러 오는 힘’에서
“5감의 불쾌한 자극은 뇌피로의 주범이다. 그래서 뇌피로의 회복을 위해 5감에 쾌적한 자극을 주는 것보다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
편도체가 발하는 감정 표출은 여섯 가지, 즉 놀람, 공포, 분노, 혐오, 슬픔, 즐거움이다. 이 중 즐거움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이런 감정이 형성되기까지의 경로를 살펴보면 우선 대뇌 피질을 통해 들어온 5감 정보는 해마와 편도체로 보내진다. 해마에선 그 전의 기억과 대조하여 기억 정보를 편도체에 보낸다. 편도체는 대뇌로부터 받은 감각 정보와 해마의 기억 정보를 통합하여 특정 감정을 표출한다. 이 감정은 시상하부와 뇌간으로 보내져 울고 웃는 등의 감정행동을 일으킨다.
그리고 시상하부로 전달된 이런 감정은 앞서 설명했다시피 본능, 자율신경, 내분비의 3대 뇌피로증후군을 초래한다.”
정말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되고 소화된 신경해부와 신경생리의 요약이다.
그리고 이 구절을 읽고 있으면, 반야심경의 무안이비설신의(無眼耳鼻舌身意)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이 그대로 떠올라 심상에 겹쳐진다.
이 책 47 쪽의 ‘뇌피로 경계 경고’에서 10개 항목 중,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은 하나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나의 하루 일과는 대개 4시 전후로 일어나면 집에서 가까운 연구실에 올라와서
책을 보거나 업무를 처리하고 7시경에 내려가서 가족들과 식사를 하고 9시에 다시 연구실로 와서 실험을 하고 12시경에 집에 내려가서 식사를 하고 20분 정도 자고 다시 학교로 와서 저녁 5시까지 근무하고 퇴근하면 뒷산에 가서 간단한 운동과 1시간 정도 숲속을 산책한다. 가족들과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에 목욕을 하고 온돌방에 일찍 잠자리에 든다.
나도 책상에서는 백열등을 사용하고 책상 앞에는 책 세 권을 펼 수 있을 정도의 긴 독서대를 사용한다.
책상과 연구실은 깔끔하게 정리된 것을 좋아하며 집의 거실과 뜰 그리고 연구실에는 사철, 나무와 꽃들이 자란다.
나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자신의 주변을 되돌아보아서 생기 있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는 많은 지혜들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 것이 행복이다.
그렇다면 마음이란 무엇인가?
바로 앉아있는 그 자리다.
감사합니다.
2013년 12월 11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Shelly Kagan 교수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DEATH )’를 읽고
“니, 앉은자리가 어디고?”
Shelly Kagan 교수님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DEATH )’
번역본을 203 페이지까지 나름대로 정성들여서 읽고 던져두었다가
갑자기 화장실에서 생각나서
Shelly Kagan 교수님께 묻습니다.
“이 도둑놈아, 니, 앉은자리가 어디고?”
“Where you are sitting on?”
7월의 마지막 날 바닷가에 누웠으니
벌거벗은 그놈은 원래부터 허깨비라,
다시 한번 노선사께서 앉은자리 묻는다면
내 기꺼이 당신의 혀뿌리를 뽑으리라.
七月末臥濱
裸者本來幻
若更問我座
吾請拔師舌
智峯 合掌
Seeking a Mind
This poem is dedicated to the Zen master Woon-Gyung (1910-1997).
At the last day of July
Lying down on the seashore.
From the beginning
The naked one was a phantom.
Once more
The old Zen master asked me
“Where you are sitting on?”
I was willing to uproot the tongue of the master.
–With a respect to Zen master,
Woon-Gyung (An old man who is ploughing in the cloudland).
Dae-Heui Lee, M.D., Ph.D.
Copyright ⓒ2004 Dae-Heui Lee, M.D., 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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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early evening in the winter of 1996, I visited a small Buddhist hermitage with my old friend. After supper, an old Zen master asked me abruptly, “Where are you sitting?” I did not know how to reply and I was sweating frozen. One year later, when I visited the hermitage again, the Zen master had already entered Nirvana. Last summer, I was lying on the seashore. When I was falling asleep, I suddenly understood the meaning of the question. I could not find myself anywhere, there is only the sense of self and interrelationship of cause and occasion.
I’d like to ask to Prof. Shelly Kagan about DEATH.
“Where you are sitting on?”
Dae-Heui Lee, M.D., Ph.D.
Associate Professor
Department of Pharmacology
Kosin University, College of Medicine
34 Amnam-Dong, Seo-Gu, Busan
602-703, Republic of Korea
URL: http://www.DCmedicine.net
E-mail: dhlee@ns.kosinmed.or.kr
점심 때
모과나무 아래서
물을 뿌리면
무지개를 만들 수는 있지만
잡을 수는 없답니다.
이제는 평화로우시기를.
-장영희 교수님의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를 읽고
첫 장맛비에 난만하던 장미 꽃잎들이 낙엽처럼 져서 뜰을 붉게 물들이고 그 동안 가뭄에 움츠려 있던 고추와 상추와 깻잎과 방울토마토가 제철을 만난 듯 싱싱함을 자랑하고 있다. 너무 일찍 뿌려서 냉해로 죽은 표주박 씨를 다시 뿌렸는데 뾰족뾰족 새싹을 밀어 올리는 모습이 앙증스럽다. 지난 수요일 4시간 동안 약리학 강의를 마치고 연구실에 들어서자 조교 선생님이 우편물을 전해주는 데 알 수 없는 슬픔의 무게가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일반대학에서는 이미 기말고사가 끝나고 방학을 준비하고 있겠지만 의과대학은 아직 한창 수업이 진행 중이어서 아마도 학생들은 7월 중순은 지나야 잠깐 동안 방학을 맞이하게 되리라. 오늘 아침에도 토요일이지만 세 시간에 걸쳐서 약리학 시험 감독을 하면서 장영희 교수님의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의 마지막 부분을 읽었다. 끝부분의 ‘어머니와 집 정원에서’라는 사진을 보다가 나는 학생들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눈시울을 적셨다. 다소 그을린 얼굴의 모친의 모습에는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촌부의 모습이었으나 무한한 인고와 강인함이 배어나고 있었다.
책 표지 안쪽에 장영희 교수에 대한 소개에서 “1952년 9월 14일, 서울에서 태어났다.”는 그 한 구절이 모든 것을 말해 주는 듯 했다. 전쟁의 와중에 아이가 태어나고 생사의 기로의 나날들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예방 접종이 제대로 되었을 리 만무했으리라.
글을 읽으면서 참으로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평생 장애 때문에 얼마나 괴로웠을까?’하는 생각에 깊은 연민을 느낀다.
세 번째 글에 고식병(孤食病)에 대한 글이 있었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내용인데 ‘가족생활의 핵심은 바로 아침 저녁으로 식탁에 마주 앉아 식사를 함께 하는 것’이라는 것을 며칠 전에 새삼 깨닫게 되었다. 지난 금요일 저녁 사하구의사회 주최 학회가 있어서 집사람은 아이들과 함께 참석을 하고 나는 오랜만에 혼자 저녁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뭔가 집이 너무 허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보통 9시쯤에 잠자리에 들지만 그날은 집사람과 아이들이 걱정되어서 결국 늦게까지 잠을 설쳤다. 행복해 보이는 가정도 사실은 별것이 없고 그저 평범한 일상의 연속이다. 산부인과 의사인 집사람도 집에 오면 영락없는 부엌데기이다. 밥하고 청소하고 마늘 까고 아이들 공부안한다고 다그치고. 나 또한 집에 오면 설거지와 청소와 세탁물 정리는 당연히 맡아서 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고의 행복이라는 것도 안다.
많은 여성들이 결혼하기를 무서위하고 힘들어 한다. 그리고 사실 결혼식하고 난 후부터는 고난의 가시밭길이다. 그러나 그 형극의 세월이 흘러 10여년 정도가 지나면 남편 끌고 시장 다니면서 이것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속만 썩이던 남편도 철이 들어서 위로와 사랑과 고마움을 말하기도 한다. 그리고 테라스에 앉은뱅이 의자를 놓고 앉아서 아이들 웃음소리를 흘려 들으면서 저물어 가는 바닷가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이것이 바로 사는 즐거움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영문학을 전공하신 교수님다운 당찬 한마디가 가슴에 와 닿는데 ‘영어 때문에 재능 묻히면 안돼요’라는 글이 있었다. “우리가 학교에서 영어를 배우는 이유는 더욱 당당하게 우리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에 한국과 한국사람임을 내세우기 위함입니다. 영어로 수집돼 있는 고급 정보를 더 편리하게 흡수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나만의 실력을 다지고 전파하기 위한 방편입니다.” 어설프게 생활영어 몇 마디 하는 것으로 공부다 한 것으로 착각하는 젊은이들은 깊이 반성해야 문제라고 생각한다.
‘꽃처럼 마음이 예쁜 민수야’라는 글에 1952년 생 다운 구절이 있는데 “전쟁을 겪고, 전쟁이후에도 어떻게 살아가는가 보다는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생각하며, 아름다운 마음보다는 싸워 이겨야 하는 투지, 남을 배려하는 마음보다는 남이 먹는 것이라도 뺏어야 하는 독기를 배웠기 때문이다. (중략) 그때 파리를 잡던 손기술, 오징어 다리를 쥐꼬리로 만드는 창의성, 눈을 보고 떡가루를 상상하는 헝그리 정신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물질적 안정을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슬프게도 악착같이 살아온 우리의 정서와 양심은 많이 퇴화해 버린 것 같다.” 글을 읽으면서 우리들보다 슬픔과 고뇌가 많았던 누님과 형님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영미문학 소개에서 롱펠로의 ‘화살과 노래’ 중의 한 구절이 특히 마음에 와 닿는데 “공중을 향해 노래를 부르니 땅에 떨어졌네 내가 모르는 곳에” 그 낙처(落處)를 장영희 교수가 알았더라면 좀더 느긋하고 넉넉한 삶을 사셨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온전한 자신으로 돌아가셨으니 평화로우시리라.
또한 지난한 회한의 세월을 보내셔야 했던 모친께서도 이제는 평온이 함께 하시기를 진심으로 빕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6월 19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오도된 가르침의 폐해
-‘노크하는 악마 (원제: Das Böss in uns)’를 읽고
어제 박찬종 변호사께서 MBN에서 기초단체장 공천 헌금과 관련해서 국회의원들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방송을 잠깐 본 적이 있다. 야인으로 있을 때는 정당 공천을 없애야한다고 강변하다가 국회의원이 되자 자기사람들 줄 세우고 조직하는 도구로 쓰면서 법 개정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최근 기초단체의 호화청사, 단체장의 수뢰와 증뢰, 천안함 사건, 스폰서검사, 전교조명단 발표와 관련된 사건 등을 보면 아무리 세상 물정을 모르고 학교에서만 사는 문외한이라고 하지만 현재의 사회 현상은 정상의 궤를 넘어서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은 지난 3월에 베스트 리뷰어라고 조선일보에서 보내 주신 5권의 책 중에 리뷰를 쓰기를 망설이면서 미루어 두었던 마지막 권이다. ‘악(惡)’이라고 하면 자칫 관념적인 주제를 실체적인 사실로 왜곡시켜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독일의 정신과 전문의인 Theo R. Payk은 여섯 장에 걸쳐서 악의 기원, 악의 화신, 악의 단면, 살인자 유형, 악의 배경, 악의 유혹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먼저 서장에서 “기독교를 비롯한 세계의 모든 종교 집단에서는 신도들을 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을 이용하며 복종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협하고 통제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1장에서는 “인간에게 원죄가 있다는 원죄론은 418년 카르타고에서 열린 종교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기독교 교리로 결정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 1세는 교만, 탐욕, 식탐, 분노, 색욕, 질투, 태만을 인간의 7대 죄악으로 일컬었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의 서구문화는 “여론을 조성하는 사람들이나 이른바 트렌드세터(Trend setter)라고 하는 사람들은 날로 발전해 가는 통신기술을 홍보나 시장 확보 수단으로 이용해 향락을 추구하는 사회 풍조를 조성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말초신경을 자극하고 감정의 흥분을 유발하는 향락사회에서는 진실함보다는 과대포장과 환상을 좇는 현상이 난무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사기와 위선, 범죄의 경계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교묘하게 속임수를 쓰는 것이 능력의 상징으로 포장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국제화된 시장 경제 원리라는 명목 아래 로비활동과 착취, 부정부패가 합리화되고 있다.”
“정보를 바르게 전달하고 수용하는 것 역시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에게 요구되는 사항이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판매 부수나 시청률을 올리려고 과장되게 해석하거나 특정부분을 강조하기도 하고 전후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보를 첨삭하거나 발췌해 진실을 왜곡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전달하면 일반 시민들은 그것을 사실로 받아 들여 결국 진실을 파악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허위 또는 왜곡된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뒤에는 여론을 통해 사람들을 조정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중략) 그리고 성실과 정직이라는 말은 약육강식의 사회 진화 과정에서 낙오된 어리석은 사람들을 일컫는 은유적 표현이 될 것이다.”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이 얼마나 신랄하고 시의 적절한 지적인가? 해맑은 아이들과 자연을 벗 삼아 아무리 보지 않으려고 해도
우리 주변에 부패와 부정 편법 위계와 부조리가 너무 만연해 있다. 이제는 종교와 학교도 이런 오염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장에서는 주로 중세의 마녀 사냥과 관련된 종교적 횡포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3장은 증오와 종교적 광신주의, 민족말살, 독재국가에서의 인권 탄압과 테러리즘과 관련 단체들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다.
4장은 살인자의 유형에 대하여 5장은 범죄통계와 정신이상자를 비롯한 악의 배경에 대하여 6장은 살인 욕망을 포함한 악의 유혹에 대하여 기술하고 있는데 일반인에게는 다소 무거운 주제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는 1장에서의 저자의 날카로운 지적이 매우 인상적이었으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주변을 돌아보면 과거 1970년대에 비하여 작금의 우리사회는 탐욕과 비리의 정도가 일부 계층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보편화되었으며 그 많은 원인 중의 하나가 사회 전체의 암묵적인 합의하에 향락과 게으름과 탐욕이 일반화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하게 되며 우선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감사합니다.
2010년 5월 2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어느 인생 선배님의 조언.
-오마에 겐이치의 ‘OFF학’을 읽고
오마에 겐이치(大前 硏一) 선생님은 67세의 초로의 신사로서 그간의 동서양을 드나들면서 느끼고 겪은 삶의 지혜와 해박한 지식을 수필체로 엮어 내고 있다. 일본은 한국과 조금 환경이 다른 점도 있고 또 정서나 개인적인 가치관의 차이도 있어서 내가 이 책을 읽고 공감하는 부분들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밝히고자 한다.
먼저 서장에서 아이들의 공부는 고등학교 까지만 뒷바라지하라고 하는데 충분히 공감이 가는 내용이다. 지금 우리들은 너무 아이들을 유약하게 키우고 있으며 무엇보다 스스로 공부하고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갖추어지지 못하고 있다. 60만 명 수험생 중에 960등을 해야 들어온다고 하는 의예과 학생들도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수학능력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또한 부모의 지나친 교육열은 학생의 능력은 생각도 하지 않고 외국 유학길에 오르게 해서 자신과 아이들의 삶을 망치고 있다.
1장에 마린레저에 대하여 저자의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해기사 출신이고 5년 정도 원양 항해와 취미로 연안 항해와 일본까지 항해를 해 본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해양레저를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다만 내가 사랑하는 송도에는 지난 태풍 매미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대대적으로 정비하는 과정에서 해수욕장과 요트를 띄울 수 있는 설비가 마련되어 있어서 여름이면 집에서 트롤리를 끌고 내려가서 sailing을 즐길 수는 있다.
2장에서 ‘주말별장이 전원형이냐 마린리조트 형이냐?’하는 주제가 있는데 이것도 아직은 소수의 계층에 국한된 문제인 것 같다. 그러나 여유가 된다면 자연과 가까운 삶을 유지할 수 있다면 훨씬 삶이 풍요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직장이 바닷가에 있어서 집에서 약 10평 정도의 텃밭에 야채와 화초 그리고 몇 그루의 정원수를 키우고 있다. 저자도 밝히고 있듯이 자연이라고 하는 것은 계절과 날씨에 따라 언제나 변화가 있기 때문에 가까이 하는 사람들에게 정서적으로 많은 위로와 충족감을 준다.
또한 새벽시간의 활용법을 이야기 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장거리 출퇴근을 하시는 분들에게는 다소 무리라고 생각이 되지만 여건이 된다면 새벽에 2-3시간 정도를 활용하면 업무처리나 개인적인 여가활용에도 아주 효과적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3장에서 ‘여행을 떠나라.’고 부추기고 있는데 나도 젊은 시절 항해와 배낭여행과 일반 여행을 좋아해서 약 65개국 정도를 돌아다닌 경험이 있는데 지금은 그처럼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이득은 결국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보고 느낄 수 있으며 그간에 가졌던 환상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4장의 ‘IT 활용법’에서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대중소통과 취미활동에 대하여 강조하고 있다.
6장에서 ‘아버지만의 공간을 마련하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사실 매우 중요한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많은 분들이 자신만의 사색과 휴식 공간을 가지고 있지 못할 것으로 생각되는데 가장의 건강을 위해서도 따로 독립된 공간이나 서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가족과의 식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저자의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데 매우 공감이 간다. 가족은 개인의 이해를 떠난 팀이라는 자각이 가족 구성원 모두에게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부부도 결혼해서 10여년 정도의 세월이 흘러 점차 사회적으로 안정이 되면 서로 배려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고요와 여유가 싹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많은 제언을 하고 있지만 상기의 주제가 개인적으로는 매우 마음에 와 닿았고 의미가 있었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합니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3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5월, 그 꽃다운 시절.
-안신영 선생님의 ‘고마워, 사랑아’를 읽고
중간고사를 마치고 5월의 축제를 앞둔 강의실은 봄바람에 조금은 술렁거리기 마련이다.
수업을 시작하다가 핸드폰 문자를 하는 학생이 있어서 그 전날 저녁 TV에서 한 자리에서 문자로 교신하는 내용을 떠올리면서 이제 6학년인 딸이 생일을 지나면서 축하 메시지에 대한 답신을 하다가 ‘알’을 다 쓰고 말았다는 이야기가 생각나서 몇 마디 하게 되었다.
“요사이 집에 우리 아이들도 그렇지만 쓸데없이 너무 핸드폰에 매달리는 것 같다. 요사이 젊은이들은 5분마다 ‘내 사랑하느냐?’고 묻는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불안한가?” “내가 여러분들에게 그런 불안에 시달리지 않고 편안하고 느긋하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다.”
“지난 시간에 칼륨의 평형전압에 대하여 배운 바대로 여러분 스스로 매력적인 퍼텐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약 20% 정도가 세포 밖으로 나트륨을 퍼내는데 사용하며 그 결과 우리들의 세포는 활동전위에 반응할 수 있는 안정막 전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여러분은 쉽게 동의하지 않겠지만 나는 똑똑한 사람이 가장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왜냐하면 지적인 능력이라고 하는 것은 결코 우리들의 외모처럼 일시적인 수술이나 노력으로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육신처럼 100년 만에 뚝딱 만들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여러분들은 보이는 것에 올인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실 눈은 진실을 보지 못하는 장님이고 말은 언제나 반은 사기꾼이다.”
학생들은 기회를 놓칠세라 옛날 이야기를 해달란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연모의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 그 여학생은 그 후 서울로 이사를 갔지만 고교 입시를 한 달 앞두고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되었다. 혼란스러워서 한 달 동안 시골에서 대구로 거처를 옮겼는데 그게 결정적인 실수였다. 그때 사랑의 감정 때문에 인생을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한번은 해상근무를 마치고 늦게 서울서 일 년간 학원을 다녔는데 그때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 다행히 그때는 나름대로 결심이 굳었던 때라 과감하게 내가 원하던 진로를 결정해서 지금의 내가 될 수 있었다.”
연모의 감정은 아름답고 고귀하지만 자칫 삶에 치명적일 수도 있다. 여기에 지나간 사랑을 그리워하며 상처를 다독거리는 과정을 섬세한 필치로 그려낸 수채화 풍의 수필 한편이 있다. 젊은 시절 누구보다도 치명적인 감성 때문에 괴로워하던 경험이 있던 터라 많은 공감과 연민을 느낀다.
장미와 아카시아향이 가득할 5월에 젊은 사랑의 지원자들이 읽으면 많은 공감과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이 책을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3월 보름
서산에는 달이 지고
솔잎 끝에 이슬이 맺혀
나는 차 한 잔을 놓았네.
2010년 4월 3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
외롭고 초라한 아이를 위한 시간
-‘나를 꽃피우는 치유심리학’을 읽고
지난 주말에는 부산 사하구 의사회에서 주최한 가족동반 등산에 참여하여서 승학산(乘鶴山)의 벚꽃과 화사한 봄날의 오후를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부산 북항의 오륙도와 북항대교 건설 현장 그리고 영도와 남항의 모습을 보면서 즐겼다.
어제 오전에 간호학과 약리학 시간에 자율신경계중 교감신경계의 작용에 대하여 학생들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지난 토요일에 치른 약리학 중간고사의 성적이 너무 나빠서 모두 무시하고 다음 화요일에 다시 시험을 치르겠다.”고 공표를 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물었다. “가슴이 두근거린다.” “불안하다.” “어느 것이 이익일까? 계산해 본다.” “열이 난다.” “혈압이 상승한다.” 등의 다양한 생리학적인 그리고 정서적인 반응을 토로했다.
다시 “왜 불안하냐?”고 묻자 학생들은 “평상시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판단의 기준이 있다.”는 것인데 그 기준은 어디에 있느냐고 다시 물었다. 한참 후에 나는 “아직까지 학문적으로 정립된 것은 없지만 아마도 그 기준이 되는 기억은 변연계(limbic system)에 있을 것으로 추측하며, 변연계 중에서 해마(hippocampus)는 주로 단기기억에 관여하고 편도(amygdala)는 공포반응에 관여하며 이러한 변연계에는 아마도 무의식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을 맺었다.
이승현 선생님의 ‘나를 꽃피우는 치유심리학’은 그간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우울증 불안 불면증 등으로 고생하시는 많은 환자들에 대한 치유 경험을 매우 사실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심리상담 중에서도 특히 무의식에 갇혀 있으면서 의식으로 드러나지 못한 어린 시절의 상처와 억압을 밝혀서 증상을 개선하고 치유를 하는 과정에 대하여 잘 기술되어 있다.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우리 안에 갇혀 있는 공포와 두려운 감정을 저항하고 회피할 것이 아니라 수용하고 받아들여 감정적으로 감싸 안을 때 비로소 안정과 지혜와 자신에 대한 사랑이 싹튼다고 주장하면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특히 심리학이나 정신의학 분야에 종사하시는 많은 분들께서 종교에 대하여 매우 관용적이라는 것을 읽으면서 한편으로 많은 위로와 용기를 얻기도 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인용한 4조 도신의 일화를 소개한다.
사미인 14살의 도신은 승찬스님을 찾아가서 절하고 말했다.
“자비를 베푸시어 저를 자유롭게 해주십시오.”
스님이 물었다.
“누가 너를 묶었느냐?”
“묶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찌 다시 자유를 찾느냐?”
도신은 그 말끝에 깨달았다고 한다.
내가 때때로 읊조리는 선가의 한 구절을 더 소개한다.
죄무자성 종심기(罪無自性 從心紀)
불수자성 수연생(不守自性 隨緣生)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
죄에는 본래 자성이 없고 마음에 따라 일어날 뿐이며
자성 또한 따로 지킬 것이 없고 인연에 따라 나타날 뿐이다.
(그러므로) 머무름 없이 나타나는 것이 마음이다.
감사합니다.
2010년 4월 28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