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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지혜가 돋보이는 그림 이야기

세월의 지혜가 돋보이는 그림 이야기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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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장맛비가 잠시 그친 아침 공기가 풋풋하다.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다가 중증근무력증으로 고생하시는 어느 분의 사연을 읽어 내려가면서 떠오르는 상념들로 만감이 엇갈린다. 무엇보다 많은 도시인들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이 분의 전철을 뒤따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집념에 떠밀린 과로와 육신을 쥐어짜는 스트레스가 이처럼 많은 질병을 키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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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는 제주대학병원에 출장을 갔었다. 공항으로 마중 나온 승합차에 오르면서 오랜만에 서울에 계신 한 선생님을 만났다. 시내를 지나가면서 마음수련이라는 간판을 보면서 아는 지인이 5년 전부터 저런류의 수련을 하고 있다고 모두를 꺼내면서 “자신은 검도를 배우고 싶은데 특히 검을 앞에 두고 바라보면서 수련을 하고 싶다.”고 했다. 리뷰를 쓸 생각으로 책갈피를 꽂아둔 한 페이지에 있던 검선도(劍僊圖)를 떠올리게 되었다. 나는 “마음을 바라보면서 하는 수련도 괜찮다.”고 한 마디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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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하루 중에도 수없이 많은 자극과 갈등에 노출되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우리들의 내면은 항상 떠오르는 상념들로 번잡하다. 이번에 읽게 된 조정육 선생님께서 쓰신 ‘좋은 그림 좋은 생각’은 바쁜 일상에 찌든 우리들에게 마치 이웃집의 누님 같은 푸근함으로 우리들의 마음을 감싸준다. 작가 본인이 너무도 솔직해서 부담 없이 나의 고민을 풀어 놓을 수도 있는 분위기의 글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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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모든 사람들은 나름대로의 무력감, 열등감 그리고 고뇌에 조금씩은 힘들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들은 그러한 자신의 한계를 가감 없이 끌어안고 보여주는 매우 진솔한 책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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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허 스님의 수월관음도를 세소지(淺草寺)에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할 수 있게 된 연유와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도 만날 수 있었던 추사의 세한도를 서예가이자 서화수집가였던 손재형 선생이 일본인 후지스까씨로부터 되받아온 사실을 보면서 모든 일의 추이와 물건의 주인은 따로 있다는 평소의 생각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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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129 쪽의 “아무리 치장하고 꾸민다 해도 글 속에서만은 어쩔 수 없이 속살을 보여 줄 수 밖에 없다.”는 작가의 자세는 사치와 허영과 겉모습에 온통 정신이 팔린 우리들에게 많은 위로와 시사하는 바를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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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선생의 성재수간(聲在樹間)을 소개하는 글도 매우 고전적인 아취가 있다. 한마디 더 보탠다면 성재심간(聲在心間)이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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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상 선생의 송하수업도(松下授業圖)를 해설하는 글에서 가르침이 “손상되지 않도록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가 받을 만한 사람이 나타나면 신중하게 전해주어야 된다.”는 내용도 매운 깊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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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아들이 고교를 자퇴하고 몇 달이 지나서 “학교 다닐 때는 몰랐는데, 아침에 애들이 학교 가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 없어요.”라고 실토하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 어릴 때의 치희를 떠올리며 숙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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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린 그림 중에 강희안 선생의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는 세속을 벗어난 한가로움에 모두 부러워하는 모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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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어 불문과를 지망했다는 저자는 “거장들이 책속에 일궈 놓은 따뜻한 시선과 긴 호흡 존재의 순수성을 향한 절절한 갈망에 공감할 수 는 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었다.”는 독백은 매우 마음에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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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채 선생의 ‘물소리 바람소리’라는 작품은 사실적이면서도 영혼을 울리는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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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벽 선생의 고양이 그림을 소개하면서 인용한 송나라 때의 학자 심괄(沈括)이 지은 몽계필담(夢溪筆談)의 내용 중 “이것은 정오의 모란이오. 꽃은 활짝 피었는데 색이 말라 있는 것을 보니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의 꽃이요. 고양이의 검은 눈동자가 실낱같은 것도 정오의 고양이 눈이지요.” 라고 평하는 모습은 배움과 깨달음의 세계가 결코 겉치레의 허례허식으로 얻어질 수 없다는 엄연한 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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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림 해설서 정도로 생각했으나 작가의 말처럼 “책이 그러하듯 그림 또한 그림을 보고 있는 사람의 삶 속에 걸어 들어가 삶의 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생각이 잘 녹아들어 있는 글들이라고 여겨진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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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10일

 

고신대학교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이 대 희 드림